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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May 02. 2022

모든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날이 되길

"엄마, 이제 세 밤 자면 어린이날이지?"

"응. 맞아."

아이는 일주일 전부터 몇 밤을 자면 어린이날인지 매일 물어보고 있다.

"어린이날에는 내 마음대로 할 거야!"

"엄마가 최대한 ♡♡이 말을 들어주려고 노력할 거지만 모두 다 ♡♡이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

"밥 안 먹고 과자만 먹으면 안 돼?"

"응. 안돼."

"치이~ 어린이날이니까 다 내 맘대로 해야지."

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어린이날은 어린이들 마음대로 하는 날이 아니야. 어린이날이 왜 생긴 건지 알아?"

"몰라."

"옛날에는 어린이들한테 힘든 일을 오랫동안 시키기도 하고 어린이들을 때리기도 했었대."

"정말? 왜?"

아이 눈이 동그래져서 물었다.

"그땐 어린이들이 소중하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

"진짜 나쁘다."

"맞아. 진짜 나쁘지. 그래서 사람들에게 어린이들은 사랑해주고 돌보아줘야 하는 존재라고 알려주기 위해 어린이날을 만들었대. 이제는 어린이에게 힘든 일을 시켜도 안 되고 어린이를 때리는 것도 절대 안 돼."

"다행이다."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아이와 어디로 놀러를 갈까, 어떤 선물을 사줄까 고민한다. 이미 방 안에 장난감이 넘치도록 많지만 어린이날에 아이는 엄마 아빠에게, 이모 삼촌에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또 장난감을 받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건 어린이날의 참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어린이날은 그저 선물을 받고 놀러 가는 날이라고만 생각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이날의 본질을 알려주고 싶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1923년 5월 1일, 첫 번째 어린이날 기념행사에서 배포된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에 나오는 이다. 100년 전에 어린이에게 존댓말을 써달라고 했다니 충격적이다. 그만큼 어린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경의를 표한다. 어린이날에는 선물을 사주는 것보다 좋은 곳에 데려가는 것보다 어린이의 마음을 살피고 어린이를 더 부드럽게 대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아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고, 보살핌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는 날이 되길 바란다. 이런 소망을 담아 어린이재단에 작은 기부를 했다. 정말 얼마 안 되는 금액이지만 이렇게라도 나의 마음을 표현해본다.

 

 내년부터는 아이가 직접 기부를 하도록 해줘야겠다. 100년 전 첫 번째 어린이날의 구호처럼 다른 어린이를 사랑하고 도와주는 어린이가 되기를 바란다.


씩씩하고 참된 소년이 됩시다. 그리고 늘 서로 사랑하며 도와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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