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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영 Dec 06. 2022

돌발적 상황에는 나도 속수무책이야

2022년 12월 5일 월요일


12월엔 상윤이의 수업 스케줄에 변동이 많다.


상윤이의 수업은 쿠팡 장바구니 같다.

너무 많다고 몇 개를 빼고 나서

새로운 물건들을 구경하다가 맘에 드는 하나씩 넣다 보면

어느샌가 뺀 것보다 더 많이 들어있게 되는 마법 바구니.


정작 필요한 건 빼놓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잔뜩 사게 돼서

결국 또다시 기웃기웃 거리게 되는 쿠팡의 굴레.


상윤이에게 스케줄에 대해 미리 고지해 두지 않으면 

이 아이는 불안하고 어쩔 줄 몰라 울어버리고 말 테니,

나는 상윤이가 눈을 뜬 순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오늘의 변동된 스케줄을 미리 읊어주었다.


"오늘은!" 하고 운을 띄우면

상윤이는 이제 '엄마가 스케줄을 말해주려나 보다.' 알고

"네." 대답하고는 말에 집중한다.


"소장님, 체육 갈 거야. 언어는 안 해요."

"12월 5일 월요일, 소장님 갔다가 체육 갈 거야. 어디 간다고 그랬지?"

"15시 30분이 되면 소장님 갈 거야. 언어는 안 갈 거야."

"이제 언어는 수요일에 갈 거야. 월요일에는 안 가요. 소장님만 가요."


말로 알려주고,

달력에 직접 써서 보여주고,

말해주고 또 말해줘야 된다.

상윤이는 '왜?'라는 것에 대한 이해가 어려운 아이니깐

그냥 각인시킬 수밖에...


그렇게 언어 수업시간이 왜 변동되었는지에 대해 상윤이 표정에는 물음표가 떠있지만

'엄마가 오늘 언어 수업 안 하고 소장님 수업만 한다고 했으니깐.'

하고 넘어가는 듯했다.

무사히 오후 3시 30분에 집에서 출발해 소장님 수업까지 마쳤다.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특수체육 수업에 가려고 할 때 전화가 왔다.

선생님 차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오늘 수업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다른 아이였으면 어땠을까?

수업이 펑크가 났다고 했을 때.

좋아서 환호성을 지르지 않았을까?

갑자기 생긴 자유시간에 신이 나지 않았을까?


그러나 뒷좌석에 앉아있던 아이는 

"상윤아 오늘 체육 안 가요. 체육 선생님 차가 고장 났어. 체육 안 갈 거야."

라는 말에

"네!"라고 대답하고는 (대답은 잘한다.)

울먹울먹 눈물이 고이더니 매우 초조한 기색을 내비친다.


기분전환을 시켜줄까 싶어,

"상윤이 돈가스 먹으러 갈까? 집에 갈까?" 물었더니,

"돈가스 먹으러 갈까?" 하기에 집에 가는 방향에 차를 세워 돈가스 가게에 들어갔다.


나는 이 아이를 8년 동안 키워왔음에도 또 무지한 선택을 했다.

이미 스케줄이 취소되는 돌발적 상황으로 불안한 아이에게

또 새로운 돌발적 상황을 연달아 제시한 것.

집에 갔어야 했다. 그랬으면 덜 불안했다.


'돈가스는 맛이 있지만 마음이 불안해서 잘 넘어가지 않는다.

빨리 여기를 나가 집에 가고 싶다.'

라고 표정으로, 행동으로 상윤이는 말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울음이 터졌다. 

울면서 집에 들어와서는 침대 커버 속으로 들어간다.


"엄마가 안아줄까?"

물으니 스르르 나와 포옥 안기는 아홉 살 아이.

한참을 꼭 안고 있다가

갑자기 웃으며 책을 꺼내 보다가,

다시 또 입술이 삐죽 눈물이 나는 그런 너의 감정선.

정말 나는 알 수가 없다.


늘 겪는 이 상황이 익숙해질 법도 한데,

늘 새롭고 혼란스러운 나도 알 수가 없고...


내일은 또 많이 바뀐 스케줄로 인해 상윤이에게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더 힘든 하루가 되겠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바뀐 스케줄에 혼란스럽지 않도록 알려주는 것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부디 급작스러운 상황은 나타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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