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 과제
나는 행복하다. 스스로 행복하다. 행복의 요인을 외부에서 찾을 수 없다. 그래도 굳이 행복을 주는 사람을 뽑는다면, 와이프가 생각난다.
와이프가 있어서 좋은 점! 우선 말할 상대가 있어서 좋다. 4년간 주말부부로 지낸 적이 있다. 그때부터 매일 전화통화하는 습관이 생겼다. 하루 1시간 정도 통화한다. 기러기 아빠인 지금까지 8년 동안 그렇게 하고 있다. 통화시간이 가장 길때는 4시간이고, 하루 2시간도 심심치 않게 한다. 당시 음성 통화 무제한 요금을 쓰고 있었는데 대충 계산해 보니, 25,000원의 요금으로 500,000원어치의 통화를 매달 했다. (일본에서) 같은 계열의 통신사 - 대기업 통신사에서 알뜰폰 통신사로 이동하려고 했는데, 이유없이 거절당한 적이 3번쯤 된다. 가입 신청 받기 전에 고객 조회를 하는데, 나는 돈 되는 고객이 아니었나 보다.
말은, 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말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는 둘째 문제다. 말을 하면 행복하다. “어떻게 말을 한다고 행복지느냐?”라고 반문하실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은 말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런 시도를 한다고 생각한다. 말할 사람이 있으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쪼르르 달려가 말을 하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아무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 주지 않는다고 믿을 때 극단적인 상황을 선택한다. 그러니,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생명과도 관련된 축복이다. 그런 상대가 나에게는 있다. 와이프다.
두번째로 좋은 점은, 아이들이 상식적으로 크고 있다. 와이프가 상식적이다. 내 정의에 의하면 “표준적인 상식”의 보유자다. 상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상식이 표준적인 상식이다. 표준어의 정의와 비슷하다. 많은 사람들이 쓰면, 표준어가 된다.
일본의 어느 연예인이 자기는 뷔페 식당에 가서 한 종류의 음식만 먹는다고 했다. “뷔페 식당에서 하나만 먹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의 질문에,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바로 앞에 있는데, 왜 두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을 먹느냐?"며 되물었다. 첫 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을 놓아두고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했다. 논리적이고 상식적인 말이다. 나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뷔페 식당에서 여러 음식을 먹는다. 뷔페에서 하나를 먹어도 상식적이고 여러 개를 먹어도 상식적이다. 다만 후자가 더 많다. 그래서 후자의 생각이 표준적인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표준적인 사고의 상식 소유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와이프는 여러 모로 보아도 표준적인 것 같다. 덕분에 아이들이 상식적으로 크고 있다.
세째로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이야기 같지만 와이프는 내가 유부남이라는 특별한 신분의 징표다. 내 주관이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결혼한 것이고, 두 번째로 잘한 일이 애 낳은 것이다. 또 나는 “아무리 화려한 싱글이라도 초라한 커플보다 못하다”라고 믿는 사람이다. 커플이 됐다는 그 자체가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성공 인생이라고 여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주관적 생각이다.
다른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어떻게 보면 교만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 그런데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면 안스럽다. 살짝 불쌍해 보인다. 나는 그렇게 느낀다. 싸우고 지지고 볶고 살아도, 결혼해서 함께 사는 것이 행복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하고 나서 알았다. 그래서 내 신분을 상징하는 왼손 네번째 손가락 반지를, 자랑스럽게 끼고 다닌다.
내 모든 행복은 나로 인해 시작된다. 내가 행복의 원인과 결과다. 와이프가 내 행복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