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아침입니다. (2024.09.28.(토)) *
- 좋은 아침입니다. 선물같이 주어진….
오래전 학교에서 내내 피곤해하는 A를 이해하기 위해서 상담했었다. B 지역에 사는 A는 등교할 때는 제일 먼저 카풀을 타지만, 하교할 때는 제일 나중에 내린다고 했다. B 지역이 학교에서 제일 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 일어나는지 물었더니 새벽 5시에 일어난다고 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5시 30분에 카풀을 타고 학교에는 오전 6시 30분에 도착한다는 A의 말을 듣고 많이 안타까워했었다.
- 고등학생이 새벽 5시에 일어나다니!
결국 먼 거리를 통학하면서 잠이 부족하여 힘들어하던 A는 2학년 때 통학을 멈추고 기숙사에 들어가서 공부했고 무사히 졸업했다. 그러나 기숙사에 들어와서도 편하지만은 않았다. 카풀을 타기 위한 새벽 5시 기상은 벗어났지만, 기숙사에서도 단체 생활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고 잠은 늘 부족했으니까. 그래도 먼 거리 통학보다는 훨씬 낫다고 했고 피곤함은 줄어서 다행이었다.
기숙사에서는 보통 오전 6시에 일어나서 경건회를 하고 밤 10시 30분 정도에 점호를 한다고 한다. 오전 6시가 그렇게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잠이 늘 부족한 아이들이기에 경건회를 하지 않고 잠을 자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지도가 잘 되고 있다고 들었다. 아이들은 잠을 더 자고 벌점을 받을 것인지, 일어나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것인지를 갈등한다고 한다. 더 누워있을 것인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날 것인지.
여하튼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은 보통 오전 7시 이전에 학교에 왔었다. 학교에 와서 아침을 먹고 교실에 가서 공부해야 하지만, 당연히 공부에 곧바로 진입하게 되지는 않는다. 물론 공부 이외의 활동을 많이 하기도 하고. 기숙사생이 아닌 경우는 보통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사이에 많이 등교한다. 물론 8시 30분과 9시 사이에 오는 아이들도 있고, 오전 6시부터 7시 사이에 아주 일찍 등교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은 아침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 걸까.
기숙사 학생들에게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놀라웠던 일은, 샤워 시간이 15분이라는 것이다. 단체 생활이기에 원하는 대로 샤워실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겠지만,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15분 동안 어떻게 샤워하고 정리까지 하는 걸까?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된다고 한다. 아무리 15분이 주어졌다고 하더라도 신청한 순서에 맞추어서 하다 보면 조금 늦게 씻을 수도 있을 텐데 밤에는 늦은 순번이더라도 뒤에 바쁘게 해야 하는 일이 없을 테니 조금 나을 듯싶다. 문제는 아침일 텐데, 바쁜 아침에 자기 순서가 오기를 기다리려면 정말 조바심이 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몇 년 전 여학생 C 학급 담임을 할 때, 우리 반 기숙사생 중 머리가 긴 D와 E는 아침에 머리 감는 시간을 줄이겠다며, 허리까지 찰랑거리던 긴 머리를 귀밑까지 오는 단발머리로 싹둑 잘라 왔었다. 긴 머리를 포기할 만큼 시간 욕심, 공부 욕심이 있었고 그 두 녀석은 결국 명문 F 여대 공대와 G 대학교 수의학과에 들어갔다. 기숙사, 샤워 시간, 긴 머리 등을 생각하면 늘 생각나는 (예쁜) 녀석들이다.
아침은 늘 바쁘다. 출근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준비하는 것도 오래 걸린다. 그리고 아침은 꼭 먹어야 하고 저녁은 준비해 가야 하니, 얼마나 분주한지 모른다. 일정한 시간에 맞추어 일정한 루틴으로 돌아가는 나의 아침 시간에 5분 또는 10분을 당기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하다, 사실.
보통 새벽기도 시즌에는 반주하러 교회에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출근했었는데, 교회와 집이 좀 더 멀어진 이후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황금 같은 아침 시간에 준비하고 밥을 먹고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벅찬데 H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매일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운동을 합니다.
출근하기 전에 매일 운동을 하고 오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출근하기 전에 무언가 하는 사람이 H 선생님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방송을 들었다.
-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피아노 연습을 합니다.
- 출근하기 전에 바이올린 연습을 해요.
아침 출근 전에 피아노나 바이올린 연습을 한다는 사람들은 전공자도 아닌 일반인들이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이걸 매일 한다고 한다. 또 이런 말도 나온다.
- 초등학교 3학년인 제 아이가 아침에 등교하기 전에 문제지를 풀면서 음악을 듣습니다.
등교하기 전 문제를 푸는 초등학생에 대한 진행자의 대답이 더 놀라웠다.
- 대단하네요. 훌륭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오전 8시 30분 출근 시간에 겨우 맞춰서 오는 나와 다르게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끝내고서도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하시는 분들도 많다. 세상에는 놀랍고 경이로운 사람들이 많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나눈다면 나는 저녁형 인간, 올빼미형에 들어간다. 아침형 인간보다 올빼미형 인간이 더 똑똑하고 인지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에게도 적용되면 무척 좋겠지만, 그것보다도 선천적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 하는 것보다 밤을 새우면서 무언가 하는 체질인 듯하다. 지금도 새벽에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루를 다 보내고 퇴근하여 집에 돌아온 나의 머릿속에는 온갖 것들이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좋았던 일들과 재미있었던 일들로 웃음을 띠기도 하지만, 속상하거나 화가 나는 일들을 곱씹느라 가슴이 답답한 채로 하루를 마감하는 때도 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잠자리에 들기 전 품었던 생각이 그대로 다시 살아나서 깜짝 놀라기도 하고 오히려 더 묵직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에 남아있던 감정의 색채와 아침의 색채는 사뭇 다르다. 밤에는 탁하고 진한 유화 물감으로 뭉쳐져 있다면 아침에는 조금 묽어지고 옅어진 수채화 물감인 느낌이다. 그래서 아침마다 1학년 아이들에게 보내는 학년 조회에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 좋은 아침입니다. 선물같이 주어진….
선물같이 주어진 ‘아침’에 보내는 메시지에 올해 1학기부터는 음악 선물을 함께 넣었었는데, 2학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성경 구절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학교 때 외웠던 성경 구절 암송 카드를 찾아서 아이들에게 적당한 성경 구절을 매일 보내고 있다. 일명 ‘아침을 여는 말씀과 음악’, 줄여서 ‘아말음’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학년 조회 즉, 아침 시간에 보내는 메시지 마지막에 들어간다.
학년 종례 즉, 저녁에 보내지 않고 학년 조회 즉, 아침에 보내는 이유는, 하루를 시작하여 새롭게 장식하는 깨끗하고도 맑은 영혼 상태에 좋은 말씀과 음악으로 각인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5일 동안 보낸 말씀과 음악들을 정리해 보니, 상당히 많아서 말씀을 쭉 읽는 것만으로도, 음악을 쭉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되고 안정이 되었다. 모든 아이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물어본 아이들은 모두 좋다고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매일 성경 구절과 음악을 찾기가 쉬운 일도 아니고, 이렇게 한다고 아이들의 생활기록부에 좋은 영향을 주어 좋은 대학교에 갈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이 일을 하고 싶다는 강한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언제쯤 알게 될지 모르지만, 30기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나 무엇보다 나에게 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의 아침이, 말씀과 음악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아침이 되기를, 그래서 좀 더 힘을 내어 살아보기를, 빛나는 아침이 쌓이고 쌓여서 우리의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소망하며….
*** (2024.09.28.(토)) 발레 <라 바야데르> 공연.
인도풍 발레라는 말에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던 작품으로, 대사가 없는 발레만으로는 스토리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화려한 의상, 보석으로 치장한 코끼리와 웅장한 무대 등 볼거리가 많았던 대작이다.
3막의 <망령들의 군무> 부분에 나왔던 새하얀 튀튀(고전 발레에서 쓰이는 스커트 모양의 무대 의상)를 입은 32명의 발레리나의 ‘발레 블랑(Ballet Blanc, 백색 발레)’이 가장 유명하다.
이 정도의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의 수고로움이 쌓이는 것이 당연한 일. 어쩌면 밤을 새우면서 아침을 맞이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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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커튼콜 장면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