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의 쪽쪽이

우리에겐 니나처럼 '쪽쪽이'가 필요하다.

by 이네스

“니나의 쪽쪽이”(la tetine de NINA) : 글 크리스틴 노만 빌맹 / 그림 마리안 바실롱

이 그림책은 우리나라에서 2005년 "니나의 젖꼭지"로 첫 발행되었다가 2018년 "니나의 쪽쪽이"라는 제목으로 재발행되었다. 제목이 바뀌어 재발행된 것은 아주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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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노만 빌맹은 프랑스 어린이 그림책 작가로 < la tetine de NINA>를 2004에 세상에 내놨다. 이 그림책은 니나, 라는 아이의 이야기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며 그것을 충분히 누리면서 자유롭게 자기 삶을 한 발짝씩 내딛으며 개척하고 있다.


니나는 늘 쪽쪽이를 입에 물고 산다. 그런 니나 옆에서 엄마는 니나에게 언제까지 쪽쪽이를 빨 거냐고, 여러 가지 상황을 예로 들어 물어본다. 니나는 당당하게 말한다. 산책할 때도, 수영할 때도, 커서 일을 할 때도, 결혼할 때도 늘 쪽쪽이를 가지고 있겠다고 말이다. 단 맛있는 케이크이나 초콜릿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

어느 날, 밖에서 무시무시한 늑대를 만난다. 냄새나고 화가 잔뜩 난 굶주린 늑대다. 아이를 잡아먹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늑대에게 니나는 '날 조용히 내버려 달라'라고 말한다. 쪽쪽이를 물고서 말이다. 쪽쪽이 때문에 발음이 부정확해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니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늑대는 재차 묻는다. “뭐라고?” 니나는 쪽쪽이를 빼고 늑대에게 크게 소리친다. 밉상인 데다가 친절하지도 않고 나쁜 냄새까지 난다고 말이다. 니나의 말에 더욱더 화가 난 늑대는 진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때 니나는 자신이 아끼는 쪽쪽이를 늑대에게 물려준다. “자, 이걸 빨아, 이게 너를 진정시켜줄 거야” 하면서. 쪽쪽이를 입에 문 늑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를 잡아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채 얌전해져 숲으로 사라진다. 쪽쪽이가 없는 니나를 보고 엄마는 궁금해한다. 니나는 유쾌하게 말한다. 쪽쪽이가 정말 필요한 누군가에게 줬다고 말이다.


질문과 대화를 통해 상대방에 대해서 알아간다

일반적으로 젖을 빨고 뗄 무렵의 아이에게서, 우리나라에서는 공갈젖꼭지라고 널리 알려져 있는, '쪽쪽이'를 물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갖게 하는 이유에서이다. 때론 아이가 자라면서도 그것을 계속 원한다면 엄마는 걱정을 하게 된다. 그만 뗄 나이인데, 언제까지 '쪽쪽이'를 물고 있을 건가...,라고 말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아이에게서 '쪽쪽이'를 떼어낼 궁리를 한다. '쪽쪽이'를 계속 물고 빠는 것을 '좋지 않은 습관'으로 여겨 아이의 좋지 않은 습관은 빨리 고쳐야 하는 게 엄마의 임무인 것처럼 말이다.

니나 엄마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니나 엄마는 강제로 혹은 강요해서 니나에게서 그것을 떼어내지는 않는다. 니나에게 물어본다. 엄마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준으로 니나를 적용해 걱정이나 우려를 하기보다는, 니나에게 직접 물어본다. 궁금하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쪽쪽이 빨 거야? 산책할 때도 수영할 때도, 커서 일하러 갈 때도, 결혼할 때도, 니나는 자기가 좋아하는 쪽쪽이를 물고 있을 것을 상상을 하니 더없이 행복하다. 니나는 당연히 쪽쪽이와 함께 할 것임을 밝힌다. 엄마는 니나의 대답에서 니나가 쪽쪽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것을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는 니나의 생각을 알게 된다. 질문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다. 질문으로 소통하는 아이와 엄마와의 동등한 관계가 편안해 보인다.


어린이는 위험에 대한 금기가 없다

어느 날, 니나는 무시무시한 굶주린 늑대를 만난다. 늑대는 니나를 보자마자 으르렁거리며 잡아먹겠다고 위협한다. 무서워 겁에 질릴 만도 하다. 놀라 달아날 만도 하다. 그러나 니나는 조용히 자기를 내버려달라고 말한다. 쪽쪽이를 입에 물고서 말이다. 그 시간 정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무척 당당하다. 여기에서 어린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는 위험에 대한 금기와 편견이 없다. 덩치도 크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잡아먹겠다고 위협하는 누군가를 '위험'으로 간주하고 지레 겁먹고 위축되기보다는, 그 비논리적인 위협에 ‘나의 평온함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니나처럼 말할 수 있는 것은 편견과 금기가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가진 힘만 믿고 무작정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니나에게 늑대에 대한 편견이 아주 없을 리 없다. 듣고 싶지 않아도, 보고 싶지 않아도 사회의 위험이 될 만한 것들은 우리 주위를 맴돌며 위협하고 있다고 부모는 그 위험에 대한 주의 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니 말이다. 자신의 평온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말 귀까지 잘 못 알아듣는 늑대에게, 밉상인 데다가 친절하지도 않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소리치는 이유를 거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니나는 동시에 화가 나 으르렁 거리는 늑대에게 안타까움을 느낀다. 늑대가 폭력적으로 위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일단 그 자리를 피할 수도 있지만,

니나는 늑대에게 자신의 쪽쪽이를 선뜻 물려준다. 잔뜩 화가 난 늑대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다. 누군가 옆에서 울고 있을 때, 분노에 차올라 있을 때 자기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달래고 싶은 마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자신이 무척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을 - 산책할 때도, 수영할 때도 일을 할 때도 결혼할 때도 입에 물고 있겠다던 - 나보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누군가에게 선뜻 내어줄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을 일상에서 얼마나 느끼면 살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니나는 쪽쪽이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늘 평온하고 행복하다. 때문에 화가 난 늑대가 쪽쪽이를 물고 있으면 자신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니나의 마음이 늑대에게 통한다. 늑대는 자신을 외모로 그리고 사회적인 편견으로 기피하거나 두려움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아끼는 물건을 선뜻 나누어 주는 니나의 마음에서 그리고 '쪽쪽이'를 물고 평온함을 찾는다. 늑대는 폭력성을 버린다. 숲으로 사라진 늑대가 다시는 아이들을 잡아먹으려고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늑대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 늑대의 삶이 변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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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니나가 쪽쪽이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보고 궁금해한다. 그리고 묻는다. 니나는 유쾌하게 대답한다. 쪽쪽이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것을 내어주었다고 말이다.


어린이는 관계를 통해서 성찰하고 성장한다.

엄마는 아이에 대해 모두 알 수는 없다. 날마다 아이에게 질문하면서 아이에 대해 조금씩, 구체적으로 알아갈 수 있다. 아이는 엄마와의 동등한 관계를 통해 폭력으로 위협하는 상대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용기를 드러내며, 누군가가 분노에 차 올라 힘들어할 때 자신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었던 아끼는 물건을 선뜻 내어주며 삶을 나눈다. 행복해지는 그림책이다. 마리안 바실롱의 그림 또한 니나의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모자람이 없다. 니나가 이후 자기만의 인생의 길을 어떻게 개척해나가는지 궁금해진다. 니나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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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족쪽이'는 무엇일까? 가끔은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우울할 때, 혹은 기분 좋을 때도 니나처럼 '쪽쪽이'가 필요하다. 내가 즐겨 찾는 그 무엇이, 커피일 수도 있고 영화 한 편, 책 한 권, 시 한 편 일 수 있다. 가금은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나 만의 '쪽쪽이'일 수 있다. 누구에게나 '쪽쪽이'가 필요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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