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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4개월차

by 용혜림

사실상 완전 시작은 올해 2월부터인 것 같다.

- 1월에 창업하기로 마음먹음

- 2월에 한국법인 만들고 경진대회에 아이디어 제출해봄

- 3월에 처음 시작한 "비개발자를 위한 노코드 에이전트 빌딩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

- 4월에 계속 만들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피봇: 1) 플랫폼에 사인업한 사람들 대부분이 개발자였음, 2) 이미 다른 langchain 등등 큰기업에서 만들고 있었고, 경쟁이 피 터지는 분야라 포기, 3) 개인적으로 흥미가 그렇게 크지 않았음

- 5월에 피봇을 하고 유투브에 "모모"라는 AI 개인비서 아이디어를 업로드함. 20명 정도가 $3 내고 신청함. 일주일만에 프로토타입 만들고 테스트해봄. 받은 피드백은, "좋긴한데 완전 혁신/필요한 제품은 아니다"라는 것. 깨달은건 내가 완전 필요로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과, 뾰족한 use case가 없어서였다는 것.

- 6월에 두번째 버젼인, 데스크탑앱을 만들었음. 다만 본 문제점인 "명확한 타겟군 설정과 뾰족한 use case"를 찾지 않은채로/깨닫지 못한채로 그냥 데스크탑 버젼 만들어서 망했음. 시간 날림. 반면 이상한 정신상태로 투자를 받아야할 것 같은 느낌에 투자 라운드를 돌았는데, 한국 VC들에게는 전부 거절.

근데 진짜 우연한 계기로, 첫번째 모모 버젼에 사인업한 대표님 중에 jenni.ai 대표님이 계셔서 유저 인터뷰를 진행하다가, 미팅 막판에 얼핏 다른 회사들도 투자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음날 엔젤투자에 관심 있냐고 메세지를 보냈는데 피치덱을 보내달라고 하셨고, 이틀 후에 $50K를 투자해주시기로 했다. 그래서 그렇게 소량의 자본금 확보 완료.

- 7월에 본격적으로 jenni.ai 사무실에서 공간을 빌려 일하기 시작. 이때 투자 라운드 직후라, 진짜 자신감 많이 떨어졌었음. 다시 피봇해야하나 고민했었는데 jenni.ai 대표님은 개인비서를 진짜로 필요로하는거를 보면서 대표님들을 타겟팅해야겠다는 확신이 듦. 그래서 대표님들을 유저 인터뷰 하기 시작하고, 실제로 내가 누군가의 비서가 되기로 마음먹고, 지인을 통해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대표의 비서로 일 시작함.

- 8월에 계속 내가 개인적으로 설득했던 친구와 일을 하기 시작함. 모모의 세번째 버전은 슈퍼휴먼과 비슷한 이메일 labeling & prioritization 시스템을 만들려고 함. 2-3주 동안 같이 일하면서, 소통 문제로 인해 제품이 계속 딜레이가 됐고, 이것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음. 번아웃 옴. 그리고 다른 이유 없이 일단 샌프란을 다시 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가게 됨.

- 가서 깨달은건, 내가 여태까지 제품을 잘못 만들고 있었다는 것. 세일즈를 먼저 하고, 아이디어 검증을 받고, 제품을 만들어야한다는 것. 갔다온 이후로,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고민하다가, 대표님들이 정말 겪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됨.

그건 바로 너무 많은 context threads와 context switching이 발생해서, 일이 도저히 관리가 안된다는 것. 아무리 이메일 레이블링을 해봤자 이건 절대 해결해줄 수 없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현재 모모의 4번째 버젼을 생각하게 됐고, 그건 바로 모든 인박스들을 한곳에 연동해서 (이메일, 슬랙, 왓츠앱, 링크드인, 등등) 모모라는 AI 비서가 각 메세지마다 todo, followup 액션 아이템으로 분류해준 후, 계속해서 슬랙 디엠으로 태스크를 리마인드해주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로 드디어 첫번째 세일즈를 $99로 하게 됐다.

그래서 다른 백엔드 개발자님과 같이 mvp를 작업중이고, 다음주 추석 전에 완성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추석 직전은 또 내 생일. 내 생일 선물이 mvp 완성이 됐으면 좋겠다. ㅋㅋ


좀 길었지만 여태까지의 과정은 이렇고, 이제 수많은 분들을 그동안 만나면서 배운 점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스타트업이 망하는건 제품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사용자가 0명인것도 아니고, 대표가 번아웃와서 포기하는 것이 망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 건강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 조급해하면서 누군가를 데려와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거나, 쉬운 방법을 찾으려고 하면 시간낭비 돈낭비다. 내가 무조건 직접 풀어야만 지름길이 생긴다.

3. 인바디 차기철 회장님이 알려주신 것: 경영자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완전 모르는 것들을 빠르게, 그리고 그것도 아주 잘 해결해야한다. 그니까 한번도 축구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골을 넣으라는 것과 비슷한.. 이걸 잘 하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들을 하나씩 정확히 만들어나가고, 그것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적용시키고 활용시켜야한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작은 성공들은 이렇다:

- 유투브 채널 구독자 2600명 (1-2달 정도)

- 인스타 구독자 5700명 (1달)

- 첫 세일즈

- 엔젤투자 유치, SF 해커하우스 됨, Sigma squared라는 창업가 네트워크 됨

지금까지는 기본적인 뼈대 구축을 하나씩 해나간 것 같고, 이제부터 실제 제품에 대한 성공들을 하나씩 더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나는 커뮤니티 형성/사람들 모으는 것을 잘하니까, 이걸 최대한 세일즈/GTM/distribution에 적용시킬만한 방법들을 찾아보자.

4. 10번 가면 팔린다. 10번 찍어 안넘아가는 나무 없다. 내 첫 세일즈는 생각보다 2번의 미팅 안에 성사됐다. 첫번째 미팅은 유저인터뷰를 위해 6월에 했었고, 9월에 다시 미팅하자고 연락했는데, 미팅을 위해 난 그사람의 백그라운드 조사를 엄청나게 했으며, 6월에 말했던 그사람의 페인포인트를 바탕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솔루션/프로토타입을 lovable로 빠르게 만들어서 보여줬다. 그러고 콜 안에서 stripe 링크를 보내줬는데 흔쾌히 결제를 해주셨다. 이게 한번 성공한거니까, 이제 이 똑같은 방법을 다른 대표님들께도 계속해서 끈질기게, 2번이 걸리든 10번이 걸리든 물어보면 될 것 같다.

5. 최근 알라미 CEO Staff인 우혁님을 만났다. 그분이 일을 효과적/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생각보다 진짜 많이 도움이 된다.

나는 머리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생각 정리도 힘들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모를때가 꽤 많다.

그분이 내 현재 mvp 작업 과정을 보시더니, 각 기능별로 상세기능을 최대한 자세히 적고, mvp를 만들다보면 끝이 없어지다보니 확실하게 어디까지만 만들것인지 정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docs에 모든 구현할 기능들을 적고, claude code에서 linear mcp랑 연동한 다음에 문서 내용을 토대로 linear issue들을 하나씩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지금은 linear를 보면서 작업들을 하나씩 완성해나가고 있는데 진짜 진짜 도움이 많이 된다. 머리가 너무 잘 정리가 되고, 현재 작업 과정도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6. 비슷한 결로, 차기철 회장님께서도 창업가들을 보면 100가지 일들 중에 90가지는 정말 쓸데없는 일들을 할때가 많다고 하셨다. 그래서 창업을 할때는 단순히 일을 "열심히"한다고 잘하는게 아니라, 일을 정말 "잘" 생각해서 하나씩 해결해나가야한다. 여태까지 난 단순히 열심히만 했던 것 같다. 전혀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그래서 이것저것 다 건드리는게 아니라, 우혁님이 알려주신 방법처럼, 내가 앞으로 해결해나가야할 일들이 무엇인지 다 적은다음, 하나씩 내 100%를 줘서 해결해볼 예정이다. 멀티태스킹을 잘하는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다.

7. 좋은 사람을 채용/뽑기 위해서는, 그 사람 또한 혼자서 작은 성공이라도 해내본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항상 정해진 룰에 따라 역할극을 했기 때문에 일을 시키면 해낼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스로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 사람이 중요하다. 작은 성공이라도 해본 사람이 150% 더 잘한다. 실패해보고 성공해본 그 과정이 재산이고 밑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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