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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철 Jun 05. 2024

번역 문화


요즘은 한국의 번역 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해외에서 조금이라도 이름이 나 있으면 바로 번역이 된다. 내가 책을 찾아 보다가 Susan Wise Bauer라는 작가의 글이 괜찮아 보여서 Yes24에 검색을 해보았더니 이미 그녀의 책들이 도배 되어 있다. 여기에는 어린 아이들의 독서를 위한 북세트 까지 포함해서 역사학자인 그녀의 역사에 관한 책들이 거진 다 번역이 되어 있다. 게다가 내가 주목한  SUSAN WISE BAUER, The WELL–EDUCATED MIND: A Guide to the Classical Education You Never Had 이란 책도 <독서의 즐거움>으로 번역 소개 되어 있다. 비교적 책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원서로 틈틈히 보고 있는데 독서를 자극하고 안내하는 데는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좋은 것 같은데 의외로 판매지수는 낮다. 하지만 이 작가가 그렇게 한국에 많이 소개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든다.



지식과 정보가 부족하던 시기에 번역의 기여가 컸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1980-1990년대에는 폭발적으로 번역이 이루어져서 석사 과정생들도 번역을 몇 권 씩 하기도 했다. 나도 석사 과정을 거치면서 논문을 미루다 보니 거진 5권 이상을 번역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은 경제나 한류 등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수입 보다는 자생적인 것을 수출할 때이다. 그러넫 여전히 번역 문화가 창궐을 하고, 또 과거와 달리 중견 출판사들이 비싼 로얄티 경쟁을 하면서 번역에 앞장 서고 있다 보니 국내 필진들이 성장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고전 번역이야 얼마든지 반복해서 좋은 번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해야 겠지만, 해외의 2류 3류 작가들 작품까지 구석 구석 뒤져가면서 번역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이제는 번역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받아들이는 창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 사대주의와 식민주의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이 된다고 하면 한국은 절대로 지식과 사상의 생산국과 수출국이 될 수가 없다. 포항만에 석유가 나올 가능성이 커서 한국도 일방적으로 수입만 하던 석유와 가스에서도 머지 않아 수출국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출판과 사상에서는 도대체 언제쯤 그런 반열에 오를 수가 있을까? 학자들, 특히 젊은 학자들이 독립하겠다는 결기가 필요한 시대이다. 번역을 하고 싶은 좋은 책을 발견하더라도 그 책을 번역하기 보다는 그것을 벤치마킹하고 한국적 현실을 반영해서 직접 저술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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