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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마리토끼 Jan 23. 2023

D+15.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어제 아프다고 해열제와 감기약을 먹고 잠들었던 아이가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제 괜찮다고 한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닌가보다. 6년 전 쯤(그 땐 코로나가 없었다.) 한국에서 오후 비행기를 타고 보라카이를 가기로 한 날,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나서 잠시 고민하다가 소아과 진료를 보고 약을 가지고 비행기를 탔는데 깔리보 공항에 도착하고 그날 밤 숙소에서 열이 나다가 아침에 일어나니 말짱해졌던 일도 있었다. 따뜻한 나라라 감기는 금방 뚝 떨어지나보다.


날씨가 정말 쨍쨍하고 맑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오늘은 숙소에서 오전을 보내고 점심을 먹으러 알로나비치 졸리비로 갔다. 늘 하던대로 50페소에 트라이시클을 타고 알로나비치 졸리비 앞에 내렸다.




  졸리비에서 점심을 먹고 늘 가던 과일주스가게로 갔다. 직원은 이제 우리 얼굴이 익숙해져서 만나면 정말 반갑게 웃으며 반겨준다. 코코넛 쉐이크 두 개를 시키고 240페소를 지불하고 직원이 코코넛을 손질하고 코코넛 주스를 믹서에 넣고 코코넛 과육을 뜨려는 순간! 헙. 정전이 되었다. 띠로리~ 직원이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고 언제 전기가 들어올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돈을 돌려줄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코코넛을 다 까 놓아서 환불을 해줄 수는 없나보다. 뭐 환불을 해달라고도 안 했다. 기다리겠다고 “위 해브 머치 타임!”이라고 말하니 막 웃는다. 그런데 한 삼십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그래서 제임스 브라운씨에게 걸어놓은 디파짓 500페소를 해결하기로 했다. 호핑 캔슬 통화를 할 때 호핑을 할거면 다시 연락달라고 한걸 보니 디파짓을 빼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호핑을 3명이서 4000페소에 할 수는 없으니 호핑은 다른 업체에 하고 반딧불을 제임스를 만나서 해달라고 해야겠다.


  과일주스가게 아저씨(라고 쓰지만 나보다 어려보인다.)에게 제임스 브라운을 아냐고 했더니 자기 친구라고 이 근처에 있을 거다, 자기가 연락을 해보고 이리로 올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라고 한다. 기다리는 중에 어떤 아저씨가 와서 호핑투어 호객을 하고 다른 아저씨가 와서 진주목걸이 영업을 한다. 다 안 한다고 괜찮다고 돌려보내고 하염없이 가게 앞 의자에 앉아있었다.


   덥다. 게다가 오늘은 보홀 온 지 보름 중에 두 번째로 쨍쨍한 날 같다. 덥다. 아직도 전력은 복구가 안된다. 다시 과일가게 아저씨에게 제임스 브라운은 아직 소식 없냐고 물어보았다. 옆에 여자직원이 말한다. “제임스 브라운 아까 왔다 갔잖아.” 띠용~!!! 이게 무슨 소리!!!! 아... 아까 제임스 브라운 닮았다고 생각한 그 호객꾼이 제임스 브라운이었구나!! 그럼 나한테 저 사람이라고 말 좀 해주지!!!! 그렇게 애타게 찾는거 봤으면서!!!!


  흑. 내가 그 사람 얼굴이 기억이 안났다, 다시 불러줄수 있느냐 이야기했더니 자기 전화기가 뭐가 어떻게되어서(못알아들었다) 안된다며(이건 확실히 알아들었다) 지나가는 다른 사람(다 자기네끼리 친구인가보다)에게 제임스 브라운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이야기한다. 한참 있다가 제임스 브라운이 다시 왔다!! 오!! 이제 확실히 알아보겠다!! 반갑다!!!


  제임스 브라운씨가 아까 너가 다 안한다 그랬잖아 라고 이야기한다. 어 맞아! 너한테 다시 예약할라 그랬지! 미안하다. 내 친구가 비행기를 놓쳐서 호핑은 못하게되었어. 대신 반딧불 투어를 할거야. 얼마에 해줄래?


 제임스 브라운씨는 인당 천페소를 부른다. 뭐라고?! 그럼 삼천페소? 사왕마켓가는 트라이시클 아저씨가 원래 세명에 1500페소인데 나는 1200페소로 깎아준다 해준다 했는데? 했더니

사왕마켓가는 길 트랑시클 아저씨가 보여준 가격. 맨 밑에 파이어플라이(반딧불) 1,500페소


그건 저스트 트라이시클만이고 나는 보트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라고 한다. 어? 그럼 트라이시클 아저씨는 보트는 알아서 타라고 하고 추가금액을 내라는 건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1000페소는 할 수가 없다. 그럼 800페소에 해준다고 한다. 그것도 나는 ‘No.’. 왜냐하면 ‘발레로소 랄레’에 가면 인당 600페소인걸 내가 아는데, 내가 제임스 브라운에게 하는 이유는 500페소 디파짓 때문인데 800페소면 500페소 디파짓을 포기해도 발레로소 랄레가 더 싸다. 그래서 인당 600페소에 안 되겠냐 하니 한참, 아주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오케이를 한다. 그러면서 디파짓 1500페소를 하고 만나면 300페소를 달라고 한다. ‘왓??!!’(이거는 마음 속으로 생각) 이미 지불한 디파짓 오백은 빼줘야지!(이거는 입밖으로 나옴) 했더니 그건 내가 약속을 어긴거라 안 해준다고 한다. 아니 그럼!! 디파짓 빼주지도 않을거면서 다시 연락하라고 한거야?


  흠.... 같은 가격이면 나는 발레로소 랄레에 가지. 제임스 브라운씨는 어디에 있는지 연락도 잘 안되고 발레로소 랄레는 독일인 사장이 오피스를 가지고 운영하는 곳인걸? 그럼 발레로소 랄레가 더 안전하다는 뜻인데 내가 왜 제임스씨에게 반딧불 투어를 맡기겠어? 라고 물론 속으로만 생각했다. “제임스씨, 디파짓을 안빼준다면 500페소에 해주세요. (나에게 지금 할애한 시간은 너무 미안하지만) 안 그러면 못해요.” 제임스 브라운씨는 그렇게는 못 해준다며 어금니를 꽉 깨문 얼굴로 현장을 떠났다.


  하...우리 만날때는 5년만에 만난 형제마냥 반가운 얼굴이었는데 떠날 때는 서로 빈정이 상하다니. 서로 시간쓰고 빈정만 상했다. 흑.

  

  아직도 전력은 소식이 없었다. 너무 더워서 우리 나중에 다시 온다고 말하고 발레로소 랄레로 반딧불 투어를 예약하러 갔다. 알로나비치에서 BDO은행 가는 길 맞은편에 있었다.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지 아예 한국어로 안내가 되어있다.



발레로소 랄레 사무실

  내일 날짜를 원한다 했더니 내일 6시까지 여기 오피스로 오라고 한다. 내일 알로나비치에서 식사를 하고 여기로 오면 되겠다. 반딧불 투어 예약을 하고 알로나비치쪽으로 걸어갔다.

발레로소 랄레 가격

오늘 역대급으로 날씨가 쨍쨍했다. 하늘도 예쁘고 구름도 예뻐서 오늘 길에 사진을 찍었다.   



  걸어다니다보니 너무 더워서 알로나비치쪽으로 와서 맥도날드에 들어갔다. 벌써 네시다. 아직도 전력복구는 안되었다고 한다. 맥도날드에서 행운이는 아이스크림을 나는 커피를 마셨다.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솔드아웃이어서 그냥 아이스 커피를 마셨는데 달달한 더위사냥 맛이었다.


  맥도날드에서 더위를 식히고 알로나비치 쪽으로 가서 바다를 즐기기로 했다. 하늘이 예뻐서 해변에서 예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석양이 지는 시간이 되어 비치에 있는 오아시스라는 바(bar)로 들어갔다. 산미구엘이랑 깔라마이를 시켰다.

  깔라마이는 필리핀 오징어튀김이다. 한국 오징어튀김 맛이었다. 맛있게 먹으며 맥주와 함께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석양이 정말 예뻤다. 처음엔 황금빛으로 물들다가 나중엔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오늘 핑크 비치드레스를 입었는데 사진을 찍으니 석양과 옷색깔이 잘 어울려서 기분이 좋았다.



지는 석양을 다 보고 코코넛 주스가게를 갔다. 전력이 복구되었는지 물어보니 15분 전에 복구되었다고 한다. 딱 적절한 타이밍에 왔다. 원래는 시럽을 한스푼 넣는데 오늘은 설탕을 빼달라고 했다. 나는 밍밍하지만 노슈거도 나름의 매력이 있는 고소한 맛이었는데 아이는 밍밍한 그 맛이 별로였는지 다음부터 반은 넣어야겠다고 한다.


  코코넛 주스를 마시며 해변을 걷고 있는데 행운이가 밤바다를 보며 노래를 부르자고 한다. 비치 앞 계단에 앉아 아이랑 같이 노래를 불렀다.     



밤 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너는 내가 사랑하니까 또 소중하니까.

오직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외치고 싶어

그저 내 곁에만 있어 줘. 떠나지 말아줘.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엄마 마음이야.”


 애는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계속 노래를 부른다. 밤바다 앞에서 밤하늘의 별을 노래한 시간. 이 시간은 나에게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이다.            



#보홀

#보홀여행

#발레로소랄레

#반딧불투어

#밤바다

#알로나비치석양엔핑크비치드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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