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저는 딸과 아들을 연년생으로 키웠어요. 쌍둥이 키우는 기분으로 아이 둘을 나란히 키웠는데 너무 감사하게도 아이들 때문에 속상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있어 좌청룡 우백호 호위받는 기분으로 살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둘 다 영민해서 공부도 척척 잘했는데 대학 졸업하고 더 공부하지 않고 직업인을 택했습니다.
월급 받으면 30만 원씩 제 통장으로 매달 보내줬고 엄마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 있으면 돈 아끼지 않고 사다 줬습니다. 진짜 복 받은 인생입니다. 지금은 둘 다 독립해서 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저랑 남편의 식사는 아주아주 간소해졌고 거의 집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오늘 같은 주말이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 털어서 식사를 준비합니다. 우리 집에서 빼놓지 않고 먹는 것은 유산균이에요. 전에는 불가리스 요구르트랑 우유 섞어서 만들어 먹었는데 친구가 유산균을 나눠줘서 아주 요긴하게 잘 먹고 있어요. 저녁에 유산균과 우유를 대략 3:7. 비율로 잘 섞어놓고 상온에 두면 아침에 꾸덕꾸덕 해집니다. 그 상태로 냉장고에 넣어두고 덜어 먹으면 열흘도 끄떡없어요. 지금은 온도가 낮아 괜찮은데 날씨 더워지면 좀 더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해요.
유산균에 청국장 가루 넣고 집에 있는 과일은 무엇이나 썰어 넣어요. 코코넛 스낵 있어서 그런 것도 넣고 이건 냉장고털이하기에 최적의 아이템입니다. 맛도 좋고 영양도 좋고 우리 부부 건강지킴이 맞습니다.
식빵도 유통기간 짧아 사 오면 소분해서 냉동시켜 놓고 유산균 먹을 때 꺼내서 샌드위치 만들어 먹어요. 양배추 사과 치즈 계란프라이에 딸기잼 발라서 먹으면 뚜쥬르 샌드위치만큼 맛있어요. 비주얼은 떨어지지만요.
전에 읽었던 헬렌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이 떠오르는 요즘입니다.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은 오래된 미래를 꿈꾸었던 자연주의자였어요. 지금은 두 분 모두 돌아가셨지만 그분 책 읽으며 저도 이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절반도 따라가지 못하지만 늘 마음속에 새겨놓고 있는 지침이 있어요.
-음식은 소박할수록 좋다.
-음식을 먹는 시간보다 준비하고 만드는 시간이 덜 걸리게 할 수 있다.
-가끔 물과 주스만 마셔서 위장에 휴식을 주고 음식 만드는 사람에게 휴식을 준다.
-식사를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20년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아직도 제 맘에 남아 있는 걸 보면, 그때 저는 밥 차리는 일이 힘들었나 봅니다. 왜 아니 그럴까요~~ 그때 저는 대학원 공부도 하고 도서관 수업에 두 아이의 엄마였으니 몸이 열 개라도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진짜 수고 많았어요!!!
요즘은 큰 프라이팬은 꺼내지도 않아요. 손바닥만 한 사각팬 하나로 할 수 있는 요리만 합니다. 저는 자유인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