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현실적인 스타트업과 대표자의 성장 이야기
어느덧, 클라코퍼레이션이라는 스타트업을 운영한지 2년이 되었다. 2021년 4월 5일에 법인 등기를 했으니, 정말 햇수로 딱 2년을 채운 시점이다.
약 2년동안 외부적으로는 아주 조용히 회사가 운영되었고, 내부적으로는 팀도 깨져보고, 통장 잔고 마이너스도 찍어봤으며, 어느 달에는 1억원의 매출을 넘기기도 하고, 투자금도 확보되며 다이나믹하게 운영되었다.
이러한 시점에, 지극히도 현실적인 스타트업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의 색깔이 진하게 담긴 글을 쓰고 싶다. 다른 성공하신 대표님들의 신화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27세 대학 중퇴 남자의 지극히도 현실적인 색깔이 담긴 글을 목표하며!
그럼, 아무것도 몰랐던 25살짜리 꼬마가 어떻게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떻게 변해왔는지, 변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2020년 초, 친구의 제안으로 인플루언서 마케팅 업계에 들어왔다.
친구는 인플루언서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었고, 본인은 인플루언서라는게 뭔지도 몰랐으며, 그저 에이전시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 24살짜리 병역의 의무를 막 마친 본인은 무작정 인플루언서들에게 전화를 했다. "광고 예산이 지금 맞질 않아서, 비용 조정이 필요 할 것 같아요.", "해당 사항은 제가 확인해 본 뒤에 연락 드릴게요." 살면서 그렇게 많이 전화 해봤던 건, 그때가 처음이였다. 통화를 하며 느낀 점은, '이거 진짜 비효율적이다.'였지만, 거기서 생각은 끝이였다.
어쩌다, 일을 그만 두게 됐다. 여타 대학생들처럼 다시 복학을 했고, 다른 친구들처럼 술집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당시, 친구는 더 이상 에이전시 사업을 진행하고 싶지 않아했고, 나에게 제안했다. "성준, 너가 학교 다니면서 에이전시 겸업 해봐!"라며.
본인은,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고마워, 한번 해 볼게"라고 대답했다. 이게 나의 첫 창업이다.
회사 경험도 없고, 두드러진 기술이나 네트워킹조차 없는 초보 대표자가 세상에 던져졌고, 이 대표자는 본인이 던져진지 조차 몰랐다. 주어진 건, 친구가 사용하던 한 페이지짜리 웹과 20명 남짓한 틱톡커와 유튜버 연락처였다.
비즈니스 모델은 아주 단순했다. '이 틱톡커들과 유튜버들을 보기 좋게 포장해서 광고주에게 협업을 제안하자.'
시작과 동시에 문제가 생겼다. 광고주를 어떻게 모객하지? 너무나도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문제였는데, 이 문제조차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의 나는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B2B 광고주 모객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했고, 그 때 배운게 아직까지 유용하게 쓰이고 있는 네이버 검색광고였다.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 50만원정도를 네이버 검색광고에 태웠고, 광고 문의는 아주 조금이지만 들어오기 시작했다. 첫번째 광고주는 틱톡커와의 협업을 원하는 롯데리아였고, 나의 첫 번째 광고주는 운 좋게도 '롯데리아'였다. 50만원을 투자했는데, 150만원을 벌게 되었다. 아주 큰 돈이였고, 기뻤다. 학교를 다니면서 돈을 벌 수 있다니! 안타깝게도, 그건 그저 운이였다. 이 후부터는 매번 쪽박이였고, 월급은 커녕 시간만 버리는 꼴이 되는 경우가 아주 많았다.
그렇게 나의 창업은 사실상 끝이 난 듯 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창업은 그렇게 끝이 났어야 했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대학교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목숨을 연명하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개발자를 구하기 시작하고 더욱 본격적으로 팀원을 구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뇌피셜'에 근거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었고, PMF건 PoC건 초기 스타트업이 해야할 일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선정이 되었으니 개발을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솔직히 말하면, 대부분의 대학생 창업팀이 위와 같은 모습으로 창업을 시작할 것 같다. 운 좋게 지원사업에 선정되고, 거기에 맞춰서 창업을 하고, 창업을 하고 나니 무언가 본인을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위와 같은 모습으로 창업하면 절대로 회사가 유지 될 수가 없다. 실제로, 나는 아직도 저 때를 생각하면 인터스텔라의 쿠퍼처럼 "돌아가" 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이미 2021년의 심성준은 저질러버렸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은 채로 지분을 나누며, 무모하다 못해 멍청한 창업을 시작했던 거다.
팀원들은 운 좋게 합류가 되었고, 많진 않아도 보수를 지급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초기창업패키지 등 정부 지원 사업에 집착하게 되고, 정작 해야할 것에 대해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과거의 나에게 피드백을 준다면, "지원사업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부터 찾고, 진짜 공감되는 문제를 함께 해결 하고 싶은 동료를 찾아!"라고 주지 않을까? 정확하게 말하면, "너 정말 그 문제 해결 하고 싶어?"라고 물어보지 않을까 싶다.
이 과정이 법인 설립 하기 직전까지의 나의 모습이였다. 어딜 봐도, 스타트업을 말아먹기 위한 모든 요건을 다 갖춘 것 같은데, 아직도 우리 회사는 망하지 않았고, 이젠 팀원이 거의 10명이 다 되어간다.
글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또 생각이 날 때, 법인 설립 이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