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제 : 참을 수 없는 내 글의 가벼움
아래의 내용은 <2023.3.10>의 일기입니다.
항상 내 부족한 글을 꼼꼼히 빠뜨림없이 읽으시며 댓글을 달아주시는 작가님이 계신다. 늘 별다를 것 없는 생각으로 별다를 것 없는 글을 쓰니, 늘 고만고만한 상태에 머물러있는 내 글들. 그 글들은 몇몇 작가님들때문에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그 중 한분은 아직은 본인의 글은 쓰지 않는 분이셨다. 하지만, 이미 구독자는 꾸준히(?) 글을 쓴 나보다도 많으신 분. 댓글 쓰시는 것을 보면, 분명 글을 잘 쓰실 듯 한데, 본인의 글을 쓰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궁금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언제가 되었든 글을 쓰실 날을 손 꼽아 기다리게 하시던 분. 때가 되면, 쓰시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 첫번째 글이 올라오면 내가 1등으로 달려가서 그동안 달아주신 댓글에 감사하는 의미로라도 1등으로 댓글을 달리라 그렇게 결심했던 나였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 일과중에 첫번째 글이 올라왔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 많은 관계로 댓글 1등의 꿈은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내 마음의 반가움은 표시하고 싶어서 일단 라이킷부터, 반가움부터 댓글로 표현했다.
그 후에 읽기 시작했는 데, 역시나 그 글은 너무나도 작가님과 닮아 있었다. 평소, 댓글에서 느꼈던 그 느낌. 성숙함이 느껴졌다. 뭔가 숙성된 느낌이 느껴졌다. 이 글 하나를 쓰기 위해 얼마나 갈고 닦으신 것인지, 짧은 에세이 하나가 내 마음에 뭉클하게 박혔다. 오래 끓인 사골 국물을 마시는 듯 작가님의 생활을 진하게 우려낸 느낌이었다. 진짜 글을 만난 느낌.
갑자기, 꾸준히 쓴다는 핑계로, 꾸준히 쓰지도 못하면서 숙성이 덜 된 글을 발행하기에 급급한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졌다. 퇴고의 과정을 거친 글이라고 해도, 깊이 진하게 내 삶을 우려내지 못한 글을 발행한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아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글 앞에 내 글은 너무 가벼웠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만큼 참을 수 없도록 가벼운 내 글.
물론, 내가 무거운 사람은 아니어서, 깊이 있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할 것이고, 설령 어설프게 흉내내려한다면 어쩌면 그런 척을 하는 글이 될 수도 있겠다. 이게 나다운 글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그래도 오늘 그 깊이있는 글을 보니, 글에도 숙성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작가에게도 숙성이 필요하단 걸 느끼게 되었다.
더불어, 오늘 읽은 또 하나의 글인 척과 진솔 사이에서 고민하시는 작가님의 글도 읽었지만, 숙성된 작가는 척할 필요도 없이 진솔한 삶의 글이 나올 것이다. 숙성이 안 됐는 데 숙성된 맛을 내려면 척을 해야 겠지만, 숙성이 된 상태면 척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 숙성된 진솔한 글이 나올 것이다. 오늘 첫 글을 발행하신 그 작가님처럼.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나 자신부터 숙성된 인간이 되는 게 먼저이겠지? 근데, 인간은 어떻게 숙성되는 거지? 삶은 어떻게 숙성시키는 걸까?
하늘의 뜻을 알아야 될 나이가 되고서도 마음은 아직 배움에 뜻을 두어야 할 지학(志學)의 나이에 머무르는 나. 숙성되고 싶어지는 밤. 또, 어이없게 단기간 속성으로 숙성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