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스스로의 내면에 질문을 많이 던지는 책

by 나무껍질

오늘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느낀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 책은 사실 내가 독서토론에 올렸던 책인데, 운좋게 선정이 되서 읽어봄.

사실 나는 유시민 작가가 베스트 셀러작가다 정도만 알고있고,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인지 몰랐다.

우연히 유시민 작가가 20대에 쓴 항소이유서를 읽어보게 되었는데, 꽉 들어찬 논리구조와 설득력에 당색을 떠나 언젠가 이 사람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선 스포를 하자면, 꽉 들어찬 논리를 기대했던 나의 예상과 기대에 이 책은 부합하지 못했다.

실망이다 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기대한 범주에 있는 책은 아닌듯 싶다.

이 책은 초반에 정치얘기가 등장한다.

독서토론 사람들 중에 일부는 이 책이 오히려 생각보다 정치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하지만, 나는 정치이야기가 많이 등장했다고 느끼며 읽었다.

이미 항소이유서를 읽었던 나는 정치를 떠나 이 사람이 글을 정말 잘 쓰는 사람이구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정치 이야기가 책에서 등장했을때 더 예민했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유시민이라는 작가의 일생에서 정치를 과연 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정치색은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

다행인건 뒷부분으로 갈수록 정치얘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더 몰입해서 읽었다.


자신만의 철학과 삶에 대한 고찰을 적은 책은 세상에 많다.

이 책의 작가도 자신만의 철학과 삶에 대해 고민한 흔적들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자기만의 신념이 확고해졌는지도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이 책에서 유독 와닿았던 부분은 다른 부분이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그저 새로운 생명일 뿐, 과거의 기억을 가지고 미래의 이상을 보면서 매순간 현재를 산 주체가 아니다.
막 태어난 아기에게는 아직 삶의 스토리가 없다.
살아가면서 만들게 될 것이다.

유독 이 문장이 나에게 와닿았던 이유는 어른들의 가치관과 그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혼자 밥도 해먹고, 스스로 일해서 번 돈으로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는데도 어른들은 여전히 아이보듯 자신만의 신념을 투영해서 내 삶에 조언을 한다.

때때로만 유익하다고 느끼는 이 조언들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전하는 진심때문이다.

자신의 삶에서 옳다고 믿는 점들을 온 마음을 다해 내게 전하고 가르쳐주시지만, 돌이켜보면 그 가르침을 온전히 다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해 미약한 부채감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재 내가 살아온 삶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을 강요하는데에서 오는 반항심과 답답함,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그런 내 마음이 무한한 사랑에 대한 배신이라는 죄책감이 든다.

왜 이런 역설적인 감정이 드는지 모르지만, 나라는 사람은 그렇다.

반항심이 더 강할때는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참지 못하고 대들고 맞서기도 한다.

자신들의 삶에서는 과연 그 신념을 증명했는가, 왜 반대로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고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지 않는가 하고서 분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을때는 어렴풋이 그 이유를 알았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과거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막연히 미래의 이상만을 보면서 현재를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그들과 과거를 공유하지 못한 나는 그들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더 나이가 들었을때 나보다 더 어린 누군가의 생각을 존중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을거라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좋았던 것 같다.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다른 책에서 더 많이 했던 것 같지만, 세대를 넘어선 화합을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라몬 삼페드로에 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자기를 존중하고 돌봐주는 사람들을 만지거나 손을 잡을 수 업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표현할 수 없다.

머리로는 사랑을 알 수 있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느낄 수 없는 삶.

그것은 지옥이었다는 점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유독 다른 사람들보다 감정적인 편인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감정에 관한 질문을 하곤한다.

대부분의 결론은 감정은 부정적인 것으로 난다.

하지만 요즘들어 생각이 조금 달라지는 것 같다.

어쩌면 사람이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감정을 많이 표현하고 살아야한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머리로 이해하는 사랑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표현하는 삶을 사는것이 진정한 삶이 아닐까하고서 라몬 삼페드로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직업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사람들은 직업에서 돈만이 아니라 심리적만족을 추구하며 인간적 존엄과 품격을 실현하려고 한다.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면 행복한 삶을 누리기 어렵다.

최근에 이직준비를 하며 여기저기 원서를 써서인지 이 부분에서도 생각이 많아졌다.


어느순간부터인가 직업이 아닌 직장과 직무를 생각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하지만 또 막상 직장에 가면 경제활동 뿐만아닌 다른 가치들을 찾게된다.

돈벌러 나온 직장에서 내가 추구하는 다른 가치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하지만, 내 내면은 그러한 가치들을 무시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업을 직장과 동일시하며 단순히 경제활동을 위한 도구로 생각해왔다는 점이다.

직장에서 내가 바라는 모든 이상을 다 이루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오히려 직장과 나의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것을 분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적어도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일만 아니라면 직장에서 오래 업무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합일치 되면 좋겠지만, 쉬운일은 아니다.

새로운 직장을 찾고서라도 계속해서 내가 심리적 만족을 찾을 수 있는 나의 직업은 무엇인가 하고서 고민하게 될것 같다.


책을 읽고서 한 독서토론에서 '재능'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책에서도 재능과 열정에 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가진 열정과 재능이 불일치한다면 그걸 깨닫는 순간이 얼마나 괴로울지 벌써 마음이 안좋다.

어쩌면 내가 스스로 알게모르게 많이 깨닫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만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재능을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영역'으로 정의했다.

아무리 바꾸려고 노력하고 다른 것을 동경해도 바뀌지 않는 영역이 있다.

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그 영역이 맞지 않는다면 영역을 감추는 방법을 배우곤 한다.

요즘 참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신만의 영역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 때문이다.

의도치않게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그 행복감과 부푼 마음은 이루 말할 수없다.


열정과 재능이 불일치한다면 스스로가 가진 재능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탓만하고 자기의 다른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 된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긴 시간은 스스로가 가진 재능을 발견하고, 탐색하며 그 재능을 이용해서 즐거운 부분을 만들어가기 위한 장치일지 모른다.

내가 가진 재능과 열정의 불일치를 탓할 에너지로 내가 가진 재능의 작은 면에서라도 열정을 피울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읽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비행기 사고에 대한 상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만약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게 10분이 주어졌을 때, 내 손에 있는 휴대폰으로 누구에게 전화를 걸 것인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이 부분을 읽을때 회사 회의실에서 점심시간에 읽었는데 혼자 눈물 범벅이었다.

참 상상에도 몰입력 좋은 나란인간...

이 책의 저자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전화통화를 마친 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10분 풀로 꽉꽉 채워서 알차게 통화할 것이다.

집에는 너무 미안하지만 지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전화를 할 것 같다.

언제나 걱정많고 생각많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그에게 전화해서, 그 10분만큼은 걱정보다는 일상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사랑한다고 남기고 평소의 일상처럼 전화를 끊을 것 같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그사람이 슬퍼할 시간이 더 늘어나기만 할거라 되도록 내 전화가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은 늦게 알면 좋겠다.

지금 상상하면서 글쓰는데 눈물주룩주룩 난다.


독서토론에서 누군가 이 책은 '저자가 스스로 살고싶은 삶의 방향성을 적어놓고 다짐하는 책'이라고 평했는데, 이 평가에 공감한다.

특히 책의 마지막에서는 나이가 들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싶은지에 대한 저자의 다짐이 유독 도드라졌다.

하지만, 솔직히 이 부분에서는 내가 당사자가 아니라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고 그냥 '이 사람은 이런 다짐을 했구나'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독후감을 쓰려고 한 글인데 막상 쓰고 나니까 내 감정풀이만 쓴듯한 느낌이지만, 내가 쓴 글은 늘 내가 느낀점이라 어쩔 수 없는듯.

솔직히 말해서 손이 또 갈것 같은 책은 아니라서 한번 읽었으니 중고로 팔것 같지만, 한 2~30년 후에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보고 싶기는 한다.

그때는 과연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그리고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과 어떻게 다른 평가를 할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논리적인 책이라기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 질문을 많이 던지는 책'이라고 평하고 이상으로 독후감을 마치겠다.

끝~@



#유시민작가 #어떻게살것인가 #독후감 #어떻게살것인가책 #베스트셀러 #어떻게살것인가느낀점 #어떻게살것인가독후감 #어떻게살것인가총평 #독서기록 #독서토론 #재능 #인문학 #인문학책추천 #유시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성선설과 성악설, 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