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조금 이상하지만 '나 요즘 우울한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점점 더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너 상처받은거야."라는 언니의 말에 나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이 우울감의 원인은 꽤나 복합적인거라고 생각했다.
가족 문제, 사회적인 이슈, 자식 교육에 대한 고민..
근데 그런건 늘상 있던 일이고.
사실 친하게 지내던 아들 친구의 엄마와 갈등이 있었다.
함께 많은 일들을 추진했고 서로 격려했던 사이었는데
사소한 오해가 생겨 틈이 생겨버렸다.
며칠을 마치 애인과 이별한 것처럼 마음이 힘들었다.
결국은 이해하고 사과하고 일을 마무리지었지만
그 이후 나는 지금까지 전에 없던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다.
감정이 좋지 않을 때 주고 받았던 말들이 아직 마음에 꽂혀있는 것 같다.
"네가 가고자 하는 교육의 방향, 솔직히 공감되지 않아."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도 많았다.
하지만 이 한마디에 우리가 함께 한,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3년의 시간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견딜수가 없었다.
그 마음이 아직도 나를 힘들게 한다.
쿨한 친구의 말처럼 관계를 멈추는 것만이 답인걸까. 나는 아직도 결정을 하지 못했다.
우울감은 마치 암세포 같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전이되어 나타난다.
가족관계에서도 직장생활에서도 그와 전혀 관련 없는 모임에서도
내가 하는 일들이 의미없고 가치없게 느껴지게 만드는.. 처음 겪는 당황스러운 일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생각할 힘이 나지 않아.'
그럼에도 방법을 찾고 시도하고 있다.
이 사람을 만나볼까? 이곳에 가볼까? 어떤 책을 보면 좋을까?
.
.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졌던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글을 다시 써보아야겠다는 다짐도 내가 시도해보는 방법 중 하나이다.
다 나의 착각이었으리라 스스로 위로해본다.
관계가 삐끗하면 그동안의 시간들이 부정당하는 것이라는 이상한 착각.
누가뭐래도 그간 시간은 나의 진심이었다. 진짜였고, 우리들의 진정성 있는 과정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