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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Dec 05. 2022

네가 울었던 이유

근래 상윤이는 평소 잘 들어가던 수업에,

또 제일 좋아하는 수업임에도

들어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렸다.

 

처음에는 상윤이가 성장함에 따라 자아가 강해지는 시기라

- 이제 공부가 싫어진 상윤이가 - 떼를 쓰는 거라 생각했다.

(자폐 아이를 키우는데 9살은 육아 최고 난이도라고 부모교육 때 들은 적도 있기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했다.

그렇게 들어가지 않겠다 고집을 부린 후,

다음에 다시 그 수업에 들어갈 때는 너무 순순히 잘 들어가는 것이었다.

'뭐지?'

나는 상윤이의 고집에 대처하기 위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허무한 순간이었다.


특히, 상윤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인 난타는

너무 신나게 치다가 북채에 얼굴을 맞아 울면서 나왔다가도

금세 울음을 그치고 다시 들어가던 수업이었는데,

하루는 50분 내내 "집에 갈래!" 소리치며 엉엉 우는 것이었다.


울면서도 노래가 시작되면 북을 너무 열심히 치니

선생님은 안쓰러우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나는 이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되나 어쩌나 밖에서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다.


다음 난타수업 때 또 울면 어쩌나 두근두근 긴장하며 보냈는데,

또 그날은 신이 나서 껑충껑충 뛰며 들어가는 거였다.


나는 이 아이의 행동 문제를 단순히 회피라고만 생각했는데,

회피의 원인을 도무지 종잡지 못하다가

상윤이의 '강박에 의한 불안함에서 나온 행동'임을 알게 되었다.


상윤이는 아기 때부터 순서나 규칙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꼭 다니던 길로만 다녀야 하고,

들어가던 문으로만 들어가야 하는 강박적 행동.

상윤이가 예상한 루틴에서 벗어난 행동은 견딜 수 없어했다.


예를 들면,

치료실을 가는 도중 편의점을 들린다거나,

화장실에 들린다거나 하면

그날은 울어서 치료를 못하는 날이다.


한동안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근래 어째 '애가 왜 이렇게 불안해하지?' 싶더니 다시 그 강박이 높아졌나 보다.


상윤이가 울었던 수업들 대부분

상윤이가 예상치 못한 돌발적 상황들이 있었다.


집에 있다가 센터에 가던 화요일에 마트 구경을 하고 센터를 갔다든지,

음악줄넘기를 하고 공강에 복지관에서 놀다가 난타를 하러 가곤 했는데

공강 시간 잠깐 집에 들렀다가 다시 난타를 하러 갔다든지,

친구가 오길 기다렸다 친구 손잡고 들어가던 짝수업에 혼자 선생님과 들어갔다든지 하는...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

그래서 어렵다.

다른 아이들이었다면 울지 않았을 그런 상황도,

다른 아이들이었다면 이해시킬 수 있었던 그런 상황도,

다른 아이들이었다면 쉽게 알 수 있었던 고집의 이유도,


나 조차도 이 아이랑 달라서

왜 그게 그렇게 불안한지 잘 모르겠고,

어떻게 이해시켜야 될지 잘 모르겠고,

알 수 없는 눈물의 이유를 혼자 계속 추측하고 생각해내야 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힘이 든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네 맘을 알아주겠어...







내 맘은

누가 알아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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