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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HY May 25. 2022

아이의 꽃 선물

 유치원 하원 버스가 왔다. 버스 문이 열리고 아이는 쏜살같이 내려 나의 품에 안겼다. 유치원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버스가 떠나자 늘 그랬듯이 버스 정류장 앞에서 뛰어놀았다. 정류장 앞에는 조그마한 잔디밭과 자전거를 타도 될 만큼 널찍한 평지가 있다. 아이들이 딱 뛰놀기 좋은 곳.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우리 아이도 유치원을 다녀오면 정류장 앞에서 꼭 놀고 집에 들어간다.
 아이가 엄마는 버스 정류장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한 뒤 혼자 밖으로 나갔다. 몇 분 뒤 돌아온 아이의 손에는 작은 꽃다발이 있었다.

"엄마 선물이야."
"우와~ 정말? 너무 예쁘다~ 고마워!"
예상치 못한 아이의 꽃 선물에 깜짝 놀랐다. 엄마에게 주려 꽃을 하나둘 모았을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뭉클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꽃 선물보다 나를 더 놀라게 만든 건 아이의 말이었다.
"엄마, 미안해. 내가 이렇게 예쁜 걸 처음 줘서."
아이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엄마를 생각하며 꽃다발을 만든 것만으로도 감동적인데 고작 일곱 살인 아이가 어떻게 지금까지 이런 걸 못 줘서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 걸까. 아이의 마음속엔 엄마를 향한 사랑이 빈틈없이 가득하다.

 그날 밤, 아이를 재우려 침대에 같이 누웠다. 낮에 아이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에게 너는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선물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아까 엄마한테 꽃 줄 때 예쁜 선물을 처음 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런데 엄마는 매일 ♡♡이한테 예쁜 선물을 받았."
"무슨 선물?"
"예쁜 ♡♡이 미소, 하하하 웃는 소리, 엄마 사랑해라는 말이 엄마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선물이야. 그러니까 ♡♡이는 매일매일 엄마한테 예쁜 선물을 준 거야."
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역시 꽃보다 아이의 웃는 모습이 훨씬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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