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투자에 대한 생각'이라는 글을 쓴 다음 날, 애프터마켓에 7%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그 위치에서 거의 10%가 떨어지며 약 $458으로 내려왔습니다. 조기에 매도한 기업이 엄청난 성장 속도를 보여주며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쓰기가 무섭게 시장은 '너가 뭘 생각하던간에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면박을 주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 사이에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변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은 하루가 지나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눈부신 수준이였고 엔비디아가 제시한 다음 분기 가이던스 역시 이 기업이 왜 올해 주식시장의 아이돌으로 주목받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잭슨 홀 미팅을 이유로 아래로 향했습니다.
위 사진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풍자 중 하나입니다. 뉴스에서 오늘 주식시장의 등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앵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오늘 금리 인하에 대한 뉴스로 주식 시장이 상승했으나 금리 인하가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예상으로 주식 시장은 하락했지만 낮은 금리가 부진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주식 시장이 상승했고 결국은 과열된 경제가 금리 인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주식 시장은 하락했습니다." 이 앵커가 말한 모든 요소는 각기 주식 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유발할 수 있지만 모두 서로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이 그림은 주식 시장의 등락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통렬하게 풍자합니다. 이 그림이 1981년 그려진 점을 생각하면, 4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시장의 변동에 대해 이유를 붙이려고 하는지를 보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주식 시장은 변덕스럽습니다. 가치투자의 아버지 벤자민 그레이엄은 주식 시장을 '미스터 마켓'으로 의인화하며 조울증 환자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가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팔다가도 또 어떤 날은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고자합니다. 반대로 가치보다 비싸게 주식을 사려고 할 때도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엔비디아라는 기업은 실적 발표 이후 변한 것은 없으나 이후 반락하며 시장이 얼마나 변덕스러울 수 있는지를 또 한번 보여줬습니다.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을 생각하면, 겨우 며칠 사이 '미스터 마켓'의 변덕은 무려 100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동은 투자자의 실력에 따라 득이기도, 실이기도 합니다. 시장의 변동에 매일 이유를 찾아내는 투자자들은 보통 시장의 변동이 득보다는 실이기 마련입니다. 위 풍자에서도 보이듯이 어떤 이유든 가져다 붙일 수 있는 시장의 변동에 대해서 해석하는 투자자들은 보통 그 다음 날의 시장의 변동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며 해석을 하고자 합니다. 당장 과거의 시장 변동에 대한 이유도 명확하지 않은 마당에 다음 날 시장의 변동까지 예측하려고 하는 투자자들은 성과를 떠나 매우 어려운 길을 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투자 대가들은 시장의 변동이 곧 기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가지 변수들로 인하여 시장이 변동하고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심해질때가 가치투자자들이 움직이는 시기입니다. 가치투자자들은 '배트를 휘두르지 않아도 아웃이 되지 않는 게임'에 충실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워렌 버핏은 수 많은 투자자들과 정보가 모인 월 스트리트를 벗어나 조용한 지역인 오마하에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열렬한 복제자 모니쉬 파브라이 역시 뉴욕이 아닌 어바인에 회사를 두고 있으며 모니쉬 파브라이의 절친한 친구인 가이 스피어는 미국을 아예 벗어나 취리히에서 투자에 집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개인투자자 중 하나로써 많은 정보에 노출이 돼있습니다. 실력이 많이 부족한만큼 다른 사람들이 내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 기업들의 경우 1월 이후로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가가 쭉 하락세를 걷고 있는데, 중국 경제가 얼마나 불안정하며 중국 기업들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하락이 지속될수록 더욱 더 많은 곳에서 듣게 됩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투자자들은 해당 기업들이 리스크가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작 주가의 하락은 리스크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훌륭한 투자 근거일까요 아니면 잡음에 불과할까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투자자가 되는 것이 곧 시장의 변동을 친구로 삼을 수 있는 훌륭한 투자자가 되는 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27/2023
Value Investor's Sanct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