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아이를 아프게 했다

실수한 엄마로 남지 않기 위해, 다시 사랑하기로 했다

by 부엄쓰c


며칠 전부터 정해진 회식이었다.

아이에게는 미리 말했다.


“그날은 엄마 조금 늦게 들어올 거야.

저녁은 보쌈 시켜줄 테니까, 잘 챙겨 먹고 씻고 푹 쉬고 있어. 알겠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잠깐의 여유를 가졌다.

짧은 웃음들이 오갔고, 와인 한 잔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밤 9시쯤, 귀가 전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여전히 게임 중이었다.


“지금... 아직도 게임하고 있어?”


내 목소리에 순간 날이 섰다.

그걸 들은 옆자리 윗사람이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봐줘. 오랜만에 나온 자리잖아.”


그래, 오늘은 그러자.

그 말에 마음을 다잡고, 집으로 향했다.



현관을 열자 어질러진 집,

그리고 침대에 누운 채 태권도복을 입고 게임 중인 아이.


“엄마 왔어~ 얼른 씻자. 이제 잘 시간이야.”


웃으며 말했지만,

이미 내 안에는 작은 실망들이 잔잔한 파문처럼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이 나온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아이는 여전히 씻지 않았다.

몇 번 말했고, 휴대폰 압수한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그 순간,

그날 하루 애써 괜찮았던 모든 감정들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아이의 휴대폰을

바닥 쪽으로 홱, 던졌다.



운이 나빴다.

그 궤적 안에 아이가 있었다.


모서리가 발등을 스쳤고,

아이는 “아야!” 하고 외쳤다.

나는 그저 엄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펴보니

상처가 생각보다 컸고, 까진 피부 위로 붉은 피가 맺혀 있어 놀랐다.


숨이 막혔다.

정말... 내가 그랬다고?


와인을 한 잔 마셨던 게

그 순간,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수천 번 마음속으로 외쳤다.


“엄마가 돼서... 내가...”



다음 날,

어제의 충격이 소화되지 않은 채

나는 출근하지 않았고, 아이는 학교를 쉬었다.


우리는 말없이 각자의 방에서

낮이 되도록 잠들었다.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했던 날이었다.



병원에 갔다.

의사는 상처를 보고 말했다.


“뼈에는 이상 없어요. 염증만 조심하면 돼요.”


어쩌다 그랬냐는 질문에

아이는 조용히 말했다.


“제가... 3시간이나 안 씻고 있어서요.

엄마가 화나서... 실수로...”


의사는 허허 웃으며 말했다.


“왜 3시간이나 버텼어~

이제 안 씻어도 되겠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그날의 나를

누구보다 용서하지 못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 이후로도 이 사실을 알게 된 어른들은

“엄마를 왜 그렇게 화나게 했어~”

“3번 말하면 그 전에 들어야 해~”


아이에게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는 “놀라셨겠어요” 라며 위로했다.


참... 이 상황을 뭐라 해야 할지.



그날 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건 엄마가 잘못한 거야.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렇게 행동한 건 정말 미안해.”


아이는 조용히 대답했다.


“일부러 그런 줄 알았는데

엄마가 아니라고 하니까, 믿을라구.”


잠시 멈춘 뒤 나는 덧붙였다.


“엄마가 실수한 거니까,

말하고 싶은 만큼 말해도 돼.”



며칠 뒤,

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엄마를 용서해?”


아이는 태연하게 말했다.


“실수잖아.”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누가 꼭 물어보면 말은 해.

근데 막 다 말하고 다니고 싶진 않아.

실수니까.”


그 말 앞에서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는 이미

나보다 더 어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완벽한 엄마가 되는 걸 포기했다.


화를 안 내는 엄마가 아니라,

화를 내도 사과할 수 있는 엄마.


실수하지 않는 엄마가 아니라,

실수하고도 안아줄 수 있는 엄마.


그렇게,

나는 다시 사랑하기로 했다.




오늘의 실천


오늘, 아이와 부딪혔던 순간을 하나 떠올려본다.

그때 내가 했던 말,

아이의 표정,

그리고 내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조용히 적어본다.




나에게 남기는 말


엄마라고

항상 잘할 순 없어.


하지만,

사과할 수 있다면

그건 괜찮은 엄마야.


오늘의 너도,

충분히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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