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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감자 May 19. 2024

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키워드 3가지를 골라주세요

평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회사에서 다음과 같은 활동을 진행한 적이 있다.


제시된 키워드들 중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키워드 3가지를 고른 후, 상대방에게 자신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키워드 3개를 돌아다니면서 설문해 오라는 것.


처음에는 다양한 긍정적인 키워드들이 오가며 '오 맞아요ㅎㅎ', '아쉽지만 없네요 ㅜ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등의 하하호호하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한 분에게 '느긋함'이라는 키워드를 받게 되었다.


느긋하다.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쳤다. '불성실하다는 건가', '업무 피드백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가', '지가 뭘 안다고 ㅆ..'


좋은 무수히 많은 말들을 제쳐둔 채 머릿속에는 온통 '느긋함'이 주는 나의 평가에 대한 생각만이 맴돌았다.

 

이렇게도 남의 말에 받는 영향이 큰 걸까. 상처를 잘 받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툭 뱉은 뾰족한 말은 잘도 주어서 내 마음에 박게 된다.


사회, 특히 관계 집약의 결정체라고도 볼 수 있는 회사에서의 '남들에게 받는 평가'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살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등의 남 눈치 보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글은 점점 늘어나는 듯한데, 정작 회사 내에서의 평가 측면에서 보면 '그 사람의 평판'이 미치는 영향을 어찌 무시할 수 있을까.


물론 마음에 새기며 곱씹어 봐야 하는 남의 피드백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의 상사라든가, 주로 업무를 같이 하는 동료들, 주 협업 부서 등의 나를 향한 피드백은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이며 되짚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오고 가는 나에 대한 평판에 대해서 보다 단단해지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나에 대한 확신과 그에 걸맞은 업무 능력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업무에 미치는 나의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한 것들을 고려하는 것 외에도 나의 마음에 대해 걱정하는 시간도 별도의 시간을 내서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것 같다. 일도 잘해야 되는 것도 맞지만, 그만큼 나도 행복해 돼야 할 것 아닌가.


회사원이기 이전에 나름 애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기특한 나이고, 일을 해서 회사에 지대한 성과를 주기 위해서 존재하기 이전에 그저 내 하루 3끼, 욕심내서 미래의 3끼들, 더 욕심내서 미래의 내 식구들의 3끼 값 벌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기에.


남이 주는 나의 평가를 무조건적 방어적으로 대해서도 분명히 안된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 (그것이 같이 할 일의 능률을 위해서든, 나 개인을 위해서든) 진심으로 주는 피드백과 그저 지나가는 길에 흘린 말을 분별할 줄은 아는 능력도 건강하게 나 하나 살아가기 위해선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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