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vs 실행가
요즘 기술 세계에는 '혁신'이라는 단어로 치장한 이상한 전염병이 돈다. 모두가 '혁신'을 원한다. 뉴스는 '누가 가장 혁신적인지'를 두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혁신의 최전선에는 전략가가 자리하고 있다. 딜로이트, KPMG, 맥킨지 등의 컨설팅 업체들은 혁신을 위해서는 그에 따른 계획이 필요하다며 여러가지 전략적 접근을 제안한다.
하지만 성공에 이르는 길은 전략이 아니라 “실행”이다.
보고서와 기획 문서가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전략을 잘 짠다고 실행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전략을 구상한 대로 현실세계에서 그대로 이뤄진다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예상치 못한 요소들로 인해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유튜브는 최초 데이팅 앱으로 시작했으며, 협업툴로 유명한 슬랙 역시 최초에는 게임개발 회사였다. 구글은 알고리즘 연구 프로젝트로 시작해 최고의 검색엔진 회사로 거듭난 케이스이며, 플리커는 온라인게임으로 시작해 현재는 사진 공유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실행가가 훌륭한 전략가였던 경우도 있겠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전략가는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예 성공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꼭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는 압박에서 벗어나라. 기획서를 못 썼다고 자책하지도 말라.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목표를 세운대로 실행하고, 안되면 다시 하라. 여러 번 시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며, 최초 계획에서 틀린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입증할 사례는 너무 많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찾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애플이 훌륭한 회사로 추앙받는 이유는 그들이 실행가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알아본다는 데에 있다. WWDC 2014 키노트가 대표적 사례인데, 팀쿡은 그의 엔딩연설에서 애플 제품을 만든 모든 엔지니어들을 일으켜 세우며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공로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회사가 국내에도 있을까?
https://youtube.com/clip/UgkxXGN9CB97WweF4bockB5S1Hbg1-5vGXk3?si=Aq38RulAXuWOWzc6
계획을 세우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계획하는 게 마땅하다! 전략은 재밌다. 전략을 세움으로써 비효율이 줄어들고 조직이 발전한다. 하지만 전략 그 자체로는 누구에게도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 아니다.
성공의 비결은 실행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