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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사자 Jul 05. 2022

내사랑 개공주-2

2화-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너

막둥이 때문에 집에 온 코코이지만 내가 더 유별나게 예쁘다고 하고 잠을 잘 때도 데리고 자니까 나에게 정을 더 붙여진 코코에게 나는 서열 1순위를 여긴 듯했다. 


마냥 강아지를 귀엽다고만 할 순 없어서 우리는 훈련을 하기로 했다. 

개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하면 훈련을 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던 큰 동생은 인터넷을 여기저기 검색하며 가장 먼저 훈련은 '엎드려'부터 하면 된다고 했다. 

난생처음 '엎드려'라는 단어 앞에서 간식 한 개도 없이 큰 동생 영재와 코코는 방안에서 1시간가량 칭찬과 반복으로 '엎드려' 1차 관문을 마쳤다고 했다.  


첫 훈련을 마친 후,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음 훈련은 바로 내가 진행하기로 했다. 

코코는 간식을 손에 쥔 나를 보고 무작정 영재에게 배운 엎드리기부터 하기에 '앉아'를 외친 나를 보고 코코의 뒤를 행해 잠깐 움직였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와 눈앞에 있는 간식은 빨리 먹고 싶은 코코는 입맛을 다시며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단호하게 '앉아'를 몇 번이나 외쳤다. 

코코는 혼자 이리저리해보더니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앞발이 선 상태로 앉은 자세를 취하자 나는 코코 앞에 간식을 던져줬다.  

코코는 게 눈 감추듯 씹지도 않고 삼키며 금방 간식을 해치웠다.  

이 상황이 우연인가 싶어 다시 한번 더 '앉아'를 외쳤고, 이번에는 엎드리더니 간식을 달라고 쳐다보는 코코에게 다시 '앉아'를 외치자 이게 아닌가 싶었던 코코는 제대로 앉는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나의 첫 훈련에 무난히 잘 통과한 코코는 간식을 받아먹을 수 있었다.  

코코가 우리의 가족이 되어 규칙과 훈련을 좀 더 단계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는 하이 파이브를 가르치기로 했다.  

그 당시 그 어디에서도 하이 파이브를 잘하는 팁을 얻는 게시물이나 동영상이 없었기에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냥 무작정 코코 앞에 손바닥을 내밀며 

"코코야, 여기 봐, 하이 파이브" 하면 여기 툭 쳐봐 알겠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알아듣는 코코가 정말 신기한데, 

개떡, 개똥같이 말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 코코는 잠시 후 두 앞발을 들어 내 손바닥을 쳤다. 

잘했다는 칭찬과 간식이라는 보상을 주고 다시 한번 더 하이 파이브를 외치자 코코는 하이 파이브라는 임무를 완수했다. 


기쁜 마음에 동생들에게 "코코 하이 파이브 할줄안다?"라고 말하자 동생들은 거짓말하지 말라며 믿지 않았다. 

눈앞에서 하이 파이브 시연을 보여주자 동생들은 훈련을 가르친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하기보단 코코를 보고 "우리 개 정말 똑똑하구나" 하며 기뻐했다. 


그렇게 태어난 지 5~6개월 차에 조금씩 우리는 코코에게 조금씩 훈련으로 차분함과 인간세계에서 같이 더불어 살려면 필요한 규칙을 가르치기로 했다.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인 2~3개월 차에는 어린 아기 강아지라 사료를 주는 내내 이리저리 방방 뛰며 빨리 달라고 짖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귀여웠지만, 혹여라도 이웃집의 항의도 걱정이 되었다.


매번 이렇게 웃어넘길 수가 없었기에 사료 앞에서 차분해지도록 '기다려'를 외치며, 짖지 않고 행동을 멈추고 먹을 준비 자세가 되면 앞에 그릇을 주어 사료를 먹게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기다리라는 말을 하면 입부터 들이대며 먼저 먹으려고 했던 코코였다.

난 그 앞에서 사료 그릇에 입에 대지 못하도록 손으로 가리고 '기다려' 단호하게 말했다.

기다리라는 정확한 뜻은 이해하지 못해도 '가만히 있으라는 뜻인가 보다' 생각하는지 먹고 싶다며 난리를 치던 행동을 멈추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우리는 전문 훈련사가 아니었기에, 아직 미흡하고, 부족한 그런 부분이 많았다.

코코는 호기심이 많고 학습 능력이 뛰어난 능력에 개떡, 개똥 같은 우리의 훈련을 잘 마스터했었다.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가 가장 예뻐 보인다고 하는데, 그 말을 난 2014년부터 깊은 공감 중이다. 

내 눈에는 우리 코코가 제일 예쁘고 똑똑해 보인다. 

지금 코코는 인간세계에서 우리 가족에게서 적응하면서도 가끔 이 녀석이 내 한숨 소리만 들어도 내 손짓만 해도 우리 가족의 감정을 꿰뚫고 있는 거 같았다.  


물론 우리 코코보다 백 번 말하면 백 번 다 잘 알아듣고 심부름도 시키면 시장 가서 물건도 사 온다는 개가 있다는 영상을 본 적도 있다.  

우리 코코보다 똑똑해서 '나도 저랬으면' 그런 마음이 들기보다는 그 어떤 강아지도 따라잡을 수 없는 코코의 매력을 우리는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픈 곳 없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옆에 있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집에서 내가 좀 텐션이 높아 기분 좋아도 목소리가 크고, 기분 나빠도 목소리가 큰 편인데,  

가끔 눈치 보지 않아도 될 눈치를 보는 코코에게 종종 나는 

"코코야, 언니 화낸 거 아니야. 언니 그냥 말한 거야." 

그러면 다른 방으로 도망가던 코코는 다시 돌아와 내 옆에 앉는다. 


"코코야, 개떡같이 말해도 눈칫밥 견생으로 살고 있는 네가 고생이 많다. 언니 말 잘 알아 들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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