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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헌 Nov 13. 2024

3. 완성수 10에 대한 의미

열정의 온도 3. 섹스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우주를 논하는 것과 같죠.

 진성도 소주 한잔을 들이킨 후에 말했다.

섹스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우주를 논하는 것과 같은 겁니다. 여기 꽃 봉오리와 큰 벌이 있다고 칩시다. 큰 벌은 꽃 봉오리가 열리기를 기다려 꿀을 빨아들일 겁니다. 그것은 생존이며 만개한 꽃과 벌의 사랑이지요. 만약 벌이 꿀을 빨며 꽃가루를 옮겨주지 않으면 꽃나무는 번식을 하지 못해요. 또 꽃이 활짝 피지 않으면 벌은 삶의 양식을 구하지 못해 죽겠지요. 그 관계는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게 하죠. 단순한 두 개의 존재가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 존재, 우주가 정체관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죠. 그렇게 확장해가면 우주과학으로까지 갈 수 있는 거대담론이 됩니다.”

그 여기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약간 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투망을 해서 건져 막 퍼득거리는 물고기처럼 생생한 묘사가 되는 섹스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진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물었다.

“그래요. 그런 섹스는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말씀드리자면, 섹스를 통해 몸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얻는가? 적나라한 섹스 텔링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담론을 원하는 거죠.”

“너무 어려운 주문입니다. 술안감을 내놓고 다시 요리해서 먹어야 한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잘못 말하면 구태의연한 신파가 될 수 있죠. 쉽지 않은 안주거리입니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재밌잖아요. 그러면 쉽게 섹스의 철학을 말해주세요.”

“저는 서양의 섹스라는 단어에 대해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Sex란 단어의 어원이 은 라틴어 Sexus(섹서스)에서 유래했다고 하죠. ‘나눈다’는 뜻의 "Seco"(Cut)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하죠. 동양의 10이라는 숫자와는 완전히 다르죠. 동양의 10이라는 숫자는 나눔이 아니고 완전한 합체, 혹은 충전이나 완성을 의미해요. 10이라는 십(十)의 한자는 음과 양이 완벽하게 포개진 것을 나타내죠. 남자와 여자가 불완전한 반쪽으로 태어나서 음과 양을 합체해서 완성한다는 의미죠. 그러니까, 서양의 섹스처럼 사냥한 고깃덩어리를 커팅해서 나눈다는 그런 뜻과는 거리가 멀죠. 남자는 여자의 음기를 받고 여자는 남자의 양기를 받아서 완전해지는 그런 창조와 생성의 결합이죠. 동양의 방중술은 건강과 성공의 무술이나 의술과도 같은 거죠. 때론 남녀의 결합을 통해서 병을 고치기도 하고 잘못 결합하면 패가망신하기도 하는 거죠. 서양의 섹스처럼 엔조이 개념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통과하는 의례이며 성스러운 의식인 거죠. 가난했지만 결혼하고 나서 성공한 사람이 있고 부유했지만 결혼 후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있죠. 그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성적 결합이라는 에너지 충전 사상이 담겨 있지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주 한잔을 벌컥 마신 후에 말했다.

“처음 들어보는 새로운 발상 같은데요. 아주 재밌어요.”


진성은 뜻밖의 반응에 놀라며 말했다.

“술을 들이켰으면 안주를 드셔야죠.”

그녀가 안주를 집어 들고 웃으며 말했다.

“때로는 대화의 안주가 음식 안주보다 더 맛있거든요. 다음 이야기가 너무 기대가 돼요.”     

"그래요. 서양의 위스키나 꼬약, 와인 등 대부분의 술은 안주 없이 마셔도 되죠. 그런데 동양의 술은 안주가 꼭 필요하죠. 독한 알코올을 안주가 어느 정도 흡수하고 완화해 주는 거죠. 그건 서양의 섹스관과 동양의 섹스관의 차이와도 연결이 됩니다. 동양은 음과 양의 개념으로 술을 마시는 거죠. 술은 양, 안주는 음이죠. 남과 여의 결합도 그런 의미에서 우주의 원리로 보면 창조와 생성이 되는 거죠.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성은 그녀를 보며 반대질문을 하듯 말했다.

“다음으로 가기 전에 저도 한 가지 짚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섹스가 있었나요? 어떻게 아름다운지 말해줄 수 있나요?”

그녀는 갑자기 가만히 있다가 침묵을 지켰다. 진성은 질문을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여성은 자유롭게 남성에게 질문을 하지만 남성은 선이 있었다. 그 선을 조금 넘으면 성희롱이거나 난잡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약간의 침묵이 난감하게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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