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뒤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니 6시 이후라 이미 어둑해져 있었다. 마땅한 가게를 찾아 거리를 걷다 보니 스카이 트리와 황금색 아사히 맥주 본사 건물이 보이는 스미다 강가를 지나게 되었다. 비로소 길눈이 밝아져 센소지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나마 늦게까지 여는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주위 야경을 보러 ‘카미나리몬(雷門)’ 맞은편에 있는 아사쿠사 문화관광 센터 8층 전망대에도 올라갔다. 저녁이라 엘리베이터가 텅텅 비어 있어 낯설었다. 낮이라면 수많은 관광객들과 줄을 한참 서 있어야 하는데 한적해서 무척 좋았던 거다.
길을 건너 카미나리몬과 나카미세를 지나 센소지 앞까지 걸어갔다. 엄마가 도쿄에 처음 왔을 때인 8년 전엔 카미나리몬이 공사 중이어서 붉은 등을 보시질 못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보시게 된 거다. 아사쿠사 주변 구경은 떠나는 날 아침으로 미루고 저녁부터 먹기로 했다.
무얼 먹을까 거리를 둘러보다가 엄마가 일본 라멘을 먹고 싶다 하시는데 때마침 ‘이치란(一蘭)’이 눈에 띄었다. 60여 년의 후쿠오카 돈코츠 라멘의 명맥을 이어 받은 이치란은 일본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무난한 일본 라멘집이다. 오죽하면 나도 남편과 뉴욕 타임스퀘어점에서 줄을 서 먹었을까. 기계에서 식권을 산 후 다양한 외국인들 틈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취향을 표시하라고 나눠준 종이에 체크를 한 후 뒷장을 돌려보니 한글로도 적혀 있어 순간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곧 한국에도 들어올 셈인지 얼마 전엔 여의도 더현대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엄마는 얼마나 인상 깊으셨는지 여기서 먹은 라멘맛은 잊지 못할 거라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