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신과 닥터쌤-첫만남
다현, 소연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소연과는 한강을 한참 걸었다.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파혼 전에 누리던 정상의 삶을. 그리고 집에 가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밤새도록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속은 계속 메슥거렸다. 거의 잠이 들 때쯤 심장이 벌컥거려 잠이 깼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불을 켰다가 껐다가 수 번을 했다. 답답해서 소리가 지르고 싶었으나 방음 안 되는 빌라에서는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창문을 열었고 한숨을 쉬었고 몇 번이나 담배라도 사러 나가야 하나 고민을 했다. 그렇게 밤을 샜다. 나는 온 몸을 바들바들 댔고 새벽에 미리 알아둔 정신과를 검색했다. 진료시간을 확인하고 나자 엄마가 보고 싶었다.
난생 처음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이라는 곳을 찾았다.
정신과.
6월22일
D : 네, 어서 오세요. 어디가 안 좋아요?
나 : 불안해서...
D : 불안하고 또?
나 : 일도 집중 안되고, 심장소리가 귀에 들어오고, 심장이 빠르게 뛰고 딱히 우울하다 느낌은 아닌데 불안한 게 커요. (울기시작) 파혼을 해가꼬.
D : 언제?
나 : 두 달 전에 파혼을 했고, 어쩌다 다시 만나게 됐는데 정말 이제는 완전히 끝나게 되가지고...
D : 파혼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나 : 남자친구가 외동아들이었는데, 그쪽 어머니가 사사건건 다 같이 의사결정을 하니깐 저는 저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남자친구도 중간에서 힘들었나 봐요. 근데 저는 맏딸이라 의사결정 같은 건 제가 해야 되는데 뭔가 저랑 상의하기 보다는 그쪽 엄마랑 상의하는 일이 많고 저에게 통보하는 경우가 많아서 충돌을 했어요. 그런 충돌이 결혼하는 과정에서 계속 있었고 종교문제로 반대하시기도 했었고, 저는 기독교인데 그집은 불교라서... 어떻게 해서 잘 풀고 결혼을 하기로했는데 남자친구는 또 갈피를 못 잡고... 저한테 믿음을 줄 때 자기는 이제 엄마가 아니라 나를 선택할거라고 말을 했는데 결국은 엄마의견대로 가는 모습에 실망을 하고 결국 헤어지게 됐는데... 그 사람이랑 결혼을 안 한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좋고 그런 감정은 남아있는데 그 사람이랑 다시 끈을 잡고 이어가겠다는 건 전혀 없어요. 근데 있었던 사람이 없으니깐 불안하고
D : 그건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에요. 시간이 좀 필요해요
나 : 일하다가 중간중간 불안해지고, 그 정도... 첫 번째 파혼했을 때는 죽고 싶고 그런생각 들고, 나는 결혼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D : 그게 인제 연이 아닌거지...
나 : 그래도 이번에는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게 있어요. 그래서 병원도 제발로 찾아 왔구요.
D : 그게 어떻게 보면 안 좋은 일이지만 하여튼 좋은 일이 된 걸꺼에요. 처음부터 헤어지는 게 낫지 평생 그래야 돼.. 신혼여행가면 신혼여행까지 쫓아오고, 신혼여행 갔다 오면서 깨지는 경우도 있고. 그럴 때 남자가 중심을 잡아가지고 그래야지 이 지경까지 왔다면 힘든거야, 남자입장도 외동이라 이해는 해야겠지만 요새 외동 아닌 집이 어딨어... 지금 힘든 거는 일시적인 거라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고 잘 됐다고 하세요. 사전에 예방한거니깐. 열심히 일하고 그래야 회복도 빠르고...
나 : 그래서 휴가안내고... 일하고 정상처럼 살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D : 괜찮아질 거에요. 약을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드릴게요. 일주일 뒤에 오세요.
나는 정상으로 가고 싶어 제발로 정신과를 찾아갔다. 그리고 닥터쌤이 말한 일주일이 아닌 며칠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