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에는 마케팅이 있었다.
"실적은 나쁘지 않은 거 봤고, 그래서 올해 다솜은 무엇이 변했나요? 무엇을 남겼죠"
'성과(成果)'는 이루어낸 결실 또는 보람으로 순화되는 말로 개인 및 조직이 목표로 하고 있는 일이 달성된 결과 또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실적(實績)'은 실제로 이룬 업적이나 공적을 뜻하는 말로 개인 및 조직이 거둔 일의 결과물을 뜻하는 말이다.
성과는 'Before & After'가 있고, 실적은 'Past & Present'만 있다.
-성과와 실적 구분 5가지 by 이직스쿨 김영학
"약만 잘 파는 다솜은 필요 없어요."
- 실적 말고 성과
'올해 뭐 했어요?'라는 질문에 내가 가장 먼저 했던 대답은 '목표 대비 120%를 했습니다.'였다.
나는 마케터가 주는 브로셔를 들고 마케터가 시킨 말을 하며 그냥 앵무새처럼 '판매'를 했다.
그래도 나는 120% 이상은 꼭 달성했고, 좋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했다.
성과와 실적을 구분하지 못하였음에도 그간의 나의 매니저들은 더 묻지 않았다.
나는 약 잘 파는 영업사원이었으니까!
하지만 성과를 내는 사람은 '약 잘 파는 앵무새'가 아니었다.
'마켓을 모르는데 비즈니스를 어떻게 하죠?'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마켓 다이내믹이 어떻게 되죠? 우리의 풀은 얼마나 돼요? 포텐셜은요? 근거는요?'
'자 그려봅시다. 우리는 여기를 갈 거예요. 그럼 우리 고객은 누구죠?'
'그럼 고객이 뭘 원할 것 같아요?'
새로운 팀장님을 만났다. 마케팅 디렉터 출신의 팀장님이었고 나는 그를 '왓슨'이라고 불렀다. 팀장님의 목표는 '2년 안에 팀원 모두 성장시켜 팀을 해체하는 것'이었다. 눈물바다 시작이었다.
통계자료에 파묻혀 살았다. 매일매일 그놈의 마켓 다이내믹과 내 거래처를 파악하기 위해 온갖 곳을 다 쑤시고 다녔다. 돌아온 답은 "데이터에 갇히지 말고 처음에 뭘 보려고 했는지 다시 생각해요. 장님이 되면 안 돼요."
처음 만든 파일 이름이 '최종이면좋겠다아아아아아아아앙아"였다.
어리석었다. 시장은 계속 변했고 내가 만든 엑셀 속 작은 시장도 끝없이 값을 변환해줘야 했다.
그렇다. 팀장님이 처음 가르친 것은 '시장을 보는 눈'이었다.
"그걸 다솜 고객이 왜 해줘야 해요?"
- 장사 말고 비즈니스
'그걸 왜 고객이 다솜한테 해줘야 해요?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밥 먹으면 약이 늘어요? 고객과 같이 성장하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아와요. 우리는 비즈니스를 하는 거고, 고객의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걸 알아오면 전략회의는 다시 합시다.'
내 전략은 그저 말도 안 되는 전술이었다.
왜 해야 하냐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고객을 내가 어떻게 성장시키지? 그걸 내가 어떻게 하지? 머리가 하얗게 변했었다. 우리 팀은 나이와 직급 관계없이 미팅 전엔 신경 안정제를 먹었다. 우리가 가진 틀을 깨야했고 그 과정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끝없이 '진심을 담은 관찰과 소통'을 했다. 그에 맞는 전략을 짰다. 일 년 후 고객과 나는 질환과 시장, 그리고 본인의 성장 방법을 함께 논의할 정도로 좋은 파트너가 되어 있었다. 더 이상 일개 영업사원이 아니었다. 다음으로 나에게 가르쳐 주신건 '비즈니스를 하는 것과 진정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왜 다솜 혼자 하려고 해요? 다솜이 아니어도 비즈니스는 가능해야 합니다."
-시스템과 네트워크, 혼자가 아닌 협력
내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 팀장님은 '함께 하는 것'을 내 KPI에 넣으셨다. 유관부서와 협업할 수 있는 방법과 팀과 함께 협동(력)하여 전체 거래처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축할 것을 요구하셨다.
서로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매주 미팅에서 논의하였고, 우리 고객이 움직여야 할 부분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필요하면 타 거래처에 가서 함께 미팅을 하기도 했다. 팔다리 합체 작업이었다.
그렇게 팀원들끼리 시스템이 구축되고 난 이후 마지막 연차에는 '팀을 위한 capability enhancement leader'를 맡아 회사에 협력 부서 내외 사람들과 함께 미팅을 하는 비정규 프로그램을 론칭하라고 하셨다. 필요한 부분을 찾아 때에 맞춰 강의와 논의를 배정하였다. 그것이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진 경우들도 있었다.
시스템 네트워크를 확대하라는 것이었다.
우리 팀 해체 후에도 거래처는 같은 방향으로 성장했다. 구 팔다리는 이제 다른 부서의 눈이 되어있기도 했다.
이번 숙제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네트워크를 늘려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었다.
"Learning agility, Resilience 그리고 Business Communication skill을 강점으로 만들어봐요."
- 발표가 아닌 대화
마지막(인 줄 알았던) 숙제는 나를 마케터로 만드는 것이었다. 개발해야 할 강점 세 가지를 꼽아주셨다. Learning agility, Resilience, Business Communication.
셋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습게 봤는데, 알면 알 수록 너무 어려운 문제였다
실제로 마지막 인터뷰에서 나는 저 세 가지를 강점이라고 이야기했는데, 떨어졌다.
그리고 인터뷰어에게 나는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피드백을 해주실 것을 조심스럽게 요청드렸고, 그때 강조해 말씀 주신 부분이 'Business Communication'이었다.
본인도 마케터가 되기 전에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무척 잘한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마케터로서 필요한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은 기존에 해왔던 것과 다를 수 있고,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어려워해야 할 부분이니 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대상별로 강점과 약점을 구분해서 준비해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그냥 잡음 없이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우습게 본 것이었다.
성과와 성적 같은 기초적인 단어조차 혼동하며 쓰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배움의 자세가 부족했다.
Skill로만 다가가서는 안 되고, 명확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했다. 즉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이제 겨우 한 발자국 땐 것 같다.
다시 돌아와 나는 첫 번째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마케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첫 번째 다리를 건넜습니다.
세 명의 마케팅 디렉터에게 면접을 봤고,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피드백과 SWOT 작성을 통해 나의 현상태와 보완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마케팅 경험 부족 보완, 두 번째는 마케팅 지식과 이해도 향상이었습니다. 두 가지 전략을 설정했습니다.
1) 마케팅 경험 부족 보완을 위해 마케팅 TOD를 진행하며 향후 마케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21 2H 플래닝: 두 가지 타깃에 대한 메인 프로젝트 제안 및 리드 / 영업부 커뮤니케이션 및 트레이닝 담당으로 전략을 align 하며 영업 & 마케팅의 네트워크 강화
2) 마케팅 지식과 이해도 향상을 위해 시장 안 밖의 마케팅 공부를 진행하여 마케팅 시력을 증진시킨다.
21 2H- 플래닝 : 사내 마케팅 멘토링 진행/ 마케팅 배워야 산다/ MBA 수료 및 이해.
현재 각각 두 번째 스텝까지 진행하고 있으며, 연말에 세 번째 스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다시
'그래서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됐나요? 그래서 올해 다솜은 무엇을 남겼죠?'였다.
다시 대답하지 못했고, 무엇을 대답해야 하는지 아직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는 '성과 있는 한 해'였다고는 말하고 싶다. 성공만이 성과는 아니니까!
그리고 아직 다음 다리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아직 멀었다'는 팀장님의 프로필에 꼭 멋진 시나리오 보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