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HY Apr 25. 2022

육아 오답 노트

 아이의 유치원 친구들과 키즈카페에 갔다. 오랜만에 키즈카페에 간 아이는 친구들과 쉼 없이 뛰어놀았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아이들을 불러 밥을 먹였다. 인스타 이벤트로 받은 아이스티 한 잔 있었는데 아이는 아이스티가 엄청 맛있다며 마셨다. 저녁을 다 먹은 뒤, 아이 다시 놀러 가고 나는 유치원 친구들의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남은 아이스티를 마셨다. 1시간을 더 놀고 이제 키즈카페 끝날 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자리로 돌아왔다. 우리 아이는 오자마자 아이스티를 달라고 했다.

"어? 다 마셨는데."

"뭐? 엄마가 다 마셨어?"

"응"

"내가 마실 거 남겨놔야지. 엄마가 다 마시면 어떡해?"

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에게 쏘아붙였다.

"♡♡이가 남겨놔 달라고 안 했잖아."

"그래도 남겨놔야지. 내가 갔다 와서 다시 마시려고 했단 말이야."

아이가 나에게 너무 따지고 들어서 민망해졌다. 그리고 고작 아이스티 한 잔으로 나한테 화를 내는 아이에게 서운했다.

"이거 엄마랑 ♡♡이랑 나눠먹으려고 시킨 거야. 그럼 엄마는 마시지 마?"

"나 더 마시고 싶은데 어떡해."

아이스티 한 잔 더 사주고 그만 얘기하고 싶었지만 키즈카페 마감 시간이 되어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았다.

나는 이제 나가야 한다며 아이를 신발장으로 데려갔다.

"엄마가 우리 집 아래 편의점에서 아이스티 사줄게."

"편의점에 아이스티 없으면 어떡하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편의점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런 약속을 해?"

이럴 땐 말문이 턱턱 막힌다.

"편의점에 없으면 어떡하냐고!"

아이의 계속되는 신경질도 화가 부글부글 끓었다.

나의 표정은 굳어 버리고 나는 아이에게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신발을 신고 이제 키즈카페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아이에게 "겉옷 입어."라고 말했다. 엄마 목소리가 무서워지면 왜 화내냐고 하며 더 반항하는 아이인 걸 알지만 도저히 친절하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역시나 따르지 않았다.

"싫어. 안 입을 거야."

"밖에 추워. 입어."

"안 추워."

"입어!"

이대로 더 아이와 얘기를 하다간 폭발할 거 같았다. 아이는 끝까지 겉옷을 안 입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도 겉옷을 안 입으려 하는 것을 무서운 표정으로 아이를 노려보며 그냥 입혔다.


화가 사그라들고 나서야 고작 아이스티 하나로 아이랑 실랑이했던 나의 모습이 후회되었다. 내가 어떻게 말했으면 상황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육아 오답 노트

1. "♡♡이가 남겨놔 달라고 안 했잖아."

(책임을 아이에게 돌리는 말)

-> "♡♡이가 아이스티를 더 마시고 싶었구나. 어떡하지? ♡♡이가 다 마신 건 줄 알고 엄마가 남은 걸 다 마셔버렸네. 미안해."

(아이스티를 먹은 이유 설명, 미안함 표현)


2. "이거 엄마랑 ♡♡이랑 나눠먹으려고 시킨 거야. 그럼 엄마는 마시지 마?"

(아이를 욕심쟁이처럼 여기는 말, 비난)

-> "그치. 더 마시려고 했는데 하나도 안 남아있으면 속상하지. 엄마도 그런 상황엔 속상할 거 같아. 아휴, 남겨놨으면 좋았을 걸."

(속상한 아이 마음 수긍, 공감)


3. "겉옷 입어." (명령)

-> "밖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추워. 겉옷 입자."

(겉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 설명, 제안)


4. "입어!" (강압적인 명령)

-> "밖에서는 입어야 해. 차에 타면 벗어도 돼."

(계 설정)


 위와 같이 바꿔 말했다면 아이도 나도 그렇게 기분이 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짜증을 낼 때 화를 낼 때 나는 부모로서 아이의 감정 조절을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나는 내 감정이 앞서 나를 방어하려 아이를 비난하고 아이의 감정이 더 격해지게 만들었다. 육아서를 백날 봐도 오은영 박사님 말씀을 듣고 또 들어도 실천하기는 참 어렵다. 그러니까 익숙해지도록 연습을 해야겠다. 오늘 내가 한 행동에서 잘못된 행동이 있었는지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생각해보고 육아 오답 노트를 쓴다. 내가 쓴 육아 오답 노트를 읽어보면서 다음에는 더 나은 답을 말할 수 있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이번 여행은 망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