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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애 Dec 29. 2022

'임장'이 뭔데요?

'여순광'을 아시나요.

 부동산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광경을 처음 목도한 건 20년 전쯤이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강남과 비강남이 나누어지던 그 시기를 똑똑히 기억한다.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닌 사는(living) 곳이라던 대국민 계몽(?) 문구도 떠오른다. 그 뒤로 부동산, 그중에서도 아파트의 가격은 꾸준히 우상향 했다. 지난 1~2년은 유례없는 대상승장을 맞아 3~5억 아파트가 10~20억이 되고 20억 하던 강남 대장 아파트가 40~60억이 되었다. 어느덧 집은 주거의 공간인 동시에 자산의 중심이 되었다. 적어도 30대 이상의 사람들에겐 집이 갖는 의미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신기했다. 어디에 살든 어떤 형태로 살든 내가 만족하는 나의 공간이기만 하면 그만인 거 아닌가 하는 가치관 때문이었다. 타인의 시선에 예민하지 않은 성격 때문일지도 모른다. 깨끗하고, 밝고, 환기 잘 되고, 욕심을 하나 부려보자면 탁 트인 뷰만 있으면 오케이다. 방음 잘 되고, 층간소음 없고, 매너 있는 이웃들까지 있으면 정말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이게 욕심인가?) 강남이 멀어도, 한강이 보이지 않아도 정말 괜찮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보통 30대 이상의 지인들은 '네가 애가 없어서 그래. 나도 애만 없으면 이렇게 신경 안 써.'라고 대답을 했고, 20대 이하는 '맞아요. 집을 어떻게 사요. 저는 집 살 생각 없어요.'라는 대답을 했다. 근로소득과 집값의 괴리를 어릴 적부터 몸으로 익힌 미래세대는 평생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월세라는 거주형태로 이번 생을 살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다. 또래나 윗세대보다 어린 친구들의 말이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쩌면 내가 어린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주변 사람들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임장'이라는 단어가 낯설었던 이유였다. 아빠가 광양에서 거주할 집을 찾아보다 '임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다. 임장. 임장이라고?


 임장.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설명 중 부동산에서의 임장이 의미하는 바와 그나마 비슷한 뜻은 '어떤 일이나 문제가 일어난 현장에 나옴'이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임장이란 해당 부동산이 있는 지역에 직접 찾아가 발품을 파는 일을 일컫는다.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지방 아파트가 갖는 의미와 효용성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아빠가 거주하실 아파트를 구입한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니 매수할 아파트가 있는 지역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가봐야겠다는 판단이었다. 각 동네에는 네이버 거리뷰나 구글 스트리트뷰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는 '그 동네만의 분위기'가 있다. 그 분위기를 캐치해내야 했다. 며칠 뒤, 나는 김포공항에서 여수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여수는 우리나라의 남쪽 끝에 있다.(육지 기준) 지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반도의 남쪽 끝에는 목포도 통영도 위치해 있지만, 민항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이 들어서있는 건 오직 여수와 부산뿐이다. 부산은 동남쪽 끝에, 여수는 남해라인 가운데즈음 위치한다.


 많고 많은 남해라인 도시들 중 여수가 대표 격이 된 연유는 공항과 KTX 종착역이 위치했기 때문일 테다.(물론 장범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소축척 지도엔 여수만이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당연히) 여수 주변엔 수많은 중소도시들이 있는데, 그중 여수의 찐친이라 부를 수 있는 도시는 순천과 광양이다. 여수에는 여수산단으로 대표되는 공업단지가, 광양에는 포스코로 대표되는 공장지대가, 순천엔 여수와 광양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여수와 광양에도 아파트들이 많이 있지만, 공장지대와 떨어진 곳에 거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순천을 찾는다. 순천이 베드타운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유이다.


 그 때문에 여수, 순천, 광양은 하나의 생활권으로 분류된다. '여순광'이라는 고유명사 격 별칭도 있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순천과 광양을 매일 출퇴근하기에 왕복 50km는 멀어도 너무 멀었다.(내 기준) 왕복 50km가 정말 출퇴근하기 적절한 거리일까. 도시에서 도시 간 이동에 더해 도시 내에서 집까지의 이동시간까지 합친다면 과연 왕복 50km는 출퇴근 거리로 적절하다 말할 수 있을까.



 



  여수행 비행기를 타며 행선지는 광양으로 택한 이유였다. 아빠가 광양에서 일을 하시니 광양에 있는 아파트만 보고 자. 심지어 광양은 가격 메리트가 가장 짱짱한, 1억 미만 아파트들이 즐비한 도시가 아니었던가. 직접 가서 보면 어떻게 아파트 가격이 1억 미만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나도 간다, 임장!









next episode. 임장에 어울릴법한 사진은 하나도 없고 밥 먹은 사진만 잔뜩 찍어온 관계로.. 외지인이 본 광양 동네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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