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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Oct 05. 2024

* 교육은 무슨! *

교육은 무슨! (2024.10.05.()) *     


 - 교육은 무슨! 월급이나 받으면 되지!     


  오래전 장래의 직업으로 교사를 권하는 부모님으로 인해 고민하는 A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 저는 교사가 되고 싶지 않은데, 부모님은 계속 교사를 권하세요.

 - A는 무엇을 하고 싶은데요?

 - 저는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다가 독립해서 제가 좋아하는 B라는 일을 하고 싶어요.

 - 부모님은 왜 교사를 권하시는 건가요?

 - 부모님이 회사원이신데, 힘든 직업이라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제가 다른 일을 하기 원하시는 것 같아요.  

   

  A에게 이렇게 말해주었다.     


 - 이건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교사는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이 세상에 있는 일 중에서 일을 하면서 웃을 수 있는 직업은 몇 개 없을 거예요. 교사는 많이 웃을 수 있어요. 그리고 보람이 있고요. 물론 학교의 상황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서 교사 지원자가 많지 않고 합격점도 낮아지고 선호도가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의 말씀이 맞아요. 회사원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A에게도 교사가 잘 맞을 것 같아요.      

  ‘교사 예찬론’은 나의 글 곳곳에 수도 없이 나오는데 아직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교사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만족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물론 예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다. 무엇보다 학생을 통해서 기쁨을 얻는 것도 오래전에 지나갔고 원활한 학부모와의 관계는 더 멀어졌으며 동료들과의 관계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모든 사회가 ‘너와 내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는 모토 아래에 각자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로 살아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일명 ‘예의 없는 사회’라고나 할까. 맞다. ‘예의 없는 사회’.

  사실 학부모나 동료 선생님들과의 관계에 주안점을 두는 사람이 아니라서 나에게 어떻게 하든 크게 개의치 않는데, 학생들과의 관계는 전혀 다르다. 교사로서의 존재 이유가 학생이니까. 교사를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변화되고 성장하는 아이들, 존경받는 선생님, 그로 인한 보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초년 교사 때에는 누구나 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 아, 아이들이 너무 예뻐.

 - 아, 아이들이 이전보다 더 좋게 변했네.

 -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따르고 있어.

 - 아이들과 학부모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런데 요즘은 이런 문구가 무색하다고 할 수 있다. 교사를 하면서 누구나 속상한 순간들이 생기게 되는데, 안타까운 것은 해가 갈수록 자주, 아주 자주 속상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 아, 아이들이 더 이상 예쁘지 않아.

 - 아이들이 왜 내 말을 안 듣는 것 같지

 - 도대체 학부모는 왜 저러는 거야?     


  이런 생각이 좀 더 확대되면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 교육이 필요한가.

 - 내가 헛짓거리하는 것은 아닌가.

 - 왜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좋지 않게 변하는가.

 - 교육은 무슨! 월급이나 받으면 되지!     


  1학년 때는 선생님 말씀이나 학교 규칙을 어느 정도 따르던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대범해지는 것을 여기저기서 보고 듣는다. 2년 전까지는 앞에서 방긋방긋하면서 인사하느라 바쁜 아이들이 눈 똑바로 뜨고 모르는 척하며 꼿꼿이 지나가거나, 수업 시간과 예배 시간에 잠을 참아가며 참여하려고 애쓰던 아이들이 맨 앞에 앉아 대놓고 엎드려 있거나 대자로 누워있기도 하고 깨우기라도 하면 노려보거나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고 하니,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다. 애지중지하며 사랑했던 녀석들이었는데 내 앞에서 쌩하고 지나가던 아이들을 보면서 이렇게 자신에게 말해본다.  

   

 - 청소년기는 다 저런 거지. 청소년기 아이들을 이해해야 해.     


  그렇게 위로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해 본다.     


 - 무얼 가르친다는 거고, 무얼 배운다는 거지?

 - 너나 나나 무얼 하고 있는 거니….

 - 배웠던 선생님에게 인사도 안 하는 아이가, 행여 좋은 대학교에 간다고 선생님이나 학교에 고마워하겠니. 네 힘으로 갔다고 생각하겠지. 물론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데도 교사는 좋은 직업이다. 특히 1학년 아이들과 있으면 그나마 낫다. 아이들이 나에게 적어도 간간이 웃음을 주니까. 1학년 아이들이 선배들처럼 변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1학년 아이들에게 힘과 시간과 애정을 쏟아본다. 그래서 서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 기수와 상관없이 1학년 아이들은 예쁘지.

 -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가르치기는 1학년이 괜찮은 것 같아.

 - 교사의 보람을 찾으시려면 1학년 맡으시기를 권합니다!     


  며칠 전 C와 이야기했다.     


 - 누구나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겠죠. 처음에는 조심스러워하고 예의를 갖추고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지 알고 행동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용감해지고 예의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그걸 참고 지켜보아야죠. 교육이란, 참고 지켜보아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내 만족을 위해서 책을 읽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며 이것저것을 배우기도 하지만, 내가 깨닫고 배우고 알고 있는 것을 말하고 싶고 알리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이런 일을 하기에 교사가 가장 적당한 일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퇴직한 이후에는 어떤 책을 읽고 아무리 대단한 것을 알게 되고 느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을까. 내 말을 들어주는 아이들이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귀한지 생각해 본다. 허투루 쓸 수 없는 귀한 시간. 이것만으로도 교사에 대한 의미를 둘 수 있다.

  행여 무엇이나 배우고 흡수해 버리겠다는 각오로 앉아있던 1학년들이 2학기가 지나가면서, 2학년이 되고 3학년이 되면서,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명 ‘쌩까더라도’, 용케도 지금은 내 말을 들어주려고 애써서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굴에 미소를 지어 보련다. 아침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선다.  

   

 - 처음에 이곳에 왔던 이유를 생각하자. 아이들을 봐야지. 30기 녀석들은 조금 천천히 변했으면 좋겠다.


*************************     


*** 나이 어린 학생들의 생각이, 또는 한참이나 어린 후배 선생님들의 행동이 대견스럽고 뿌듯하고 대단한 가르침을 주는 때가 적지 않다.

  불특정의 학생들이 사용하기에 온갖 낙서로 지저분해진 2층 교실의 책상을 지켜본 30기 1학년 학생들이 쉬는 시간, 점심시간과 8교시에 열심히 지우고 닦아서 깨끗하게 만들어 놓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으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되었고 못 본 척 눈감아 버리고 똑같이 낙서하면서 사용해도 되었을 텐데, 그 녀석들은 왜 이 책상을 깨끗이 만들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내었을까? 도대체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배우는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사람은 배우면 배울수록,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악해지는 건 아닐까. 차라리 가르치지 않는 게 더 나은 것이 아닐까.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이미 알고 있는데, 괜한 것들을 삶에 넣어주어서 변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1학년 때는 대부분 이런 순수한 마음이었는데, 언제부터 바뀌는 걸까.

  교사로의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아이들의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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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04.) 30기 1학년 아이들이 닦아 놓았던 2층 교실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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