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브런치스토리가 꽤나 시끌시끌했다. 그는 다름 아닌 특정 글들에 대한 수익화와 브런치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 논란 때문. 개편된 브런치스토리에 부당함과 불만을 토로하는 몇몇 글들을 읽고 '응원하기' 기능을 공부했고, '오늘의 연재'가 무엇인지 찾아보았으며, 메인에 노출되는 작가님들의 프로필 아래 '크리에이터' 훈장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리고 나서야 들어와 본 내 브런치스토리에는 역시나 크리에이터 마크가 달려있지 않다. 음? 뭐지? 이거?
다시 한번 공지를 꼼꼼하게 읽은 후에야 크리에이터 마크를 달기 위해선 전문성과 활동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코 발표지원을 지원하면서도 문학 탭 하나 만들지 않는 브런치스토리에서 나는 어떠한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한두 달에 글 하나를 겨우 쓰면서 감히 어떠한 활동성을 논할 수 있을까. 영향력이라고는 몇몇 따스한 작가님들로부터 애정 어린 시선을 받고 있는 게 전부이며, 공신력은 전무하다고 말해도 할 말이 없는데. 내게 크리에이터 딱지가 붙지 않은 건 억울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마음에 남아있는 찝찝함은 아마 본능이었는데,
뭐야? 나도 20회짜리 소설 성실하게 재미있게 잘 집필할 수 있는데 왜 나한테는 의뢰 안 했어? 왜?!?!
하루가 지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크리에이터 마크가 붙지 않은 건 억울하거나 속상한 일이 아니라 참 다행인 일이라고.
소설을 주로 쓰는 내게 브런치스토리는 소설 아닌 글들을 언제든지 쓸 수 있는 하나의 장이고 대나무숲이다. 그런 브런치에서 특정 분야의 인플루언서가 되었다면 나는 아마도 그에 걸맞은 글감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테다. 그렇다면 스스로 업으로 삼은 소설을 쓰듯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이 부담이 되었을 테고, 오래 못 가 이곳을 찾는 일을 멀리하게 되었겠지. 하지만 나는 어떤 분야의 크리에이터도 아니기 때문에 이토록이나 개인적인 감상을 지금도 브런치에 끄적이고 있다. 브런치는 나를 크리에이터로 선정하지 않음으로써 장기적 측면에서 나를 이곳에 붙들어두었다. 이런, 꽤나 현명하잖아.
신기한 건 이런 감정이 정신승리나 자기 위안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사실이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갈수록 크리에이터 마크가 조금 답답해 보인다. 아니,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아무런 감흥도 없고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닌 수익화 모델 때문이다. 브런치스토리팀이 이 글을 읽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수익화모델의 베타버전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조금 이상해 보인다. 수익화가 되면 좋겠다는 요청들을 내부 회의를 통해 잘못 이해한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다.
엽떡세트보다 저렴한 16,800원이 비싸다고 일 년에 책 한 권을 안 사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책을 많이 읽어도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밀리의 서재 등 대여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팬심 가득한 유튜브에 슈퍼챗 만 원을 쏘는 사람도 많지 않은 세상에서 브런치스토리는 글 하나에 최소 3,000원, 최대는 무려 130,000원의 응원비용을 설정했다.(모바일 기준) 어쩌다 이러한 황당무계한 참사가 터지게 되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보는 건 카카오 직원분들의 연봉이 상당하다 보니 글 한 편에 독자 한 명이 십만 원 정도, 쿨하게 지불할 수 있지 않겠어? 설마 글을 쓰는 사람들이 그 정도도 아깝다고? 하는 지독한 오판을 하게 된 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니면 도저히 이해도 설명도 되지 않잖아..
지금의 응원하기 시스템 하에서 응원이란 평소 친분이 있었던 작가님들끼리 응원비용을 주고받는 답방 형태로 진행되거나 평소 해당 작가를 정말 좋아하는 독자님께서 팬심을 가득 담아 후원을 해주시는 형태로밖에는 진행되지 못할 것 같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사람들한테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 생각을 해보다가도, 싸이월드를 거쳐 페이스북으로, 인스타와 유튜브로 옮겨가면서 우린 다 알게 되었잖아요. 어떤 방식이 효율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인가에 대해.
싸이월드 도토리 시스템을 흉내 낼 것도 없이, 브런치스토리 자체가 카카오의 자회사인 만큼 응원은 카카오페이로 할 수 있게 만들면 그만일 테다. 그렇다면 독자보다 작가가 많다는 다소 폐쇄적인 이 공간이 보다 개방적인 장소로 바뀌게 되겠지.
금액은 최소단위를 백 원으로 설정하여 개인이 원하는 글값을 지불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으면 지금 제기되는 대부분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혹여 생길지 모르는 자금세탁 등이 걱정된다면 하루 최대 비용을 10만 원 정도로 설정해 놓으면 그만이다. 물론 브런치스토리에 가입하지 않은 외부 독자에 대한 제재방안은 따로 더 고민하시고.
가장 큰 문제는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작가를 브런치스토리 측에서 설정해 놓았다는 건데, 이건 너무 당연히 그 대상을 작가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독자 수가 한 자리인 작가님들 글 중에서도 응원하고 또 비용을 지불하고 싶었던 글이 얼마나 많은데. 아마도 이 사항이 많은 작가님들을 브런치에 남게 할지 떠나게 만들지를 결정하는 폭파 버튼이 될 것 같다.
더불어 응원하기를 답방 시스템에 머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응원한 독자가 누구인지 이름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안 그러면 응원댓글들 주르륵 있는데 부담스러워서 일반 댓글을 어떻게 쓰냐고요.. 아니면 작가만 볼 수 있게 하거나! 유튜브만큼 브런치스토리가 크게 된다면 응원 독자 이름을 공개하기로 해요, 우리.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라는 마음은 진심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 마음은 '응원하기를 크리에이터만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베타버전 이후에 폐지될 때만 유지되겠지? 그때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련다. 오늘도 가슴에서 우두두두 떨어져 나오는 마음의 소리를 글로 옮겨 적고 계신 모든 작가님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