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하루프 <밤에 우리 영혼은>
"난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밤에 우리 영혼은 P.159
올해는 저의 하루를 고요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요.
도서관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달려가곤 했는데 올해는 혼자서 여기저기를 떠돌 생각이에요.
멀리 가는 건 아니고 제가 잘 알고 있는 장소를 혼자 다닐 겁니다.
어제도 수업 끝나고 독립기념관을 갔어요. 평일 오후라 차가 많지 않았어요.
햇살 좋은 장소에 주차해 놓고
꼬마김밥이랑 도서관에서 타 온 커피를 꺼냈어요.
그리고 책!
제가 꺼낸 책은 켄트 하루프의 <밤에 우리 영혼은>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도발적입니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
.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걸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밤에 우리 영혼은 p.9에서
남편과 사별하고 오랜 시간 혼자서 밤을 보낸 애드와 역시 아내를 잃고 혼자 지냈던 루이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섹스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고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칠십 대 주인공들의
우정과 배려, 품격 있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디의 제안이 놀라웠고 사람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행동으로 옮긴 애디가 멋있었어요.
"왜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행복을 찾은 방식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은가."
-뒤표지에서
매일 바쁘기만 해서 아직 외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저입니다만 애디와 루이스의 외로움. 특히 밤의 외로움은 알 것 같아서 맘이 먹먹했어요. 과연 이 소설은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여러 예상을 해 봤는데 제 생각과 정말 달라서 속상하고 고통스러웠는데 인간의 삶이란 이런 것임을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완전한 비극은 아닙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차선책을 찾아서 이들의 인연은 이어질 것이기에.
총 194페이지의 작은 책 속에 문장들은 또 어찌나 아름다운지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다음은 109쪽에 나오는 장면인데요, 바람이 일어 커튼이 펄럭이니 창문을 닫겠다고 루이스가 말해요. 그때 애디의 말입니다.
"꼭 닫지는 말아요. 냄새가 예쁘잖아요. 지금 가장 예뻐요." P.109
넷플릭스에서 영화로도 볼 수 있다는데 저는 안 보기로 했어요.
제가 만들어 놓은 소설 속 공간이 더없이 아름답거든요.
저는 밤에 달님 보는 걸 좋아해요. 제 안에도 밤에만 느끼는 알 수 없는 고독이 있답니다.
나이 들면서 더 심해질 것 같아요. 밤의 고독을 누군가와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지 못하고 살았어요. 바보 같네요.
이렇게 멋진 책을 읽고 나면 효과 좋은 비타민을 먹은 듯 마음이 포근해지고
또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행복한 책 읽기였어요. 밤에 우리 영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