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도연 Dec 16. 2023

괴물

어쩌면, 내가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극장 안은 소란하다.

와르르르르르르

수십 개의 눈알이 스크린 위를 구른다.

관객들은 쉴 새 없이 괴물을 찾는다.

저 놈인가. 저 년인가. 저 아인가.

'서울의 봄' 도파민 여파인 듯

여기서도 반동분자 색출이 끝나지 않는다.

무려 두 번째 시선을 보고 나서도

미련이 남는다. 누군가는 괴물이어야 한다고.

미나토와 요리도 그랬다.

그래 어쩌면, 내가 괴물일지도 모른다고.

              

모두, 감독이 놓은 덫이었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참회를 시작한다.

진짜 괴물은 결국, 괴물이란 허상을 쫓는 나였다고.

처음부터 괴물을 찾지 않았다면

당신들도, 우리들도, 괴물이 아닐 수 있었다고.

하지만 참회는 늘 돌이킬 수 없을 때의 선택이다.

비극은 어린양을 제단에 올리고 나서야 끝난다.

와르르르르르르

쓰나미가 휩쓸고 간 마음 한 구석

누구나 하나쯤은 작은 시체를 발견한다.

무참히 훼손되어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극장 밖에는 영화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금도 누군가는 괴물을 쫓고, 

누군가는 괴물로부터 도망치고 있을 것이었다.

추적추적, 끝없이 내리는 비는

모든 편견을 씻으려는 하늘의 기도였을지도.


불투명한 연말, 하나쯤은 또렷해졌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사카모토 유지.

당신들은 진짜 괴물이다.



작가의 이전글 연희궁의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