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용혜림 Aug 01. 2022

BD, PM, 개발자?

어느 직무가 나에게 맞는걸까

처음에 자기소개를 할 때 컴퓨터공학 전공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놀란다. 내가 항상 그 당시에 하고 있던 일이 개발과는 거리가 좀 먼 일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성향이 '개발자'의 성향이 아닌 것 같아 보일 수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코딩이 내 심장을 뛰게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완벽한 문과였고, 아예 영화계/사회학 쪽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대학을 올라와서 코딩을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1학년 첫 코딩 수업인 Intro to Programming 수업에서 Python으로 'Hello, World!'를 출력한 게 내 인생 첫 코딩이었다.


헬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내 프로그램이 작동이 되지 않아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뜯으며 bug를 고치려고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친구한테 물어보면 그 친구는 몇 분 안에 문제를 해결해버렸다. 거기서 첫 장벽- 즉 현실을 느껴버렸다. 난 바로 내가 코딩으로는 상위권 안에 들 수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직감을 느꼈고, 그 뒤로는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찼고 프로그래밍 과제를 완성하지도 못한 채 제출하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어느 정도가 됐냐면 프로그래밍 창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공포를 느꼈던 것 같다. 결국 1학년이 끝나고 나서는 과를 Interactive Media로 전과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지금은 천만 다행히도 전과하지 않은 상태로 곧 컴퓨터공학 전공-수학 부전공으로 졸업을 할 예정이다. 1학년 때 성적이 정말 안 나왔어서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성적이 완전 망해버리니까 아예 그냥 망한 거 한번 끝까지 가보 자라는 마음이 더 커져버렸다. 잃을 게 없었고 난 앞으로 성적이 높아질 일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2학년 때부터는 성적이 상위권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한번 상위권에 드니까 자신감이 붙어서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1학년 때 나는 아마 3학년 때의 내가 fullstack developer로 스타트업을 창업할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1. 개발자

내 첫 스타트업에서 내가 개발자로 프로덕트를 만들었지만, 개발을 하면서 즐거웠던 건 없고 딱히 싫은 것도 아니었고 해야만 했으니까 했다. 그 상태로 하다가 내가 막히면 도움을 구하는 게 정말 어려웠고, 결국엔 실패한 원인 중 하나도 내 개발 능력이 부족해서였다. 이걸 통해서 느낀 건 다음부터는 무조건 능력 있는 개발자를 섭외해서 데려오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고, 또 다른 건 사업을 하려면 대표 또한 무조건 개발 능력과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2. Business Development

스타트업을 하기 전에는 BD와 PM으로도 일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BD로 나는 주로 IR 관련 업무를 맡았고, 시장 조사, 전략 계획, ..등의 일을 매일매일 하면서 PPT를 만들고 사업계획서와 보고서를 썼는데 사실 지금 와서 보면 내가 회사의 발전 위해 BD로 어떤 수익창출이나 어떤 progress를 냈는지 모르겠다. 인턴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주어진 일로 회사를 직접 성장시키는 거에 한계를 느꼈고 무언가 막힌 답답한 감정을 느꼈다. 슈퍼히어로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슈퍼빌런을 직접 찾아서 물리처야하는 상황인데 그냥 옆에서 빌런의 좌표만 찍어주고 끝나는 느낌? 결과물이 안보이니까 답답했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이득이 되는 일인지, 뜻깊은 일인지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갖게 되었다.


3. Project Management

(업계 내에서 정말 많은 분들께 물어봤는데 난 아직도 PO와 PM의 차이를 모르겠다. 아시는 분들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ㅠㅠ) PM은 BD에 비해 훨씬 재밌었던 것 같다. 내가 직접 개발자분들과 디자이너분들과 팀을 이루어서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게 짜릿했고, 내가 배운 컴퓨터공학 지식이 개발자분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는 걸 보면서 더 재밌어졌다. 예를 들어 프로덕트를 만들 때 어느 프로그래밍 언어가 더 적합하거나 효율적인지 개발자분들과 같이 고민하면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재밌었다. 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내 적성과 맞는 프로젝트 기획과 실행, 그리고 결과물을 보는 것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게 PM의 일이라고 생각됐다. 미니 CEO 느낌? 조금 더 주체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지금은 여전히 블록체인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쪽 업계 분들을 만날 때마다 받는 질문은 어떤 직무를 하시고 싶냐 이다. 아직 난 좀 혼란스럽다. 블록체인 공부를 할 때 서비스 사이드가 더 좋은지, 아님 테크니컬한 사이드가 더 좋은지 선택을 해야 하는데 난 둘 다 현재 똑같이 재밌다. 블록체인 프로토콜들이 유저들과 어떤 서비스 형태로 interact하는지 보는 것도 재밌고, 그 안에서 쓰이고 있거나 연구하고 있는 새로운, 다양한, 창의적인 tech solution들도 너무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직접 개발을 하고 싶은 욕구가 많다. 여태까지 만나본 모든 개발자분들은 정말 신기하게도 눈빛에서 끊임없는 호기심이 보인다. 정말 자기가 하고 싶어서 이 일을 한다는 게 보인다. 자신이 직접 선택한 길이고 끝까지 책임을 지시는게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난 코딩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많이 없는 상태고, 이 길을 택한다면 다른 직무에 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다.


일단 당장은 PM이라고 답변을 하고 있다. 가장 나와 적성이 맞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직무를 맡을때 희열감을 느낀다는  가장  차이인  같다. 개발은 호기심이라면, PM 내가  잘할  있는 업무라는  알고 있게 때문에   현실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앞으로 1년간 어떻게   모르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스타트업에서 직원들 간의 친밀도가 높다고 과연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