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예고합니다>를 기획하고 번역하였습니다.
나답게 일하고, 나답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북스톤 출판사.
북스톤과 함께, 암울한 예측만이 가득한 지금, 주체적인 미래를 예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내일을 예고합니다"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잘한다는 말보다, 특이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더 기뻤다.
다른 친구들이랑 같이 놀고 어울리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내가 끌리는 걸 직접 경험해 보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게 더 즐겁게 느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취업한 뒤, 일본과 베트남에서 일하고 놀면서
한국에서의 당연한 것이 여기서는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경험을 했다.
스타트업에 몸담으면서는, 특출 난 능력과 일에서도 사생활에서도 끊임없는 성장해 나가는
멋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도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없었던 혁신을 통해서 빠르고 유의미하게 스케일업 해나간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내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어떠한 기쁨과 변화를 주는지를 가까이서,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CTR, MAU, Reveune 같이 수치로 트래킹 가능한 성과를 확인하며 느끼는 행복은 찰나였고, 그 성과마저 안 나올 때는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스스로가 싫어지고 무능감에 잡아먹히는 기분까지 들곤 했다. 단순히 번아웃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근본적으로 내가 무엇을 위해서 달리는지 멈춰 서서 생각해야 했다.
지난 2년간, “삶의 방식"과 “본질"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대안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행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뵈었다. 홍성 집단지성, 괴산 뭐하농 등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빠른 양적 성장이나 최적화, 효율화 같은 것들 이전에 스스로가 좋아하는 가치를 가꾸고 알리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엿볼 수 있었다. 원래 알고 있었던 것들이지만,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의심하며 사느라 잊고 있었던 걸 다시금 되찾게 되었달까?
이후, 콩과 균만으로 완결完結되는 낫토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교토의 낫토기업 “후지와라식품”의 후지와라 사장님과 연이 닿아 낫토를 제조하고, 낫토도 직접 고객과 판매처에 납품을 나가는 일상을 보냈다. 납품처 중에는 호호호자(ホホホ座)라는 독립서점도 있었다. 낫토를 전달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갈 때마다 호호호자 매니저와 새로 들여온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이번에 기획, 번역을 담당한 “내일을 예고합니다”이었다.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고, 미래에 대해서 막연한 불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 디폴트값이 되어버린 사회. 그 속에서 주체적으로 미래를 예고해 나가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특히나, 뭔가 우리랑은 다른 "서양 선진국"들의 사례가 아니라 가까운 아시아 국가의 이야기라는 것도 관심이 갔다. 한국에도 주변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민으로 힘들어하고 있고 이 책이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꼭 한국어로도 번역해 출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문 에이전시도 아니었기 때문에 막상 "생각"은 했지만, 진짜로 출판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면 많은 분들의 도움이 쌓이고 쌓여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기쁘다.
사이먼 시넥이라는 미국인 아저씨의 "Start with why"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새삼 이 책에 등장하는 다섯 실천가들을 보면서도 무엇을 하는지What보다는 왜 이 일을 하는지Why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인도, 대만, 한국, 일본의 실천가들이 하고 있는 일(What)이나 조직의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에게는 일을 하는 이유・당위성이 명확했고 중요했기 때문이다.
1.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하는 용기
댓푸드(베트남)나 해녀의 부엌(한국), 샵키라나(인도)의 창업자들 모두 일반적으로 사회가 높게 평가하는 정석定石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할 선택지를 충분히 고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행동으로 옮겼다. 수년이 지나 눈에 보이는 성과로 형태로 나타났으니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거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막연함으로 가득했을 당시에는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2. 자신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 지역과 함께하는 생각
조직과 함께하는 구성원, 지역, 고객 모두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목적이고, 이를 위해 수익화하고 사업을 키운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인만큼 수익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돈이 되면 다 OK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느낌이 강했다.
3. 미래에 대한 자신감, 주체성
저출생, 고령화, 실업문제, 고물가 처럼 매일 같이 불확실하고 어두운 미래에 대해 듣고 말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예측이니 틀린 이야기도 아닐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체념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이렇게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주체적으로 예고해 나가며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아시아의 실천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나 자신만이 자기 인생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만들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낫투두가 뭐하는 데냐고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망설이곤 한다.
무엇을 하는지What라는 관점에서 보면 낫토랑 위스키를 파는 곳이지만,
공간을 구상하고 그려낸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답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직 현재진행형이긴 하지만, 낫투두라는 공간/브랜드를 운영하는지Why라는 관점에서
공감해줄 수 있는 분께는 "나 자신을 포함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본질과 나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설명드린다.
애초에 낫투두(納豆豆, Nottodo)라는 이름도
낫토(納豆)와 낫토를 만드는 데 가장 핵심인 콩(豆)을 합친 말이기도하고,
남이 만든 그럴싸한 모범답안에 휘둘리지않겠다(Nottodo)는 의미를 담고있다.
더 많이 해야할 것 같고, 더 잘해야할 것 같고
나보다 잘나가는 누군가를 보며 스스로를 의심하게끔 만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지만,
가끔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본질과 나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매장도 알면 찾아오기 쉽지만(효창공원역 도보 2분!), 모르면 있는지도 모르는 주택가 안쪽에 자리잡았다라는 변명을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콩이라는 단순한 재료만으로 만들 수 있지만,
습도, 온도 등 알맞은 환경과 적절한 시간이 주어져야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내는 낫토는 좋은 수단이다.
본질과 나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래서 더 좋은 낫토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싶다.
그렇지만 동시에 본질과 나다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있다면,
앞으로 더 다양한 일들을 행동에 옮기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공간을 기획하고 오픈하는 과정조차 쉽지만은 않았다.
남들처럼 완벽하게 일처리를 못하는 나 자신을 탓하며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내가 뭐라고,
다른 분들에게 본질을, 나다움을 말하나…
지금까지 전혀 다른 일을 해왔던 내가, 공간을 운영하고 사람들을 대하는 게 말이 되나..
그냥 다 포기하고 다시 익숙한 환경으로 돌아갈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지만,
이 책을 통해 만난 실천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용기를 얻었고
욕심 부리지말고 일단 해보면서 살을 붙여나가자고 마음 먹을 수 있었다.
주체적으로 미래를 예고하며 삶을 만들어 온 실천가들이 저에게 용기를 주었던 것처럼,
용문동 골목길에 위치한 이 작은 공간, 작은 브랜드를 통해서
뭔가 계속 새로운 것들을 하지않으면 뒤쳐지는 것만 같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가 각자에게 알맞은 방향과 적절한 속도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함께 하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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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톤 출판사 블로그에 게재한 포스팅을 수정하여 작성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