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만에 일본. 3주동안의 일본.
30개월만에 방문한 삶의 터전 일본에서 느낀바를 기록.
한국과 거의 비슷한 느낌. 코로나는 있지만 영업제한도 인원제한도 없다.
굳이 있다면 가게 들어갈 때 점원과 눈이 마주치면 알콜소독해달라고 요청받는 부분..?
오래된 식당, 오래된 잡지, 오래된 건물들이 많이 사라졌다.
단순히 오랜만에 와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지만, 오사카에 살 때 자주 갔던 바의 마스터가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들었고, 30년 가까이 이어져온 패션잡지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친구도 잡지 폐간으로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 50년 전에도 있었고 50년 뒤에도 있을 것 같던 낡은 건물雑居ビル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이제 나이를 들어서일까 내가 알던 것들이 사라지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동일본대지진이 사람들의 인생관을 바꿔준 것처럼 코로나로 기존의 것들이 무너지며 아래에 적은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한국에 비하면 아날로그인 나라인 건 사실(이고, 일본을 위한 변명일 수 있지만 일본 정도면 나름 DX선진국이)지만, 정말 많이 발전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매뉴얼에 따라 대응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비벼왔고, 고령자나 사회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기존의 룰을 유지해왔지만 이제 일본사회도 더 이상은 한계라는 걸 깨달았다.
이번에 숙박한 여덟 곳의 호텔 중 다섯 곳은 키오스크로 체크인이 진행됐다. 그 중에 Sequence suidobashi은 엘레베이터, 방 등 모든 시설을 얼굴인증으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나는 카드키를 썼)다. 신칸센 차량 내 공중전화 서비스도 드디어 종료되었고, 종이로 나눠주던 열차운행시각표도 폐지되었다. 택시호출(DiDi, Go)이나 마이크로모빌리티(Luup, Docomo bike), 모바일오더 등 코로나 전에도 존재는 했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던 여러 서비스들이 이제는 완연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마이크로모빌리티는 한국보다 저렴하고 도입이 늦은만큼 오퍼레이션 룰도 잘 짜여져있어서 훨씬 기분좋게 이용했다.
일취월장. 웬만해서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오네.
3년 전만해도, 외출했다 들어오면 가장 먼저하는 일이 영수증 확인하고 버리기, 주머니에 들어있는 짤짤이 저금통에 넣기였다. 하지만, "페이페이와 라인페이를 필두로 한 간편결제", "iD나 QUICPay같은 전자결제"로 현금없이도 정말 편해졌다. 신용카드 수수료를 이유로 현금만 받던 곳들도 페이페이 정도는 도입하는 케이스도 많아졌고. 특히 iPhone를 쓰는 경우라면, "NFC대응 신용카드 등록 → Applepay(비접촉)"로 결제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스무스해서 좋았다. 삼성페이를 안써서 그런가...
한국의 청년층 이상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 불안이 많다. 바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대학 때부터 알고지내던 친구들과 이야기 해봐도 日本はオワコン(일본은 망했..) 다는 비관적인 관점이 지배적인 느낌. 물론 술자리에서 희망에 가득찬 이야기를 하는 경우 자체가 드물긴 하다.
대기업에서도 내 미래를 책임져주지는 못하지만, 윗ㄷㄱㄹ들은 여전히 연공서열 쉴드 속에서 캬바쿠라가서 젊은 여자들 가슴이나 조물딱거리는 타령이나 하고 있는 상황. 한국과 비교하면 스타트업이 가지는 임팩트도 아직 뜨뜻미지근한 느낌. 기존의 틀에 순응하면서 안정을 도모하거나, 불안함을 다독여가며 불구덩이가 도사리는 나만의 길을 찾아 떠나든가. 늘상 우리는 헬조선헬조선거리지만, 일본 청년층 입장에서는 새로운 무브먼트를 빠르게 만들어나가며, 결과를 만들어나가는 한국이 더 좋아보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다.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늘 그렇듯 귀엽…. 하지만, 한국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바보들은 아니다.
한국이 워낙 물가가 오른데다 엔도 많이 떨어진만큼 예전과 비교하면, 정말 일본이 싸졌다.
점심식사, 술값, 생필품, 식료품, 의류, 위스키(이건 뭐 원래..) 등등 이제는 한국이 더 비싸게 느껴질 정도.
하지만 2022년 하반기 들어 대형체인은 물론 개인가게들도 잇달아 가격인상便乗値上げ을 단행했고, 교통비나 공과금 등은 워낙 한국에 비해 비싸다보니 아직까진 전체적으로 일본이 한국보다는 물가가 높지않나하는 느낌을 받았다.
물가 자체도 문제지만, 계층 간의 양극화 문제가 더 심해지면서, "100엔샵을 파먹고 사는 하층민(a.k.a 청년층)"과 "오르는 물가에 연연하지않는 상층민(a.k.a 노년층)"간의 갈등이 더더더욱 표면화되지않을까. 올라라 실질임그으으음!!
통일교가 해냈다. 아베가 해냈다.
이전부터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있어도 조용했던 일본이지만, 집권당이 한국 사이비종교랑 쿵짝쿵짝하는 관계였고, 전 총리 국장에 150억원이나 쓰고있고, 심심하면 올림픽 뇌물 뉴스도 펑펑 터지고 있으니 일본국민들도 화가 났다. 이제는 좀 바뀌려나. 知らんけど…。
최고. 너무 치고 들어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손님을 무시하지도 않는 적당한 거리감을 두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스터. 한국과 비교하면 정말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위스키와 리큐르(이건 한국의 주세가 나쁘다). 특정 위스키를 대세라고 치켜세우지않고 그냥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문화, 그리고 이런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사회환경.
이렇게 한국과 일본이 서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무덤덤화게 가진 적이 있었을까. 시부야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80년대 한국가요(비 오는 날 수채화)가 흘러나오고, 거의 모든 편의점에 참이슬이 깔려있고, 한국어로만 된 간판이 군데군데보이고, BTS*쿠키런이 콜라보한 게임의 지하철 광고에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는. 그렇지만 관심없는 사람은 이게 한국 건지 어디 건지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더이상 서로가 "특수한 외국"이 아니라 그냥 One of them으로 보되, 의도하지않아도 더 빈번히 접하게 되는 관계. 그렇게 되었으면 했고 그렇게 되어가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 작년 USJ에 새로 생긴 슈퍼 닌텐도 월드, 두번 가세요. 으헣헣헣...
- 우메다역 주변도, 히로시마역 주변, 오사카 키타하마 부근도 죄다 공사중. 뉴딜!
- 히로시마. 도시 곳곳에 강이 많아서 걷기 좋고, 산책하는 강아지도 많다. 살고싶다.
- 일본의 진짜 저력은,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에 가면 알 수 있다
- 키치죠지에서 고독한 미식가 원작자 아저씨를 만나 사인받았다. 신난다.
- 낫토. 小粒大豆_大粒大豆_赤大豆_青大豆_ひき割り
- 다음에는 홋카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