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작년은 '헤어질 결심', 올해는 이 영화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오르고도 자릴 뜨지 못했다. 아파트, 권력, 돈, 인간, 신념, 계급. 단단하게 살아 있는 것 같지만 결국 생명을 다한다. 단단한 건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존재가 사라질까봐 아련하게 얽매이는 우리의 마음이다. 살아남은 박보영은 무너진 세계의 샤넬을 상주 리본으로 달고 모든 죽음을 편견 없이 애도한다. 영화 마지막 아파트 밖을 내다 보는 그의 공허한 눈빛은 '살인의 추억'에서 콘크리트 배수관을 들여다 보던 송강호처럼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경이로운 소문 2]
여지나 작가 하차 이후 회생 불가능.
[D.P. 2]
모든 사람의 피에 디피가 흐르면 세계는 좀 더 아름다워질까. 원작과 연출의 시너지가 근래 가장 빛나는 작품. 시즌 1이 구교환을 쏘아 올렸다면, 시즌 2에선 배나라의 킥이 날카롭다. 정석용, 문상훈의 연기는 예능캐라는 고정관념의 뺨을 철썩철썩 때린다.
[마스크걸]
보기 드문 옴니버스 형식 연출이 반갑다. 서사는 구멍이 많지만 멱살 잡고 캐리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인물의 감정에만 깊이 몰입시키며 꾸덕한 쾌감을 준다. 감독은 아마도 보라색 덕후.
[무빙]
다소 게으른 연출이지만 원작 스토리의 힘을 숨기진 못한다. '카지노' 때문에 멀어졌던 디즈니를 다시 찾게 한 선물.
[아바타 2]
최근 마블의 부패한 음식들을 보며 이렇게 외치는 것 같다. '이게 바로 영화다. 물의 씻김을 받거라.' 거대한 세계관을 꼼꼼하게 설계하는 제임스 카메론의 고집은 경이롭다. 예컨대 인간과 나비족이 서로의 공간에서 매번 마스크를 바꿔 써야 하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예산과 노가다는 늘고, 개봉마저 지연될 수 있다. 그런 디테일한 철근 하나 빠트리지 않는 단단한 세계.
[마블 시리즈]
전작을 알아야만 재미를 느낀다면 그건 게으른 작품. 흡사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넋두리. 구멍난 스토리에 화려한 CG와 게으른 농담들만 꾸역꾸역 채운다. 돌아와 로다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