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텀 Aug 08. 2023

닌텐도 2

2분기 실적 발표

게임 기업 닌텐도가 2023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닌텐도의 회계연도 기준으로는 2024년 1분기입니다. 주요 실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실적


매출: Y461,341M (YoY 50% 상승, QoQ 51% 상승)

IP 매출: Y31,800M (YoY 192% 상승, QoQ 163% 상승)

매출마진율:  61% (YoY 1pt 상승, QoQ 동일)

영업마진율: 40.2% (YoY 7.1pt 상승, QoQ 1.5pt 하락)

순이익율: 39% (YoY 동일, QoQ 4pt 상승)


닌텐도의 이번 분기 실적은 대부분의 예상을 깬 수준의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매출이 작년이나 전기 대비 무려 50% 이상 상승하였으며 이러한 상승의 큰 부분은 IP 매출이 견인했습니다. 이전에 적었던 닌텐도 기업 분석 글에서 밝혔듯이 닌텐도는 이번 분기에 슈퍼마리오 무비의 성과를 기록할 예정이였는데, 해당 글에서 예상한 310억 엔까지는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닌텐도가 보통 100억 엔 정도의 IP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생각하면 실제 2023년 2분기 동안 집계된 금액은 220억엔 정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IP매출은 이번 한 분기만으로 작년에 기록한 IP매출의 62%를 기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이번 분기 매출의 6.9%를 차지하게 됐는데, 이는 평소의 3%를 크게 상회합니다. 또한 젤다의 신작이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것 역시 매출 상승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닌텐도는 이번 분기에 역사적인 수준의 2분기(회계연도 기준으로는 1분기)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 주식시장에서 닌텐도의 주가는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전에도 밝혔듯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당기의 실적보다는 그 다음 분기의 실적 예상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닌텐도는 다음 분기 실적 예상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발표했던 연 매출 9.5% 감소 예상을 유지했습니다. 기록적인 분기 실적을 올리고도 연 매출 예상을 높이지 않았다는 것은 곧 다음 분기들에 있을 매출이 약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으며, 결국 시장은 이것을 단기적인 매출 하락징조로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슈퍼마리오 무비와 닌텐도 IP 파워


시장의 단기적인 반응과 별개로 이번 실적 발표는 수 많은 호재가 가득했습니다. 우선 슈퍼마리오 무비의 로열티가 실적에 기록되면서 닌텐도의 IP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흥행했을 경우 닌텐도의 매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수치로 증명했습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약 220억 엔 정도의 로열티를 지급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사실상 비용이 거의 없는 압도적인 마진의 매출입니다. 명심해야할 부분은 이 매출이 어디까지나 단기적이라는 점입니다. 딱히 다른 영화의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기에 앞으로 장기간동안 이러한 IP 매출을 기록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적 발표가 의미있는 것은, 닌텐도가 이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입니다. 이전에 밝혔듯이 저는 닌텐도가 이 분야 매출을 확장해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으며 이번 영화의 흥행을 기반으로 많은 영화사들이 닌텐도의 IP를 바탕으로 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합니다.


수치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후 3개 분기에서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IP매출을 기록한다고 가정하고 회계연도 2024년 매출이 경영진의 예상대로 1,450B 엔이라면 총 매출의 5%가 IP 매출에서 발생했다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약 5년 후에 IP 매출이 총 매출의 6~10%를 차지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밸류에이션을 진행했었는데, 적어도 하단은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총 매출이 현재는 상당히 눌려있는 점을 고려하면 5년 후 매출의 6~10%는 현재 매출에서의 6~10%와는 그 금액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지켜보는만큼 닌텐도에게 기대하고 있던 방향성이 증명이 됐다는 점으로 투자 아이디어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판매량


이번 분기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하드웨어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량은 전년대비 51% 감소하였지만 OLED 모델의 판매량은 86% 증가하였습니다. 슈퍼마리오 무비와 젤다 신작이 스위치 판매량 유지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부터 약 2년간 진행되어오던 분기 판매량 감소는 이번 분기에 처음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 판매량 증가 역시 일시적일 것입니다. 만일 닌텐도가 스위치 판매량이 조금 늘었다고하여 다음 스위치 세대를 더 미룰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일 것입니다. 닌텐도 스위치는 이미 발매 7년차의 오래된 기기이며 내년에는 적어도 하반기에는 새로운 기기가 발매되어 스위치를 통해 만들어둔 강력한 유저 베이스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어야합니다.


소프트웨어 판매량 역시 약 1850만 장이 판매된 젤다의 흥행에 힘입어 26% 증가했습니다. 닌텐도에서 집계하는 플레이어 수는 매 분기 증가 추세가 유지되어 1160만 명을 달성했습니다. 이에 따라서 디지털 매출도 작년이나 전기 대비 크게 상승했습니다. 이번 분기는 여러모로 닌텐도에게는 역사적인 실적을 기록한 분기입니다.


가이던스 유지에 대한 생각


위에서 말했듯이 투자자들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역시 2024년 가이던스 유지입니다. 투자자들이 이 발표에 더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번 분기 실적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역사적인 수준의 분기를 기록하고도 연 가이던스를 상향조절하지 않는 것은 다가오는 분기들이 최악일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실제로 수치를 바탕으로 생각해도 닌텐도는 이번 분기 기록한 매출만으로 예상되는 매출인 1,450B 엔의 32%를 달성했습니다. 결국 닌텐도는 다음 3분기에서 평균 329M 엔 정도의 매출만을 기록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블랙 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4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예측을 하는것은 조금은 충격적인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닌텐도의 경영진은 가이던스 조정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했을 때 어닝 콜에서 경영진에게 던져진 매우 중요한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경영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매출이 각각 15%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총 매출은 9.5% 정도만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어째서 총 매출의 하락률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였습니다. 경영진의 대답은 젤다 신작의 판매량과 슈퍼마리오 무비의 로열티가 2분기에 집계되는 점을 고려하여 매출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영진의 예측은 이번 분기에 정확하게 들어맞았습니다. 따라서 경영진이 생각하던 과정의 첫 번째 스텝은 정확하게, 혹은 예상보다 훨씬 나은 방향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슈퍼마리오 무비의 로열티나 젤다 신작의 판매량이 일시적인 점을 고려하여 다음 분기를 굳이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수치를 바탕으로 생각했을 때 경영진의 예측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실제 연 매출이 1,450B엔이 되려면 다음 3분기의 매출이 작년 대비 23% 이상 줄어들어야 합니다. 이는 경영진이 현재 판단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매출 감소의 1.5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닌텐도의 수명이 사실상 끝난 점과 자연스럽게 다음 기대작이 크게 없는 점을 고려하면 이루어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미 큰 폭으로 줄어든 매출이 또 다시 23% 이상 줄어든다는 것을 쉽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영진이 2023년에 겪었던 어려움으로 인해 가이던스를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투자자들이 단기적으로 이러한 결정에 매도를 선택했다면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


닌텐도의 이번 분기 실적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긍정적인 결과였습니다. 매출이 유의미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역사적인 수준의 매출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늘 그렇듯이 제 예상은 틀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기분 좋게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분석에서 밝혔듯이 1년 기준 매출 감소를 12%로 가정했었는데, 이 가정의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영진의 예상인 9.5%가 2분기의 호실적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낙관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2분기 실적이 증명된 지금은 최소한 경영진의 예상대로는 진행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약간의 조정을 통해 현재 닌텐도의 목표가는 이전 목표가보다 높아진 상태입니다.


닌텐도의 주가가 단기적으로 하락한다면 좋은 투자 기회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퀄컴의 분기 실적 발표 글에서도 밝혔듯이 최근에는 매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의 주식이 거의 존재하지 않았는데, 닌텐도의 경우는 기대가치는 높아졌는데도 주가는 낮아진 매우 매력적인 케이스입니다. 로지텍의 경우 기대가치가 높아졌지만 주가가 그 이상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아쉽게도 투자 기회로 발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닌텐도와 같이 미래의 가치와 현재 가치의 방향성이 상반되는 경우가 투자자로써 가장 즐거워지는 순간입니다. 아직 닌텐도의 IR 사이트에 Q&A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추후 확인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면 공유하고자 합니다. 


Disclaimer: 이 글은 매수/매도 추천이 아니며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8/3/2023

Value Investor's Sanctum

작가의 이전글 퀄컴(QCOM)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