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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인 May 20. 2024

2024 서울 어반스케치 5월 정모

경의선광장

매월 세 번째 토요일마다 열리는 서울 어반스케치 팀에 참가해 보기로 했다.  토요일이라 남편한테도 가자고 하니 전날부터 소풍 가는 애마냥 이것저것 챙기느라 신났다.  


날씨도 너무 좋고 외쿡 못지않은 풍경에 마음이 들썩였다.  근데 언제 마포가 이렇게 바뀌었지?  연남동에서 시작된 경의선 숲길이 어느새 용산까지 이어진 거다.  요즘엔 어딜 가나 서울 촌놈이 되어간다.

집결 시각인 오전 10시 30분이 되어가자 그림 그리려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나는 신입이라 ‘N’자 앞으로 모이고 기존 회원들은 각자 전화번호 뒷자리별로 모이게 됐다.  회원들이 부쩍 늘어나자 이번부터는 모둠별로 모이기로 한 거다.  

웰컴 음료로 요구르트와 색연필 한 자루씩을 고맙게 나눠 받고, 각자 명찰과 서울 어반스케치 배지는 따로 구입했다.  신입만 거의 30명이 왔는데, 담당 조장의 인솔로 어반스케치 지침 등을 교육받은 후 오후 3시 30분에 다시 모이기로 했다.  나는 남편이 일찌감치 야외 카페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가보니 뷰가 너무 좋아 일단 그곳을 그리기로 했다.


고층 아파트 아래 작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과 사람들이 앉아 있는 풍경이다.  사람들을 그리고 있자니 모델이 된 분들 눈치가 보여 힐끔 거리며 그리다 후반엔 아예 대놓고 그리니 부담이 되셨는지 자리를 뜨셨다…ㅠㅠ  자세히 그리지 않아도 되는 어반스케치의 매력이긴 하다.  고층 건물 사이로 빼꼼히 내민 파란 하늘을 표현하려니 왜 다른 건물들은 안 그리냐며 남편이 잔소리를 했다.  아, 미알못은 잠자코 계셔~~ㅋ  

내게 각종 음료수랑 빵을 잔뜩 공수해다 준 남편은 한동안 나를 뙤약볕 아래 방치한 채 혼자 근처를 산책했는데 전화도 카톡도 안 받아 나 혼자 씩씩대고 있던 참이었다…ㅠㅠ


금세 화해한 우리 부부는 다정히 손을 잡고 숲길 산책에 나섰다.  길 곳곳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회원분들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의외로 연세 드신 분들이 꽤 많았는데 노년의 품위 있는 취미란 생각에 내가 다 뿌듯했다.

대흥역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며 두 번째 그림 소재를 찾는데 이것도 연습이고 숙제구나 싶었다.  결국 집결지인 경의선 광장에 있는 작은 호수 앞에 자리를 잡아 스케치를 시작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들여다보며 한마디씩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데 참 따스했다.  어떤 할머니는 아예 내 등을 두드리시며 그림 그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며 고맙다셨다.  회원분들은 내 그림 도구들에 관심을 갖고 물어봐 줘서 일일이 설명해 주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뭔가 많이 아쉬운 그림이 되었으나 손을 대면 더 망칠까봐 뒷 건물만 색연필로 칠한 후 마무리했다.



모이는 시간이 되어 그려온 그림들을 바닥에 펼쳐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동그랗게 둘러선 채 돌아가며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Show & Tell’ 시간을 가지며 서로 격려했다.

다시 전체가 모여 그림들을 주욱 나열해 감상 시간을 가졌다.  

각자 개성에 따라 그린 그림들 속에 있어선지 내 그림도 그리 부끄럽지 않았다.  같은 장면이라도 다양하게 표현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고, 잘 그린 그림은 참고하고 싶어 따로 사진을 찍어두기도 했다.  누가누가 잘 그리나가 아닌 함께 그린다는 즐거움이 최우선이어서 더 좋았다.

인도 델리에서 온 어반스케쳐가 소개됐는데, 거의 끝날 무렵에 와서 후딱 그린 그림 퀄리티에 감탄했다.  나도 언젠가 외국 여행 시 그 지역의 어반스케치 팀에 잠시라도 합류할 날을 상상해봤다…크~~


전체 사진을 찍고 보니 진짜 어마어마하게 모였음을 실감했다.  그림으로 대동단결된 모습에 뭉클함을 느끼며 다음을 기약했다.


​어반스케치 명찰 뒤에 담겨있던 스티커들, 선물로 받은 색연필 한 자루, 은색 배지… 매달 참석하며 그림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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