클레어 키건 <이처럼 사소한 것들>
원제 Small Things Like These
홍한별 옮김
다산책방
책 표지는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평화롭다. 나뭇가지에 까마귀는 평화를 깨지 않았다. 책 표지를 열면 '아일랜드의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고통받았던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바친다'라고 쓰여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가 대략적으로 손에 잡힌다. 그리고 첫 페이지에 펄롱이라는 남자가 등장을 한다. 한마디로 빌 펄롱의 이야기라고 해도 틀리지 않은, 이 작은 책이 내 마음을 두드리더니 끝내 웅장하게 만들며 끝나버린다.
클레어 키건의 소설은 <맡겨진 소녀>를 읽었고 이 책이 두 번째 책이다. 맡겨진 소녀와 비슷한 결을 지녔지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훨씬 조마조마하고 안타깝고 그러면서도 주인공 펄롱의 선택에 철없는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맡겨진 소녀처럼 198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다. 얼마 전에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었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아일랜드 작가의 책을 계속 읽게 됐다. 영국 본토 서쪽에 위치한 섬나라. 제임스 조이스는 더블린 사람들에서 내내 아일랜드 가톨릭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역시 그와 맥이 닿아있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수녀원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가 어쩌면 우리나라 어느 구석에서도 있지 않았을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옮긴 홍한별 번역가님은 "춥고 어두운 겨울밤에 따스한 슬픔의 불빛이, 켜진다."며 옮긴이의 글을 마쳤다. 그리고 뒤 표지에 신형철 평론가님의 문장이 단연 압권이었다.
"인간의 가능성이 서사의 필연성으로 도약하는 지점에서 소설이 끝날 때, 우리는. 우리가 이 세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나를 얻게 된다"
총 페이지 수 131쪽인 얇은 책을 덮으며 마음이 웅장해지기도 처음이었다. 가슴 아프면서도 감탄이 나오고 숨죽이며 진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최고였다. 무엇보다 진실한 인간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선택이 순진해서 앞으로 막막하다 해도 나는 펄롱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녕, 나는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자신 없다고 말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