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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자 Dec 31. 2021

내 사랑 개공주-1

1화 -2014년 5월 12일

질풍노도의 시기 중2병을 가지게 된 막둥이 남동생의 가출로 인해 고요했던 우리 집은 어느 날부터인가 탐정 놀이를 하게 되었다. 

실종신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막둥이를 찾았다는 소식을 접하지 못해 난 핸드폰 위치추적을 통해 탐정 놀이를 하곤 했었다. 

평상시 가지고 싶었던 브랜드 옷이라도 사주면 맘 돌릴까 싶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서 나이키, 아디다스, 풀 세팅 옷을 사줬는데도 결국 주변 형들의 꼬임에 넘어가 새로 산 옷을 입고 가출하는 막둥이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마음을 돌릴까 싶어 엄마에게 강아지 키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나는 제안했었다. 


평상시 그냥 내가 강아지 키우자고 했으면 절대로 안 된다고 했을 엄마가 막둥이를 핑계 삼아 내가 강아지 이야기를 하니 엄마도 좋다고 했다. 

넌지시 막냇동생에게도 “우리 강아지 키워보는 게 어떨까?”라고 말하니 의외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좋아”  

평상시 ‘몰라’, ‘맘대로’를 입에 달던 녀석의 입에서 좋다는 말은 진심으로 좋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키우기로 하고 엄마와 막둥이는 강아지를 구하러 다녔다. 

포메리안을 갖고 싶다던 동생의 말에 엄마는 포메리안을 찾아다녔는데,  

그 당시 포메리안의 분양가는 암컷은 80만 원 수컷은 50만 원이라는 말에 엄마는 혀를 내둘렀고,  

당시 엄마는 가전제품을 고르듯 강아지를 더 싸게 분양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나 싶어 이리저리 찾아다녔다. 


그렇게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 알아본 엄마는 어느 날 막둥이를 데리고 김포 장에 데리고 갔다. 

김포 장은 5일장 식으로 열리는 데 아파트 장이 열리는 거와 다르게 닭, 토끼, 새, 강아지, 고양이 등 신기한 부분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나도 20대 초반에 잠깐 구경하고 그 뒤로 본 적이 없었지만,  

막둥이를 장에 데리고 간 엄마가 장에 있는 강아지는 어떠냐고 물어봤다.    

막둥이는 개들이 철장 안에 갇혀 있고, 비위생적인 공간이라고 생각이 들었는지 맘에 든 강아지는 당연히 없다고 했었다.  

그렇게 맘에 든 강아지를 찾지 못했다. 

동생이 강아지를 찾는 기준은 자기 맘에 드는 강아지였고, 

엄마가 강아지를 찾는 기준은 부담 없는 가격인 강아지였다. 


어느 날 엄마는 가게 뒷마당에 닭을 키울 생각에 윗집 아줌마와 김포 장을 또 방문했었다. 

윗집 아줌마가 소싯적 개를 키워본 경력과 눈썰미를 믿는 게 좋겠다 싶었다. 

큰 둘레를 가진 철장 안에 작은 개들이 모여진 사이로 엄마 품이 더 필요한지 더 깊숙한 품 안에 파고드는 자그마한 강아지를 발견했다고 했다.  

사실 엄마는 원래 눈꼬리가 올라가 있고 샤프한 얼굴을 가진 강아지를 골랐는데, 

윗집 아줌마가 ‘개는 자고로 코가 촉촉해야 하고 이렇게 복스럽게 생긴 강아지가 오래 산다’는 말하며 개 한 마리를 들어 올리며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개를 판매하는 아저씨는 개 잘 고르셨다며, 엄마에게 “원래 이 녀석 돈 더 받아야 하는 건데 3만 원만 주쇼”라는 말을 던졌단다. 

그러면서 “이놈 똑똑할 거요. 말티즈랑 발바리랑 섞였는데, 하여간 똑똑해”라는 말을 하며  

검정 봉지 안에 아기 강아지를 담아주며 절대 봉지를 바닥에 내려 두지 말고 집에 이렇게 든 상태로 가져가셔요. 안 그럼 가는 내내 울 테니까 라는 말을 했다고 했다. 


아저씨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엄마는 잠깐 닭을 사는 도중에 봉지에 든 아기 강아지를 내려놓았고, 봉지 틈으로 바깥세상을 본 아기 강아지는 낑낑거리며 불편하다고 꺼내 달라고 울어 댔었다. 

아저씨의 말이 뒤늦게 생각난 엄마는 자동차 뒷좌석이 동물의 왕국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닭은 꼬꼬 거리며 울고, 강아지는 꺼내 달라며 낑낑댔고, 뒷들에 키울 토끼도 있어서 내비게이션 소리보다 동물들 소리가 합창을 이뤘다고 했다. 


그렇게 싸고 귀여운 강아지를 산 엄마는 기분이 업이 된 상태로 나에게 전화했다. 

“김포 장에서 강아지 샀다. 영수한테 절대로 김포 장에서 샀다고 하지마라. 25만 원 주고 아는 사람한테 데려왔다고 할 거야.” 

“영수가 믿을까?” 강아지를 보기 전까지 그 말을 믿을까 싶었다. 

그렇게 아기 강아지가 우리 집으로 들어온 날이다. 


처음에 밥을 먹여야 한다는 말에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윗집 아줌마는 된장국에 밥을 말아서 강아지에게 줬다. 

종일 굶었는지 강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밥 한 그릇 뚝딱했다고 엄마는 당분간 그렇게 줘도 될 거 같다는 말에 놀란 난 개가 무슨 사람 밥을 먹이냐며, 제대로 된 개 사료를 사라고 엄마에게 다그쳤다. 

그렇게 엄마는 브랜드 상관없이 마트에서 강아지용 사료를 구매했고, 아직은 치아도 제대로 된 거 같지 않아 

사료 몇 알에 물을 넣어 사료를 불려서 주곤 했다.  


강아지를 키울 맘은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강아지의 방문에 우리 가족은 모두 시선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이 작은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6년 전 잠깐 강아지를 키워본 적 있었던 나는 강아지를 일단 집 근처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 싶었다. 

강아지의 종도 궁금했고, 접종도 맞추고, 실제로 이 강아지는 몇 개월인가 싶었다. 

동물병원 느낌보다 가축병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수의사는 좀 전에 소 출산을 받고 왔다고 하며 

옷에 쇠똥이 잔뜩 묻어 있었다.  

보자마자 리트리버가 섞인 강아지에 3개월 정도 된 거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 강아지 입을 강제로 벌리면서 구충제를 먹이고 접종을 마친 아기 강아지를 데리고 집에 왔다. 


그리고 한 시간이 좀 지났을까?  

“엄마! 강아지 토해!!!!” 

막둥이의 긴급한 목소리에 우린 무슨 일인가 싶었다. 

아기 강아지는 갑자기 토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동생을 오해해서 강아지를 너무 흔들게 해서 토하냐고 뭐라고 했었다. 

나도 순간 아파서 토를 하는가 싶었지만, 걱정된 마음에 동물병원에 전화해보니 아까 먹던 구충제가 반응이 나타나는 거라며 말했다. 

토에 있는 음식을 보니 길고 꼬여진 콩나물 같은 해충이 있었다. 

해충들이 징그럽게 느껴지기보다는 이 어린 강아지에게 이런 몹쓸 벌레들이 있었다는 게 마음이 짠하기도 했었고, 그래도 지금이라도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 강아지와 우리는 조금씩 친밀감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꼬물꼬물한 아기 강아지는 우리가 깨끗하게 빨아 둔 양말 안에 또 다른 양말들을 잔뜩 넣어 인형 대신 가지고 놀라고 주면 15분 놀다가 2~3시간씩 그렇게 낮에는 몇 번 잠을 자곤 했는데 아기 강아지가 혹시나 깰까 봐 우리는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아기 강아지는 자기 앞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이 새로운 듯했다. 

잘 놀면서도 종종 엄마나 다른 강아지들을 찾는지 낑낑거리며 울기도 했었고, 찾는 대상이 없으면 우리에게 의지하는 듯했다. 


그러던 중 아기라고만 부를 수 없다는 생각에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마루에 앉은 우리 가족은 강아지를 가운데 두고 어떤 이름을 지어줄지 평상시 회의도 안 하는 우리가 긴급회의를 했다. “강아지 이름 초코로 지을까?” 막둥이가 말하자 나는 “강아지 초코 먹으면 죽어. 그래서 초코는 좀 별로인 거 같아” 엄마는 밍키는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밍키는 먼가 마음에 쏙 드는 느낌이 아니었다. 

막둥이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그럼 코코는?” 우리는 모두 코코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5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강아지 이름이 나왔다. 


7년 반이 한참 넘는 지금 우리 삼 남매와 엄마는 그날의 일을 모두 각자의 시선에서 기억하고 있다. 

신기한 건 그날의 일들이 와전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각자의 눈에서 코코를 맞이한 감정, 기분 그날의 코코의 모습이 우리를 한 번 더 미소 짓게 하는 듯했다. 

막둥이에게 코코를 본 날을 기억하냐 묻자 “엄마가 웬 똥개를 데리고 왔는데, 처음에는 뭔가 싶었거든? 근데 코코가 똥개여도 내 마음을 녹이더라고. 너무 귀여워서.” 

순간 똥개라는 말에 화낼 뻔했지만, 코코가 그때나 지금이나 귀여운 건 사실이니까 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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