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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TUP Aug 27. 2023

결국, '이직'이 아니라 '사랑'을 원한다.

이직을 원한다지만, 정말 바라는 걸까? I don't think so..

이직을 생각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항상 이렇게 말한다. '이직을 해야하는데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게 두려워 시작하기가 어렵다.' 내가 처음 이런 고민들을 들었을때는 그들이 정말 이직을 원하지만 단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 이런 고민을 들어오며 내가 깨달은건 결국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건... '이직'이 아니였다. 


한 회사에 10년 장기근속 하고 이제 곧 40을 앞둔 그녀가 이직 상담을 해왔을때도 시작은 같았다. 이직을 원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게 너무 어려울거 같다고... 그리고는 쉴새 없이 현재 회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지금 회사는 비전이 없고, 본인의 매니져는 무능력하며, 팀원들은 모두 역량 부족이고... 정리해 보면 오직 그녀만 원더우먼 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녀의 1인칭 관점에서 보면 너무 힘들고 버거운 상황이겠지만, 제 3자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지금쯤 더 높은 지위에 올랐거나 이미 여러 차례 이직을 했어야 맞는데... 난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뒷담화? 시간이 끝나고 본격적인 이직 상담을 위해 내가 물었다. 이력서는 준비되었는지, 가고 싶은 회사는 있는지, 어떤 직군을 원하는지...  그녀의 답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몇년째 이력서 업데이트는 생각만 하고 있고, 딱히 가고 싶은 직군이나 회사가 있는건 아닌데 지금 회사보다는 좋은데를 가고 싶다. 그리고는 다시 회사의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동일했다. 본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혼자 모든 일을 다하고 있는 현실이 너무 버거웠다. 그런데 나는 그녀의 애기를 들으며 문득 이런 질문과 마주했다. '그녀는 정말 이직을 바라는 걸까? 정말 원한다면 나에게 이직 비결을 물어봐야 할텐데 왜 회사 불만을 이렇게 끊임없이 애기하는 걸까?'


어쩌면 그녀의 모습은 우리들의 연애사와 닮아 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만큼 기대치가 커지고,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서로를 보며 싸우게 되고, 그럼에도 결국 그 또는 그녀의 조건없는 사랑을 받길 원하는 우리들의 연애와 너무 같아 보였다. 회사를 그리고 매니져 및 팀원들을 사랑했기에 그들의 동의 없이 기대치가 커졌고, 그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며 실망하게 되고,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로 부터 사랑받기를 원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의 연애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속상하고 화나지만 여전히 회사와 사람들로 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을 이직이라는 다소 보편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나에게 찾아왔을뿐,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건 이직이 아니라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였다. 


그 뒤로 부터 나는 이직 고민을 하는 사람중 회사에 대한 불만이 평균 이상으로 높은 사람에게는 이직을 권장하지 않는다. 왜냐고? 아직 그 회사를 불같이 사랑하기에 불같이 화를 내고 있다는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에게는 현재 회사에 대한 스스로의 애정을 깨닫게 해주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사랑하는데 헤어질 수 있겠냐고...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가 회사에 대한 불만이 폭팔전이라면 놀랍게도 당신은 그 불만 만큼 회사를 사랑하고 있다는걸 잊지 말기 바란다. 


그리하여 결론은... 이직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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