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애취애 Aug 02. 2023

술, 좋아하지 않지만 효용을 찾아본다

독주의 향을 좋아한다. 마시지는 않는다. 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내 멘탈, 피지컬의 컨트롤을 잃는 것이 싫다. 취기가 돌아 정신이 헤이해지고, 몸이 풀어지기 시작하면 묘하게 기분이 나빠진다. 꽐라가 될 때까지 마셨던 가장 최근 기억이 대학 2학년 때다.  


아예 안 마시지는 않는다. 작년 12월에 창업 스쿨 동기들과 모임을 가졌을 때 마셨다. 1년에 1~2번 사람들과 마신다. 요즘에는 술강요 문화도 없고, 필름이 끊길 때까지 마시는 사람도 예전보다 적다. 그래서 분위기 맞추어 마실 수 있다. 


거의 마시지는 않는데, 술이 세다. 유전자의 힘이다. 아버지가 술이 강하다. 그런데 아버지 닮은 동생은 어찌된 일인지 한 잔만 들어가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오른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술을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반대다. 술이 웬만큼 들어가도 안색에 변화가 없다. 알콜 분해 효소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사실을 장점이라 여긴 적은 없다. 애주가들은, 분해 효소가 많으면 좋아하는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어 좋겠지만, 나는 마시지도 않은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술이 생각날 때도 있다. 술이 땡길 때가 아니다. 생각날 때이다. 영화, 드라마에서 술 마시는 장면을 보여줄 때다. 치맥을 즐겁고 먹고 마시는 장면을 보면, ‘그렇게도 맛있나!’라는 생각에 나도 해 보고 싶어진다. 취하고  싫지 않기 때문에, 무알콜 맥주를 사서 마셨다. 한 모금 마시고 항상 드는 생각은 ‘이게 뭐가 맛있지’였다. 차라리 콜라가 더 좋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맥주’라는 광고 문구를 보면, 정말 맥주가 특별한 시원함을 가져다 줄 것 같다. 그래서 어제도 사서 마셔 봤다. 역시나다. 이렇게 매번 실망시키는 데, 가끔 내가 맥주를 사는 것을 보면 미디어와 광고의 힘이 무섭다. 


사람들이 왜 술을 마시는 지 모르겠다. 취하기 위해 마신다면, 좋은 목적이 아니다. 취한다는 것은 흐트러지고 망가지는 일이다. 그러니 망가지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의미가 된다. ‘클래식한 자기학대인가?’라는 의문을 가진다. 함께 술을 마시면 친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술 말고도 친해지는 방법이 여럿 있을 것 같다. 

술을 비즈니스 도구로 유용하게 쓰는 사람을 딱 한명 만났다. 스타트업계의 투자 심사역이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심사 대상 되는 대표가 속 마음을 다 드러낼때까지 같이 마신다고 한다. 본인은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대표가 가진 사업 자세, 목표 등에 관해 체크한다고 한다. 상대방 대표가 꽐라가 되어서 “전 10억만 벌고 사업 그만둘꺼예요”, “저에게는 사업 말고도 먹고 살 방법 많아요”라고 말하면 ‘응, 넌 탈락이야.’라고 기억에 새겨 놓았다가 심사에서 떨어트린다고 한다. 사람 속 마음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술을 사용한 경우였다. 그분만의 노하우이니, 시비를 가릴 일이 아니다. 


내가 겨우 뽑은 술의 효용은, 곁들이면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느끼한 음식, 고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느끼하면 느낄할 수록 술과 궁합이 좋은 것 같다. 스테이크에는 와인을 곁들이고 싶고, 갈비찜은 고량주와 함께 하고 싶다. 입가에 남아 있는 기름끼를 제거하기 위해 입술에 살짝 독주를 대고 싶다. 소주잔 한잔 정도 술이면 고기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술은 딱 그 정도가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