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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Jul 13. 2024

익숙함의 과오

주말아침 일, 한 달여 만에 열차를 타러 갔다.

익숙한 길 익숙한 풍경은 자연스럽게 플랫폼으로 발길기게 만든다. 항상 타던 곳에 왔는데 뭔가 어색하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차량이 없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핸드폰 속의  티켓을 확인한다. 타는 플랫폼이 이곳이 아니라 건너편이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 마음이 놓이지만 다시 에스켤레이터를 타고 던 길을 되돌아 승차하는 플랫폼으로 왔다. 역시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역에서 방송을 한다. ITX 승차 플랫폼이 0번으로 바뀌었으니 차질 없으라는 방송이다. 나처럼 당연시하고 예전의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보다.


그런데 되돌아 나오면 서보니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통로에 탑승구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판이 여러 개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행태에 젖어있다 보니 그 큰 판도 보지 못하고 티켓을 보면서도 그냥 지나친 것이다. 만약 시간에 쫓기었다면 열차를 타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익숙함이란 좋은 것이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실수를 이끌어내는 좋은 조건이 될 수도 있는 무서운 함정이기도 하다.


어쩌면 삶의 과정이 이렇지 않을까. 익숙함에 젖어 자신의 목적지를 지나치는지도 모르고 달려간다. 그러다 문득 세상이 변하였음을 깨닫는 순간 내가 지나온 길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익숙함도 좋지만 때로 새로운 도전으로 자신을 한 번쯤 자극하며 살아가는 것이 믿믿한 삶에 활력을 줄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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