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번역을 통해서
시각예술은 눈으로 마음으로 읽는다.
글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뜻을 해석할 수 있는 문자의 한계성이다. 전 세계에는 100여개 넘는 언어가 있지만 서로 다른 말과 문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을 한다. 번역은 전달의 의미지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크고 작은 차이가 발생한다. 양쪽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그 의미전달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번역에 의해 원서의 의미가 더 잘 전달될 수도 있고 다르게 전달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 문학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도 제대로 번역된 책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원서로 문학상 작품을 읽을 수 있는 최초의 기회다. 그만큼 작품의 의미를 넉넉하게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다. 외국인들은 원서를 읽고자 한국어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원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 반면 시각예술과 음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다. 언와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고 조금은 쉽게 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만국 공통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 벽화 같이 원시사회부터 행해오던 행위들이 바로 시각예술이요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구하고 우리 작가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결국 세계무대로 나가지 못하고 국내에만 머물러 멈추어 버린 결과일 것이다. 갤러리 또한 국내판매에만 열중하는 작은 이익에 멈추고 작가가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할 것이다. 그것이 작품의 문제든 규모 있는 마케팅 능력을 지닌 갤러리가 없었든 간에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근대 1백 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요즘 세계 비앤날레에서 또 작품 판매에서도 국내 작가의 작품이 두각을 보인 다고 하지만 아직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서 세계 속의 작가로 설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낼 것인가. 결국은 마케팅이 중심이 아니겠는가. 책이 번역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듯이 시각예술과 음악은 마케팅에 의해 알려져야 한다. 근래 k-팝, 영화 등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때에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어떻게 좀 더 효율적으로 알리고 우리에게 좀 더 쉽게 다가오도록 할 것인가 더 고민해야 한다.
문화가 앞선다고 여겨지면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우리를 찾고 지켜보며 함께하기를 갈망할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지금 한창 달구어지고 있는 우리의 문화 예술, 삶에 대한 흥미를 좀 더 넓고 깊게 퍼트려보자. 우리의 사고가 우리의 삶이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칠 때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확인하게 될 것이고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