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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 같은 휴식의 순간이 주는 여운

by 흐르는물

휴식이라는 단어는 왠지 여유롭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일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현실 세계에서는 그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이다. 무언가에 집중하다가 잠시 멈춤이 있는 그 순간은 자신만의 시간이다. 휴식은 평화다. 갈등과 번뇌의 해방을 갈구하는 공간이 된다. 그렇기에 육체, 정신, 사회적 구조에서의 탈피 등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국 휴식이 된다. 집착해 있는 이 순간을 잠시라도 떠나 있는 시간이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욱더 휴식이라는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활용한다. 그래야 주변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고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예술가들이 바라본 휴식이라는 관점을 통해 나 자신의 휴식을 찾을 수도 있다. 고흐와 모네의 그림에서 휴식을 생각해 보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정오의 휴식>은 그런 분위를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일터의 한가운데서 볏가리 옆에 몸을 눕힌 부부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노곤한 몸을 맡겨 놓았다. 벗어놓은 신발과 농기구 그리고 여인의 얼굴을 감싸고 누운 자세와 남자의 밀짚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모습에서 여유와 넉넉함을 본다. 그림 속 들판 풍경은 황금 녘이다. 푸른 하늘과 볏가리는 대조적으로 보인다. 풍성한 수확을 알려준다. 그런 만큼 농부의 가슴에도 여유가 있을 것이다. 하루 종일 수확의 노동은 있지만 그만큼 기쁘지 않을까.


이 작품은 밀레의 작품을 모방하였지만 좌우 구도를 달리하여 그렸다. 자연 속에 몸을 맡기며 육체적인 피로를 이겨내고 있는 회복의 풍경이다. 아마도 농부는 등으로 전해져지는 땅의 기운을 통해 무르익어가는 들판의 풍성함을 체감할 것이다. 땀에 젖었던 옷이 말라가며 전해주는 그 느낌은 휴식이라는 순간의 행복이 가져오는 에너지다. 힘든 일을 한 후 꿀맛 같은 단잠이다. 가장 편안한 시간으로 나만의 시간 속에 머문다. 그 순간이 가져다주는 행복이 있기에 저 휴식이 끝나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그것이 삶의 멋이다 하고 이야기하는듯하다.


한편, 클로드 모네 <라 그르누이에르, 1869, 오르세 미술관>의 풍경은 일상의 삶 속에서 누리는 여유다. 작품은 강변의 수상 카페에서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풍경이다. 큰 나무아래에서는 여럿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그 앞에는 물속에 들어가 있는 모습도 있다. 앞쪽에 보트가 묶여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은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은 그런 풍경을 아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그 풍경이 주는 느낌은 자유롭고 여유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일, 가정에서의 모든 것을 잊고 잠시나마 여가를 만끽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은 다시 올 수 없는 지금만이 가지는 소중한 시간인 것이다. 그것을 상징하듯이 찰랑이는 물결이 만들어내는 빛의 조화 속에 나무와 사람들의 그림자가 녹아있고 녹색과 갈색의 주변풍경은 부드럽고 여유로운 인상을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바쁘게 살아간다. 누군가 휴식을 종용하지도 않고 스스로 찾아 여유를 즐기는 의미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고흐의 그림 속에서 한낮의 단잠은 전통적인 휴식이다. 육체적인 노동에서는 당연히 있어야 할 휴식이지만 현재의 노동에서는 그 가치를 잊고 살아간다. 그런 면에서 모네의 그림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자주 발견해야 할 순간이기도 하다. 어울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일과 휴식을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만 그 당연함 속에도 휴식보다 일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휴식은 삶을 더 다채롭게 하고 활력을 넣어주는 에너지다. 모네가 보여준 풍부한 자연의 빛 속에 드러난 사람들의 군상은 바로 우리가 즐겨야 할 순간의 빛이라 할 것이다. 제대로 된 휴식, 그것은 몸과 정신이 함께 있을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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