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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르는물 Dec 03. 2024

밀레의 이삭 줍기 작품이 공감

상황의 동질감

농촌이라고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도랑이 있고 논과 밭, 과수원이 있는 곳, 높은 산이 보이고 강이 있는 곳, 마을에 커다란 나무가 있고 등섬등섬 집이 보이는 그런 풍경 일까. 들판에 꽃이 가득하고 소와 양 떼가 보이고 강아지가 뛰어노는 풍경일까. 저마다 그려지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경험의 차이가 있다.


 농촌 풍경의 대표적 작품인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1857년, 111.8*83.8cm)'은 볼수록 정감 가는 풍경이다. 세 여인이 허리를 구부리고 힘들게 이삭을 줍는다. 그 뒤편의 배경에는 산 같이 높이 쌓인 볏가리가 있고 그 앞쪽에 마차 가득 볏단을 싣는 풍경이다. 두 가지 사물이 현장의 상황을 알려준다. 여인들은 허리에 보자기를 두르고 알곡을 주우며 길게 남은 이삭은 손에 움켜 들고 있다. 단순한 구도에서 보면 추수 후 논 바닥에 떨어진 벼이삭을 줍는 아름다운 농촌 풍경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이면의 상황을 추측하면 삶에 지친 사람들의 한 끼 먹거리를 위해 낱알을 수확하는 고된 여정이기도 하다. 땅을 가진 지주가 수확한 이후 가난한 이들은 그곳에 떨어져 남은 벼 이삭을 주워갔을 것이다.


이 작품이 그려진 1857년에 세계적인 공황이 왔었다고 한다. 기술문명의 발달 과정에서 겪은 힘겨운 시기였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삶이 힘든 것은 가기지 못한 서민들이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그들과 다름이 없었지 않았을까. 나도 이삭 줍기를 해봤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논과 밭에서 벼와 콩을 베고 가리를 만들고 나면 부모님을 따라 벼 이삭을 줍고 떨어진 콩을 주웠다. 그렇게 모은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모이면 엄청 많은 양이 되었다. 그 이삭 줍기가 바로 하루의 일과를 거의 끝낼 쯤인 해넘이가 시작될 쯤이다. 이삭 줍기는 땀 흘려 농사지은 것을 한 톨이라도 잃어버리지 않고자 하는 한 해의 마지막 수확이자 삶의 애달픔 같은 것이었다.


오래전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이 작품을 보았다. 그때는 수많은 작품 중의 하나로 또 책에서 보았던 유명한 작품이었기에 관심이 갔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작품 속의 이야기를 찾아보는 재미에서 더 다가오는 작품이다. 그가 그렸던 많은 농촌 풍경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좇아 바르비종으로 찾아들었던 화가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농촌의 풍경이 이 작품처럼 그저 그런 풍경 같으면서도 아름답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그 내면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부의 축적은 일부에 집중되어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유로움보다 일상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삶의 균형을 유지한다. 여기서 보여주는 볏가리와 마차에 가득 실린 볏단은 땅을 가진 지배층을 표현한다. 그리고 세 여인과 볏가리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농토에서 일하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가난과 부의 대비 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 이 작품에 담겼다고 할 수도 있다. 농지를 가진 지주도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수확을 할 수 없고 일하는 사람은 농지가 없으면 알곡을 얻을 방법이 없다. 함께 살아가는 조화로움이다. 밀레는 그런 작은 농촌의 모습을 화면에 담으면서 세 여인을 화면의 중심에 두어 일과 삶의 의미를 나타냈는지도 모르겠다.


밀레의 파리 생활은 빈곤했다고 한다. 그래서 바르비종으로 이사를 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 당시 농촌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고 그 모습을  사실적으로 남긴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에 드러나는 농촌 풍경은 그리 고된 모습만은 아니다. 어쩌면 조금은 여유가 느껴지는 분위기다. 햇살에 반사된 모습을 띈 볏가리와 들판의 풍경이 주는 여유로움 같은 것이 있다. 색의 조화를 통해 힘들지만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애쓴 작가의 의지가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인들이 허리에 두른 보자기와 손에 든 이삭은 약간의 여유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열심히 주우면 꽤 많은 알곡을 수확할 수 있다는 여지가 보인다. 한 움큼 움켜쥔 손 안의 이삭은 희망이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우표로 만든 작품,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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