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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안 Aug 31. 2022

새벽마다 울리는 윗집의 피아노 소리

층간 소음을 인내했던

2022.01.30 작성 _


언젠가부터 윗집에 피아노가 들어왔는지 23시가 넘어간 시간에도 빌라 복도를 울릴 정도의 연주 소리가 항상 들려왔었다.


그때는 한창 취업준비를 위해 밤새 프로젝트하고 공부하던 시기라 이 야밤에 울리는 피아노 소리가 당혹스럽긴 해도 빌라 사람 그 누구도 핀잔 주는 이가 없었고 나도 밤낮이 바뀌어 불편한 게 없으니 무탈하게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윗집에선 탱고를 유독 많이 연주하곤 했다.

노래를 틀었나 싶어 듣다 보면, 연주하다가 삑사리가 나서 손가락에 감정을 싣고 “댕~~~!”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또한 인간적인 모습 아닌가. 그러다가 다시 곡의 처음으로 되돌아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었다.


그 어느 날은 면접 전날이었는데, 어김없이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와 경쾌한 페달 소리에

당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분노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의문이 들었었다.


혼자 살기도 하고, 이 빌라에서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 항의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찌 저렇게 배려 없는 사람이 있을까? 방음이 안 되는 걸 모르나?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가 겨우 잠에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선 또 윗집의 연주 소리가 한동안 안 들리는 듯했다.

또 어느 날, 출근 전날에 연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면접 전날 연주 소리에 밤잠을 설쳤던 날을 떠올리며 다시금 피어오르는 묘한 불쾌감에 유튜브에서 잠에 좋다는 명상 음악을 들으며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윗집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다.


종종 들었던 생각이긴 하지만 새삼 가만히 듣다 보니 참 실력이 많이 늘었다.

이제는 음원을 틀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부드러운 선율이 울린다. 지붕 위에서 들리는 피아노의 페달 소리는 적당한 박자감을 주는 asmr처럼 들리기도 하고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놓은 것 같다.


문득 생각해보니 지난날과 오늘의 차이는 내 마음의 여유뿐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게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상태라면,

같은 상황이라도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는구나 하는

정말 새삼스러운 생각이 드는 밤이다.




to. 윗집

많이 늘으셨네요.

층간 소음을 인내한 보람이 있습니다.


근데 노래는 좀 바꿔주세요

from. 20n호




- 2022.01.3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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