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달라도 반복되는 문제들,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책
책을 구매하게 된건 교보문고를 구경하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우연히 발견해서다.
아무 생각없이 열어본 첫글, 사육신의 대표인물인 성삼문의 답변에서 무척이나 감명을 받았기 때문에 바로 구매했다.
평소에 나는 꽤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적 인물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늘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들이 저평가되어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그 시대의 천재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과거시험 주제를 왕이 질문하고 각 인물들이 자신의 생각으로 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책문의 배치가 시대순이라서 조선역사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느끼면서 책을 읽었고,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그 이름이 알려진 인물들이 각 시대에서 가졌던 신념과 열정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각 책문의 마지막에는 저자의 글과 해석이 덧붙여져있다.
그래서인지 책문에 나와있지 않은 내용을 같이 생각하게되기도 하고 책문에 답하면서 인용했던 내용도 챕터별 각주에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동양사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에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책문을 제출하여 관료로 출사한 선비들도 거의 대부분 재빨리 권력집단으로 흡수되어서 구악의 청산을 부르짖던 사람이 청산의 대상이 되는 역설을 반복하였지만 적어도 이들은 관료로 출사하는 첫 관문에서만큼은 한 사회의 지식인으로서 시대적 과제를 자임하고 있었다.
누구나 처음엔 이상과 열정을 품지만 시간이 지나면 권력에 흡수되거나 타협하게 되는 역설.
책의 초반에 나온 내용인데 바로 마음을 울렸다.
누구나 시작은 찬란하다는 뜻일까.
최근에 원하는 기업에 입사를 하게되어서 더 이부분이 와닿았을 수도 있다.
큰 꿈과 포부를 가진 시작, 시간이지나면서 점차 시작의 마음가짐이 흐려진다.
그러나 빛이 바랬다고 해서 찬란했던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젊은 인재들의 꿈을 느꼈다.
평화 속에서도 병사와 관료는 자신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경고.
책문에서 병사들이 제대로 훈련되어 있지 않음을 지적하는 말로 나왔다.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지 않고 능력이 없는 병사를 계속 두는것은 그 의미를 흐리게 만드는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이 말을 되새기며 언제나처럼 준비하고 대비해야한다는 다짐을 하게만든다.
일이 순조로울 때일수록 스스로를 단단히 훈련시켜야 하는법이다.
사화 이야기가 등장할때 나온 부분인데, 시기가 적당하지 않다고 해서 한탄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시대를 노리고 끊임없이 교육하고 준비했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원래 다 때가 있는 법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
유대인의 탈무드 이야기도 생각나게 했다.
신숙주의 판단력과 사육신의 기개, 서로 다른 길을 걸은 인물들의 선택과 역사의 평가.
이책에서 가장 의외였던 인물이 바로 신숙주라는 인물이다.
'배신자'로 알려진 신숙주라는 인물이 굉장히 실은 시대적 문제의 핵심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놀랐다.
역시 한 시대에 어떻게든 이름난 사람들은 이유가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육신의 젊은 영혼들의 기개와 신숙주의 업적을 함께 저울질해본다면,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쪽으로 더 마음이 쓰인다.
애초에 그런 마음가짐이면 무슨 일이든 못할까.
그 시대의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상상하게 했다.
상황논리로 역사를 평가한다면, 논리가 비약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제 시대에 부역한 사람들도 할말이 있고, 유신시대와 군부독재 시대를 주도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을터이다.
세상에 사정이 없는 사람은 없고, 말은 다 번지르르하게 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역사를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과연 그 순간들의 선택에 이렇게 합리화를 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이 문장은 작년에 우리나라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잘 다스려지는 시대에 현명한 사람이 많은것은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대의 추세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어지러운 시대에 간사한 사람이 많은 것은 운명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시대의 추세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좋은 지도자가 환경을 만들면 인재는 자연스럽게 모인다.
좋은 스승의 아래서는 훌륭한 제자들이 많이 나는 법이고, 망나니같은 사람들 주변에는 망나니가 많은 법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 있듯이 인재는 시대에 따라 양성되는 정도가 다르다.
어쩌면 왕의 역할은 인재를 양성하고 등용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었을까 한다.
조금 더 개인사와 엮어보자면, 회사나 조직에서도 그 개인이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것은 시스템과 분위기다.
문화가 조직에서는 원래 일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법이고, 점차 성장하는 것.
요즘은 그래도 조선과는 다르게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존중받을 수 있다.
나는 이 문장이 평소의 내 마음가짐을 지적하게 했다.
게으름도 불평불만도 결국 그 시작은 마음에 있다.
반대로 말하면 마음을 다잡고 하루를 부지런하게 살고자 한다면 결과는 당연히 따라오는 법이다.
매일 출근길에 이 책을 읽어서인지 하루에 임할때 마음가짐을 고쳐먹게 한 문장이다.
대체로 교화가 퍼지는 것은 집집마다 찾아가고 사람마다 붙잡고 말해서 되는것이 아닙니다.
조선사회가 추구했던 가치를 몸소 느끼게 한 문장이었다.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군자의 도리로 삼았다는 것,
오늘날의 사회가 이익 중심으로 흘러가는 현실과 대비되며 씁쓸했다.
나 역시 정의로운 선택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결국 교화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결국 정도, 현명한자가 위에 있고 어리석은 자가 따르는 구조가 옳다는 내용이책에 나오는데 어느정도 공감하기도 했다.
평등이 과연 옳기만 한 것일까?
사회의 모순은 가난이 문제가 아니라 분배의 불균형이 더 큰 문제이다. 빈부의 차이가 심할수록 사회는 불안정하고 변화와 개혁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붕당부분에서 나온 내용인데, 붕당이 우리나라 조선역사상 최악의 시기로 뽑는 이유가 있다.
각자 의견의 대립은 예로부터 첨예하게 이어져왔다.
하지만 붕당은 그 중에서도 정말 의견이 둘로 갈라지고 상대 당파를 인정하려 들지 않으며 싸운 레전드 헛짓거리인듯하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문제는 표면적인 이유를 대며 그 권력욕을 탐하려는 마음을 인정하지 않은데에 있다.
정치를 하는 자리는 더욱이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국익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인만큼 더욱이 1순위는 백성의 삶이었어야 맞다.
붕당이야말로 피폐해진 조선사회를 나타내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책문을 내걸고 과거제를 합격한 사람도 결국 개인의 욕망은 제어하지 못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 문왕은 성스러웠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도 곤이가 저절로 찾아오게 만들만큼 신뢰를 주었고, 한의 고조는 위엄을 갖추었기 때문에 마침내 흉노의 추장인 묵돌이 신하를 자청했던 것입니다.
광해군은 왜란을 겪으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실력이 없어 남의 힘에 의존하는 국방이 얼마나 위태로운 것이며, 냉혹한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깨달았다.
광해군의 중립외교가 단순한 변절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었음을 이해했다.
역시나 그 자질과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특히나 조선사회같이 왕이 존재하는 나라는 왕의 역량에 따라 시대의 발전정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왕에게 그 자질을 키우라 전언하는 이런 신하들이 있어야 그 시대가 성장하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이 책에서 광해군에 대한 책문은 한번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책문을 읽을때마다 광해군에게 왕이라는 자리는 무척이나 무겁고 근심스러운 자리였음이 묻어났다.
한 신하의 책문에 대한 답은 그를 꾸짖는 것이었고 또다른 답은 그를 위로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 마음 다 이해한다.
어떤것이 옳다는 없지만, 그의 행적에서 광해군이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게된다.
근본이 되는 원인을 밝히고 지식을 넓히며 순서와 차례에 따라 성현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모두 학문에 뿌리를 둡니다. 그러니 차례를 뛰어넘어 지름길로 가려고 해서도 안되고, 너무 심오하고 고상한 것에만 힘써서 별다른 학문을 추구해서도 안됩니다.
정말로 논술을 공부하자면 표현하는 방법을 공부할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 곧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공부해야한다.
막연하게 자주 쓰이는 철이 든다는 말의 의미를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되었다.
독서를 하고 있는 지금은 철이 드는 과정인가.
이 모든 과정이 결국 내 눈으로 내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이 굉장히 와닿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생각하고 독서해야하는 필요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큰 울림이 있다.
또한 늘 성실한 자세로 학문에 임했던 그 시대 선비들의 기상과 기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기 싫은 일을 미루고 안하고싶어하던 나 자신에게 가르침이 되는 말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서 느낀점을 한줄로 정리해보자면, 과거의 시대가 가진 문제점이 현시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조선의 사회가 맞이했던 시대적 문제와 같은 문제에 직면할때가 있다.
지식인들이 관직에 나가면서 꿈과 포부를 갖고 제출했던 이 답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지녀야할 마음가짐을 알려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역사가 재미있는 이유는 시공간을 넘어서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조선의 지식인들이 던진 질문과 답속에서 내 삶의 방향성을 조금 더 공고히 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역사와 동양철학에 관심갖는 사람 외에도 앞으로 삶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는 책일 것 같다.
오래 소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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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저자김태완출판현자의마을발매201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