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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vecin Oct 13. 2024

*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

천천히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2024.10.12.()) *     


  -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이혼 전문변호사 A가 ‘부업’으로 썼다는 B 드라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나 보다. 여기저기서 A의 인터뷰 기사가 많이 보인다. 13년 동안 이혼 전문변호사를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웹툰으로 만들어 SNS에 올리던 A는 6년 동안의 대본 작업을 통해 B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한 흥행에 놀라면서도 이런 이야기를 한다.     


 -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다시 드라마를 쓸 생각은 없습니다. 저의 본업은 변호사입니다.      


  어떤 일로 유명해지게 되면 매체 이곳저곳에서 이름과 얼굴로 도배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요즘에 더 이상 유명해지고 싶지 않다는 말도 신선했고, 흥행작이 된 작품에 이어서 드라마 작가로의 일을 병행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법도 할 텐데 본인의 본업에 대하여 재다짐하는 모습이 좋았다. 물론 주변에서는 이미 A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는 모양새이지만 말이다. 바라기는 A가 마음먹은 대로 더 이상 매체에 나오지 않기를, 내가 5번도 더 본 인터뷰 기사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B 드라마의 후속작이 나오면 좋겠지만 작가가 A가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이 기대가 이루어질지 내심 걱정이 된다. 유명해지고 자주 눈에 띌수록 (순수하던) 사람이 변하게 되거나, 유명해지기 전보다 그의 주변 환경이 안 좋아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는 A가 지금 그 모습대로 쭉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많은 사람이 재미있다고 하고 좋아해서 뛰어난 작품인 것도 아니고, 유명한 상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고 하더라도 모두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은 별개인 것. 어느 장르에서나 이 두 가지를 만족시키기는 무척 어렵다.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이 뛰어난 음악이지 않을 수도 있고, 베스트셀러 작품이 수준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수요자의 수준이 높으면 대중성과 작품성이 정비례하면서 같이 갈 수도 있겠다. A의 B 드라마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하니, 시간을 내서 한번 보아야겠다.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된 C의 이야기가 한가득하다. 2016년도에 맨부커상을 수상한 C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각했다.     


 - 세계 문학계의 인정을 받았다니. 읽기에 난해할 수 있겠어.     


   그래서 읽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노벨 문학상을 받는다는 소식에 깜짝 놀라서 D 선생님에게 문의했다.

     

 - 선생님, C의 책, 어떤가요?

 - 네, 읽기 수월하실 거예요. 어렵지는 않아요.     


  E라는 책부터 읽어 보라는 글을 읽고 구매하려고 했더니, <예약판매>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서점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열띤 호응으로 휴일에도 인쇄소에서 책을 찍어내고 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C의 심정이 어떨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C의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말 그대로 ‘거대한 파도’가 C의 인생에 몰려가는 느낌이다. 워낙 유명한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에 익숙하겠지만, 보는 사람으로서는 약간 떨리고 불안한 마음이다. 왠지 내 마음에 들었던 C의 슬픈 눈매와 소박하고 수수한 분위기가 거대한 파도 같이 밀려오는 엄청난 유명세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랄까. 작가가 들으면 웃을 일이겠지만. C의 소식을 들은 아침에 선생님들께 한마디 던졌다.   

  

 - 저, 목표가 생겼어요! 노벨 문학상을 목표로 하려고요!

 - 무엇을요?

 - 제 글쓰기요!     


  나의 말에 선생님들이 모두 폭소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나의 말은 농담이다. 하하. 하지만, 여기에 눈에 보이는 다짐을 써본다.     


 -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본업을 능가하는 부업으로 원하지 않던 유명세를 얻은 A와 평생을 바쳐온 본업으로 그야말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C의 공통점은 아마도 ‘천천히, 꾸준히’가 아니었을까. 또 그들은 역시 ‘끝까지’ 그들의 재능을 꽃피우지 않을까. 

  온갖 일들로 방향을 못 잡고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요즘, 이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이번 주의 글을 써본다. A도 C도 아마 이런 과정을 무수히도 겪었겠지??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글을 써보기!   

  

********************     


*** F 책을 찾기 위해 오랜만에 학교 도서관에 들렀던 몇 주 전의 어느 날을 잊지 못한다. 그날의 느낌은 뭐랄까. 현실 속에서 비현실 속으로 어떤 막을 뚫고 들어간 느낌이랄까. 

  아, 맞다. 비현실의 그 느낌! 내 시간 안에 들어와 있지 않은 이상한 나라 같은 그 느낌이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마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현실을 벗어나서, 이 세상에 없는 비현실을 마주한다는 것이 아닐까.

  바닥에서 붕 떠 있는 것 같았던, 공기 색깔이 달랐던 어느 날, 학교 도서관 서고에서 처음으로 확인해 보고 감격했던 날. 

  국립중앙도서관에도, 학교 도서관에도 무언가 남길 수 있다면, 전혀 유명해지지 않아도 천천히, 꾸준히 그리고 끝까지 글쓰기 해 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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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도서관에 꽂혀 있는 내 책들.

 <슬기로운 고등학교 생활 2023>은 누가 빌려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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