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동화
솔개와 병아리
수탁 한 마리가 농가의 허름한 헛간 앞을 왔다 갔다 하며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헛간 안에서는 암탉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앉아 어서 알에서 병아리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수탁은 가끔씩 걸음을 멈추고는 헛간의 열린 문틈으로 안을 살피기도 했습니다. 암탉은 아침부터 내내 둥지 위에서 알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곧 병아리들이 태어날 것 같습니다.
수탁은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이 감나무 가지에 걸려 수탁이 서 있는 마당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수탁은 무심코 감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수탁도 전에 본 적이 있는 솔개라는 무서운 새였습니다. 솔개는 감나무 가지 위에서 나뭇가지를 주워다 자신의 둥지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수탁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감나무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꼬꼬댁 꼬꼬! 여보, 드디어 우리들의 아기들이 태어나기 시작했어요."
헛간 안에서 암탉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탁은 언뜻 정신을 차려 헛간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과연 둥지 위에서는 노란 병아리들이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수탁과 암탉은 기쁨에 젖어 손을 맞잡고 기뻐했습니다.
"여보, 고생 많았소. 꼬꼬."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는 모두 다섯 마리였습니다. 병아리들은 암탉의 품에서 고개만 내밀어 수탁을 쳐다보았습니다.
"삐약삐약, 아빠 만나서 반가워요."
수탁은 헛간 밖으로 나와 마당 한가운데 섰습니다. 그리고는 온 세상을 향해 목청껏 외쳤습니다.
"꼬끼오! 이제 나도 아빠가 되었다!"
어린 병아리들은 암탉의 품에서 지냈습니다. 암탉이 모이를 꼭꼭 씹어 병아리들에게 주었습니다. 수탁도 마당이나 헛간 구석에서 잡아 온 벌레들을 병아리들에게 내밀었습니다. 병아리들은 어미닭들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병아리들은 둥지 안에서 장난도 치고 가끔씩 둥지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바깥세상이 궁금한 병아리들은 어미닭 몰래 헛간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수탁의 엄한 목소리에 얼른 암탉의 품으로 들어갔습니다.
수탁은 마당에서 병아리들에게 줄 벌레들을 잡다가 감나무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높은 감나무 가지 위에는 솔개의 둥지가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솔개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수탁은 혹시나 솔개가 병아리들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머지않아 병아리들이 마당으로 나올 것을 생각하니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햇볕이 좋은 어느 날, 암탉은 병아리들에게 말했습니다.
"아가들아, 이제 너희들에게 세상 구경을 시켜주겠다. 자, 조심조심 내 뒤를 따라오너라. 절대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알았니? 꼬꼬."
암탉이 앞장을 서고 병아리들이 뒤를 졸졸 따라 헛간 밖으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갔습니다.
수탁은 맨 뒤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따라갔습니다. 마당에는 따스한 햇볕과 포근한 바람이 병아리들의 첫나들이를 축하해 주고 있었습니다.
"얘들아, 저것이 하늘이고 저것은 구름이란다. 그리고 저것은 감나무인데 가을이 되면 빨간 감이 주렁주렁 열린단다. 그리고 또, 저것은..."
암탉은 병아리들에게 한껏 즐거운 목소리로 설명을 하다가 감나무 가지 위에 있는 솔개의 둥지를 보고는 입을 꾹 다물고 말았습니다. 둥지옆 가지에는 솔개가 매서운 눈초리를 하고서 마당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병아리들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암탉은 얼른 몸을 돌려 병아리들을 모아 자신의 날개로 감싸 안았습니다.
"얘들아, 위험하다. 어서 집 안으로 들어가자. 꼬꼬꼬!"
암탉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헛간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습니다.
수탁은 헛간 문 앞에 서서 감나무 위의 솔개를 노려보았습니다. 솔개는 수탁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다가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이슬비가 그친 오후, 암탉은 솔개가 둥지를 비운 사이 병아리들을 데리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수탁과 암탉은 혹시나 솔개가 돌아오는지 주위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병아리들은 모처럼의 마당 외출을 즐거워하며 풀도 쪼아 보고 돌멩이를 발로 차 보기도 했습니다. 작은 벌레들을 잡아 보려고 이리저리 뛰어다녔습니다.
그때, 어느 틈에 날아왔는지 솔개가 바람을 일으키며 마당으로 달려들더니 한쪽에서 놀던 병아리 두 마리를 날카로운 발톱으로 낚아채갔습니다. 암탉은 비명을 지르며 솔개의 뒤를 따라 달렸지만, 날쌘 솔개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감나무만 지키고 서 있던 수탁은 등 뒤에서 공격하는 솔개를 미처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암탉은 나머지 병아리들을 데리고 얼른 헛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솔개는 감나무 위에 있는 자신의 둥지로 날아갔습니다.
수탁은 벌겋게 핏발 선 눈으로 솔개의 둥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수탁은 마당을 발톱으로 긁으며 부득부득 이를 갈았습니다. 잠시 후, 감나무 가지 위에서 노란 병아리 털 하나가 나풀나풀 떨어졌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수탁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렀습니다.
며칠 뒤, 남은 세 마리의 병아리들도 암탉이 잠깐 조는 사이에 헛간을 나왔다가 솔개에게 당하고 말았습니다. 수탁과 암탉은 부둥켜안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아무래도 솔개가 감나무 위에 있는 한 병아리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암탉은 마당에서 솔개의 둥지를 올려다보며 병아리들을 생각했습니다. 분노에 찬 얼굴로 이를 부득부득 갈아 보았지만, 이미 솔개의 먹이가 된 병아리들을 되찾아 올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솔개를 멀리 쫓아 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암탉은 낮이고 밤이고 틈만 나면 마당에 나와 감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수탁의 마음도 아팠습니다.
횟대에 앉아 졸던 수탁은 옆에서 함께 자고 있던 암탉이 없어진 것을 알고 얼른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암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젯밤에 배가 아프다고 하던 것이 생각나 뒷간에도 가 보았지만 거기에도 암탉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암탉은 해가 저물 무렵에야 지친 얼굴로 헛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암탉은 다음날도 수탁이 잠시 뒷간을 다녀온 사이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한참 후에야 나타났습니다. 역시나 지친 얼굴이었습니다.
"여보, 당신 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구려. 내가 마당에 가서 벌레라도 좀 잡아 와야겠소. 꼬꼬."
암탉은 수탁을 바라보며 힘없이 고개만 저었습니다.
수탁이 마당에서 먹이를 찾다가 감나무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수탁은 솔개의 둥지를 볼 때마다 솔개에게 잡아 먹힌 자신의 병아리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면 수탁은 분노에 차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솔개는 둥지를 지키고 앉아 있었습니다. 솔개는 자신을 노려보는 수탁을 그냥 물끄러미 내려다볼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암탉은 다시 알을 낳아 품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네 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암탉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먹거나 뒷간에 갈 때는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의 솔개둥지를 한 번씩 올려다보곤 하였습니다.
수탁이 헛간 앞을 지키며 왔다 갔다 하고 있었습니다. 병아리들이 나올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탁은 헛간을 들여다보다가 뒤돌아 감나무 위의 솔개 둥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솔개도 오늘은 내내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꼬꼬댁! 아기들이 나왔어요."
수탁은 암탉의 외침을 듣고 얼른 헛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암탉의 둥지에서는 네 마리의 병아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수탁은 기쁨에 입이 벌어지다가 솔개가 생각나자 이내 얼굴이 어두워졌습니다.
암탉은 수탁의 손을 끌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감나무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둥지에서는 여전히 솔개가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습니다.
수탁은 솔개 둥지를 노려보는 암탉의 얼굴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때, 아주 작은 소리가 수탁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습니다.
"삐약 삐약."
수탁은 화들짝 놀란 눈으로 번쩍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분명 병아리 울음소리가 감나무 위의 솔개 둥지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놀란 수탁과 달리 암탉은 환히 웃는 얼굴로 솔개 둥지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암탉은 기쁨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드디어 솔개가 우리의 아기를 깠군요. 꼬꼬."
수탁은 어리둥절해서 암탉을 쳐다보았습니다. 어떻게 저 높은 감나무 가지의 솔개 둥지에서 병아리 울음소리가 들리는지, 지금 암탉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여보, 저는 지난번에 헛간의 지붕에 늘어져 있는 감나무 가지를 타고 올라가 솔개 둥지에 올라갔었어요. 저 둥지를 부수어 버리면 솔개가 다른 곳으로 가 버릴 거라고 생각했지요. 있는 힘을 다해 둥지에 올라갔을 때, 저는 둥지를 차마 부수어 버릴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둥지 안에는 솔개의 알 하나가 들어 있었거든요. 제가 둥지를 부수어 버리면 그 알은 땅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날 게 뻔했거든요. 저는 어찌할 까 고민을 하다가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 냈어요. 솔개가 우리의 병아리를 까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솔개는 자기 손으로 깐 새끼들은 해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는 솔개의 둥지에다 제 알을 낳고 내려왔어요. 다음날도 솔개가 먹이를 구하러 간 틈을 타 저는 감나무 위의 둥지에 올라가 알을 하나 더 낳고 내려왔어요. 솔개는 우리들의 알을 자신의 알인 줄 알고 열심히 품어 드디어 우리의 아기들을 깐 것 같네요. 꼬꼬."
묵묵히 암탉의 말을 듣고 있던 수탁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얼굴색이 변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아기들을 어떻게 저 높은 솔개의 둥지에서 데리고 내려오지? 꼬꼬꼬."
수탁의 말을 들은 암탉은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는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습니다.
"여보, 어쩌면 좋아요? 제가 그 생각까지는 못했네요. 꼬꼬댁!"
둘은 새로운 고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수탁은 감나무를 올려다보며 어떻게 하면 저 아이들을 데리고 내려올 수 있을까 궁리를 해보았지만, 쉽사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솔개는 병아리들을 자신의 새끼라고 생각했는지 둥지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습니다.
암탉이 걱정이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 저 얘들이 조금 있으면 둥지 밖으로 나오려고 할 텐데 어쩌면 좋아요? 그러면 저 높은 곳에서 마당으로 떨어질 텐데. 어휴,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요... 어떡하죠? 꼬꼬꼬."
수탁은 도대체 병아리들을 데리고 내려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가슴만 답답했습니다. 암탉은 둥지를 올려다보며 눈물만 흘릴 뿐이었습니다.
헛간에서 놀던 병아리들이 하나 둘 둥지를 빠져나와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수탁이 마당으로 나와 감나무 위의 둥지를 올려다보았습니다. 둥지에 앉아 있던 병아리 한 마리가 고개를 빼고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수탁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삐약삐약! 나도 마당으로 내려갈 테야."
수탁은 더욱 걱정스러운 얼굴로 병아리를 쳐다보며 외쳤습니다.
"아가야! 절대 둥지 밖으로 나오면 안 돼! 곧 데리러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알았니? 꼬꼬!"
수탁은 밤새도록 한숨도 자지 못하고 고민을 하였습니다. 옆에서 암탉도 함께 고민을 해 보았지만,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암탉이 눈을 떴을 때 수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둥지 안에서는 병아리들이 서로 몸을 맞댄 채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암탉은 급히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막 헛간의 지붕에서 감나무 가지 위로 뛰어오르는 수탁을 발견했습니다. 수탁은 아주 조심스럽게 나뭇가지를 건너뛰었습니다.
"여보! 조심해요! 꼬꼬댁!"
솔개는 먹이를 구하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암탉은 조마조마한 얼굴로 수탁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수탁은 감나무 가지를 힘겹게 건너뛰어 솔개 둥지 가까이 올라갔습니다. 둥지에는 막 잠을 깬 병아리들이 암탉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내 수탁은 솔개 둥지에 다다랐습니다. 둥지 안에는 솔개 새끼 한 마리와 병아리 두 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탁을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수탁은 병아리들을 감싸 안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가들아, 아빠가 왔다. 이 높은 곳에서 얼마나 무서움에 떨었니? 이제 걱정 마라. 아빠가 있잖니. 꼬꼬."
감나무 밑에서는 암탉이 왔다 갔다 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수탁이 어떻게 아기들을 데리고 내려올 건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솔개가 돌아오기 전에 내려와야 할 텐데...
그렇지만, 막상 감나무 위에 올라간 수탁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병아리들만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암탉의 눈에 멀리 둥지로 돌아오고 있는 솔개가 보였습니다.
"여보! 솔개가 돌아오고 있어요! 어서 내려와요! 아기들은 다음에 다시 방법을 생각해서 내려요! 빨리 뛰어내리세요! 꼬꼬댁!"
암탉은 수탁을 올려다보며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나 수탁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병아리들만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수탁은 점점 감나무로 날아오고 있는 솔개를 두려운 얼굴로 보고만 있었습니다.
자신의 둥지 위에 앉아 있는 수탁을 발견한 솔개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날쌔게 날아왔습니다.
"아니,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어서 비켜나지 못하겠어? 크크."
솔개는 수탁을 노려보며 날카로운 부리를 휘저을 뿐, 수탁에게 덤비지는 못했습니다. 자기의 새끼들이 지금 수탁의 품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탁은 솔개가 무서워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덜덜 떨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병아리들을 그냥 두고 혼자 뛰어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수탁은 아기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내 용기를 내어 어깨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꽁지를 쳐들고, 머리 위의 볏도 꼿꼿이 세워 절대로 물러 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어서 썩 꺼지지 못할까! 내 새끼들을 건드리면 가만 두지 않겠다. 빨리 꺼져!"
감나무 아래에서 위를 지켜보고 있는 암탉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여보! 어서 뛰어내리라고요! 위험해요! 꼬꼬댁!"
그러나 수탁은 자신의 병아리들을 가슴에 품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솔개는 무수무시한 발톱을 내보이며 한 발짝, 한 발짝씩 둥지 가까이로 다가왔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 더 다가오면 네 새끼를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겠어! 꼬꼬댁!"
수탁은 솔개 새끼를 발로 밀어내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솔개는 얼굴이 흑빛으로 변하며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아, 알았어. 참으라구! 내 새끼들을 가만히 두라구. 얼른 내 둥지에서 빨리 나가라!"
솔개는 발톱을 고추 세우면서 수탁을 위협했습니다. 금방이라도 수탁에게 달려들 것만 같았습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 수탁의 얼굴을 스쳐 갔습니다. 이때, "뿌지직" 소리가 나며 둥지가 약간 기울어졌습니다. 솔개와 수탁의 몸싸움에 둥지가 부서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개도 수탁도 움직임을 멈추었습니다.
수탁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수탁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이 입을 꾹 다물고는 눈에 힘을 주며 부릅 떴습니다. 그리고는 병아리들을 양 날개로 감싸 안고 마당으로 풀쩍 뛰어내렸습니다.
"꼬꼬댁 꼬꼬! 아빠는 너희들을 두고 혼자 갈 수는 없어!"
수탁은 병아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날개를 펼칠 수가 없어 곧장 땅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마당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암탉이 깜짝 놀라 감나무 아래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날개를 크게 펼쳐 떨어지는 수탁을 온몸으로 받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수탁은 암탉의 날개 위에 떨어졌다가 땅바닥에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렇지만 수탁의 날개 속에 있던 병아리들은 무사했습니다. 암탉은 얼른 수탁에게 달려가 부축을 했습니다. 감나무 가지에 앉아 있던 솔개가 눈이 휘둥그레져 내려다보았습니다.
수탁은 헛간에 누워 암탉의 걱정스러운 간호를 받았습니다. 수탁은 약간의 타박상만 입었을 뿐 그리 많이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암탉은 수탁의 팔다리를 주물러 주었습니다.
"여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요. 솔개에게 당하면 어쩔라구 그랬어요? 많이 아프지요? 꼬꼬."
수탁은 암탉의 손을 잡으며 믿음직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우리 아기들을 무사히 데리고 내려올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 정도의 아픔은 참을 수 있어. 꼬오..."
암탉도 환한 미소를 띠며 수탁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솔개 둥지에서 구출해 온 병아리들은 헛간에서 태어난 병아리들과 함께 어울려 놀았습니다. 병아리들은 어미닭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마당으로 종종거리며 몰려 나갔습니다. 뒤늦게 병아리들이 마당으로 나간 것을 안 수탁과 암탉은 황급히 달려 나갔습니다. 솔개가 자기 둥지에 돌아와 있었기 때문에 병아리들이 위험했습니다.
마당에 모여있는 병아리들 앞에 무시무시한 솔개가 서 있었습니다. 수탁은 '아, 이제 늦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솔개가 입에 물고 있던 먹이를 병아리들 앞에 내려놓고는 감나무 가지 위로 날아갔습니다. 병아리들은 솔개가 주고 간 먹이를 서로 먹겠다며 아웅다웅 다투고 있었습니다. 수탁은 이를 지켜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암탉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후유~ 다행이야. 그런데, 왜 솔개가 우리 병아리들을 해치지 않았을까?"
암탉이 감나무 위에 앉은 솔개를 지그시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아마도 자기 품에서 태어난 새끼라서 그렇지 않을까요?"
솔개는 마당에서 놀고 있는 병아리들을 내려다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