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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sse Mar 18. 2022

무능감이 나를 잡아먹기 전에

무능감이 나를 잡아먹기 전에, 할 수 있는 알찬 액션

밀가루로 만든 호빵맨, 용감한 친구 호빵맨
단팥으로 만든 호빵맨, 다정한 친구 호빵맨

한국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2, 30대라면 알고있을 호빵맨 주제가의 가사.

하지만 원문(일본어)버전은, 어린아이들한테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가사가 비장하다.


なにが君の幸せ、なにをして喜ぶ
뭐가 너의 행복이야? 뭘 하면 기쁘니?
分からないまま終わる、そんなのは嫌だ!
그걸 모르는 채 끝나는 건 정말 싫어!

나는 뭘 할 때 즐겁고, 뭘 잘하는 사람일까.

오히려 좀 더 어렸을 때는 주저없이 말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스스로에 대한 무능감이 들 떄가 많아졌다. 그럴 때마다 호빵맨 주제가 원문 버전을 듣고는 하는데, 그래서인지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미취학아동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무능감은 왜 찾아올까

사실 이런 글을 쓰게되면, 내가 하루종일 우울해하고 있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겠지만, 24시간 중 20시간 가까이는 100점 만점 50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미뤄두었던 경제공부를 하면서 투자에 대한 감도 생겼고, 사이드잡에서 수익도 나왔고,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 여행을 가게되어 강아지를 맡기로해서 들뜨기도 하고.

그런데 문득문득 무언가를 했다 혹은 하고있다라는 성취감보다 지금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서야 했다가는 자책감이 몰려오거나, 내가 한 결과물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면서 무능감에 휩싸이게된다. 음, 그렇게 나쁜 상황도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러지? 다들 그런가? 


무능감 쫒아내기

사실 왜 그런지 여러 책이나 기사를 읽어봐도, 명확한 답은 없는 듯하다. 그래서 이유를 찾아내려하기보다는, 스멀스멀 무능감이 느껴지려할 때 최대한 빠르게 무능감을 쫒아내는 방법을 체득하고있다. 글로 써놓고 까먹을 것 같을 때 또 읽어봐야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더더욱 좋겠다.


1. 「남의 잘남 합집합」 쪼개기

조금 더 좋은 명칭이 있을 법도 한데, 아직 「남의 잘남 합집합」이 아닌 다른 명칭을 찾지못했다. 주변에 좋은 지인들, 삶에 열정적인 친구들을 보고있다보면 개개인들의 장점만 쏙쏙 빼낸 하나의 가상인물이 만들어 질 때가 있다. 

몸도 머리도 좋은 건 물론이고, 개인사업으로 큰 부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모 대기업에서 PM으로 활약하고 있고, 매사에 긍정적인데다, 요가・달리기・수영・투자공부 등 스스로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않는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의 장점만 골라 만든, (아마도) 실존하지않는 인물이다. 내가 노력해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 하나하나로 나눠 바라봐야할 대상이다. 굳이 말하지않아도 아는 이야기지만, 가끔씩은 펜과 노트에, 이 합집합을 떨어트려 하나하나의 개별 집합으로 쪼개보는 게 필요하다. 


2. 당일 버스여행 with 막걸리 순간이동

버스터미널에 간다. 적당히 들어본 적 있는 도시에 가는 버스표를 사서 탄다. (서울기준) 오래걸려야 4시간, 짧게는 2시간이면 도착한다. 군 단위더라도 읍내에 하나쯤은 젊은 사장님이 운영하는 도시스러운 카페가 하나씩은 있기때문에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리며, 갈만한 곳을 찾아본다. 

개인적으로는 절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름 유명한 절이 있는지 찾는다. 가급적이면 산사(山寺)가 좋다. 사람이 바글바글하지않고, 조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이유랑은 별개로, 아무도 없는 대웅전에서 고요함을 느끼는 게, 비일상적인 느낌이 들어 조금은 차분해질 수 있다. 물론, 시간대에 따라서 시끌시끌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절 구석에 위치한 산신각으로 가면 좋다. 산신각까지 오는, 액션테이커는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이다.

그리고나서는 저녁식사로 국밥집을 찾아본다. 국밥이 다 같을 것 같지만 의외로 지역마다 조금씩 달라 재미가 있다. 그리고 막걸리를 시킨다. 뭔가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건지는 몰라도, 시・군마다 막걸리를 납품하는 양조장이 다르다. 외국산 팽화미에 아스파탐으로 단맛을 낸 막걸리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어딜가든 비슷한 술이 나오는 한국에서, 처음보는 브랜드(?)를 보는 건 만으로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막걸리 1-2병을 마신다음, 버스를 타면 바로 잠에 들 수 있다. 갈 때는 꽤나 오래걸렸던 것 같은데, 순간이동하듯 고속터미널에 도착한 걸 깨닫고나면, 고작 몇만원 + 몇시간으로, 일상과는 다른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을 느낄 수 있다.(오히려 1박을 하게되면 만족감은 반감된다)


3.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작고 하찮은 Todo를 행하기

사실 사회에 크고 의미있는 영향력을 행하기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뤄내는 게 필요하겠지만, 무능감에게 잡아먹힌다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기 떄문에, 단기간에 마칠 수 있는 작고 하찮은 Todo를 해내는 게 중요하지않을까싶다.

그런 의미에서 배민커넥트(든 쿠팡이츠 파트너도 상관없지만)가 좋았다. 개발자든 디자이너는 일반사무직이든 좀처럼 몸을 움직이며, 단기간에 눈에 보이는 성과물을 만드는 경험을 하기가 쉽지않은데, 배민커넥트는 당장 10분내에 치킨을 픽업하고, 열심히 걸어서 목적지에 전달한다는 단순한 퀘스트를, 잘만한다면 한시간에 3-4개나 행할 수 있다. 금전적으로 의미가 있냐고하면, 그렇지는 않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무수한 흰 알맹이들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참깨 털기마냥, 단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물이 보이는 게 신날 뿐이다. 


4. 한심해보이지만 즐겁게 사는 듯한 사람들을 보기

누군가에게 한심하다는 말을 쉽사리해서는 안되고, 한심하다는 뜻 자체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때문에 "상대적 다수가 옳다, 바람직하다라고 생각하는 모습에서 벗어난 상태"정도로 우선 정의를 해두려한다. 

평소에는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 일하지않아도 계속 수익이 들어오는 성공자들의 영상이나, 의욕을 다시금 북돋을 수 있는 자기계발영상을 보곤하는데, 무능감에 잡아먹히려할 때 이런 컨텐츠는 독약이다.

이럴 때마다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닛폰테레비(닛테레)의 月曜から夜ふかし(월요일부터 밤새기)라는 심야방송이다. 빚이 산더미인데 파친코에서 한방 땡긴 아저씨의 일상에 대해 묻거나, 아내가 너무 좋은 나머지 (밤 늦게 아내를 깨울 수 없을 때) 아내 사진을 보며 자위를 하는 술집아저씨(嫁ニー) 특집을 다루는 등, 요즘 한국에서는 케이블방송에서조차 쉽사리 못다룰만한 소재를, 전혀 무겁지않게 다룬다,

뭔가 남의 한심함을 보면서 위로받는 게 맞나싶을 때도 있는데, 다들 세상이 요구하는 바람직함과는 많이 동떨어져있음에도 즐겁게 사는 걸 보면, 새삼 내가 뭐라고 이렇게 엄격근엄진지해있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정되곤한다.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해 깨닫는다고 하면 맞으려나.


5. 대단해져버린 서비스, 사람, 기업의 극초기를 훔쳐보기

지금은 전세계사람들이 다 아는 큰 기업까지 안가더라도, 몇년만에 우리 생활에 큰 영향력을 주는 스타트업이 막 시작했을 때의 기사나 컨텐츠를 살펴보는 것도, 무능감을 떨쳐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지금이야 다들 당연한 듯 쓰고 있는 당근마켓, 따릉이, 기프티스타(는 제가 좋아합니다), 남의집(도 좀 관심이 가서)같은 서비스들도 런칭 초기의 일을 적은 기사들을 보면 대부분이 "이런 걸 누가 굳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무능"한 상태로, 사실은 내공을 쌓아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러면 또 (극도로 시니컬해졌을 때의 나를 포함하여) 누군가는, 무능한 상태로 있다 그대로 망해버린 수많은 기업 혹은 서비스에 대해 언급할 수도 있지만, 이럴 때 만큼은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아니라, 고난의 시기를 겪고 대단해져버린 소수의 케이스들을 보면서 나도 잘 될 수 있다는 의도적인 확증편향이 필요하다. 씨발, 무능감한테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낫잖어..


앞으로도 무능감에 괴로워할 거고, 자기혐오 비슷한게 계속 나를 찾아올 거라는 걸 안다. 그러다가, 작은 성공에 취해 언제 그랬냐는 듯 거만해지다가 큰 코 다치고 또 수렁으로 빠질거고. 

쥐똥만한 성공에 자만하지않고, 별 거 아닌 좌절에 나를 옭아매지않는 튼튼한 아저씨가 되고싶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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