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주변에 나무가 많으면 어느새 숲으로 변한다. 좋은 점이 많지만 어느 순간 집이 습해지게 되고 나무들 사이에는 경쟁이 일어난다. 나무 사이 거리가 정리되지 않으면 어느 하나는 고사하거나 비 정상적인 성장을 이어가게 된다. 그런 경우 불필요한 나무를 정리해 주거나 나무를 이식해서 정리해야 한다. 결국 우거진 공간에 바람길을 만들어 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오늘 회향목 한그루를 이식했다. 철쭉에 가려서 그늘진 것을 봄에 가지를 정리했는데도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회향목을 이식하기로 했다. 적당한 공간에 맞추어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주택 주변을 정리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나무를 정리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길러온 것이다 보니 정이 많다. 잘라 버리기에는 아깝고 옮기기에는 어려운 것이 많다. 결국 잘라 버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 시기를 너무 미루다 보면 이것 저것 다 문제가 발생한다. 선택의 순간이다. 많은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기에 버릴 것을 먼저 찾는다. 아니 남겨야 될 것을 생각한다. 우선순위다. 인간의 삶도 이와 같을 것 같다.
퇴직 이후 삶의 여유가 느껴지는 것은 무엇인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퇴직이라는 것이 주는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많아진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삶의 의미가 된다. 직장이라는 틀속에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따라야만 하는 삶이 주었던 긴 시간의 이야기는 즐거움이면서 고통이다. 그러나 그 틀을 벗어난 순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은 스스로 책임이라는 것이 당연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소중한 순간이 된다. 오늘 나무를 옮기는 나의 판단은 나무에게는 수동적인 반면 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가장 최고의 선택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냈다는 기쁨을 준다.